CJ온스타일이 기존 빠른 배송 서비스를 '바로도착'이라는 신규 브랜드로 전면 개편한다. [출처=CJ온스타일]
CJ온스타일이 기존 빠른 배송 서비스를 '바로도착'이라는 신규 브랜드로 전면 개편한다. [출처=CJ온스타일]

유통업계 경쟁의 중심축이 가격과 상품에서 ‘배송 속도’로 이동하고 있다. 새벽배송이 일상화된 지 불과 몇 년 만에 이제는 1시간 내 도착을 내세운 퀵커머스(Quick Commerce)가 업계를 뒤흔들고 있다.

빠른배송은 더 이상 마케팅 옵션이 아니라 필수 서비스로, 소비자는 빠른 배송을 기본값으로 여기고 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주요 유통기업들은 저마다 차별화된 해법을 내놓으며 속도 경쟁의 무대를 넓혀가고 있다.

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최근 제주산 수산물 항공 직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옥돔·생갈치 등 수산물을 냉동하지 않고 새벽에 배송해 ‘속도와 신선도’를 동시에 잡는 전략이다. 아울러 쿠팡이츠를 음식점 중심에서 생활 쇼핑 플랫폼으로 확장, 꽃·문구·패션·반려용품까지 빠른배송을 확대하고 있다.

CJ온스타일은 빠른배송 브랜드를 ‘바로도착’으로 리뉴얼하고, 주문 마감 시간을 오후 1시까지 연장했다. 특히 로봇청소기·캐시미어 코트·뷰티 디바이스 등 고가 상품도 당일 배송 대상으로 포함시키며 퀵커머스를 프리미엄 시장까지 끌어올렸다.

온라인 채널을 강화한 기업들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기반 마트와 편의점도 속도전에 본격 가세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배달의민족과 협업해 점포 반경 4km 내 소비자에게 신선식품·델리·베이커리를 1시간 내외로 배송한다. 현재 전국 37개 점포에서 운영 중이다.

편의점 GS25와 슈퍼마켓 GS더프레시는 쿠팡이츠 쇼핑에 입점, 서울 1200여 개 매장에서 퀵커머스를 개시했다. CU 역시 배민·요기요에 이어 쿠팡이츠 입점을 검토하며 플랫폼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

균일가 생활용품점 다이소도 온라인몰에서 ‘오늘배송’을 시범 운영하며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처럼 빠른배송이 일상 전반으로 확산하면서 소비자들의 체감 변화도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다.

서울 서초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변아영(36)씨는 “생선을 냉동이 아닌 생물로 받아 보니 신선도가 확실히 다르다. 다음날 반찬 걱정을 덜었다”고 말했다.

서울 강동구에서 주부로 일하는 최정림(39)씨는 “아이 과자를 바닥에 떨어뜨렸는데 GS25에서 30분 만에 도착했다. 집 앞에 나가지 않아도 되는 점이 가장 편하다”고 전했다.

반면 서울 소재 한 대학교에 재학 중인 대학생 정용훈(27)씨는 “배송비가 만만치 않아 자주 이용하긴 어렵다”며 가격 경쟁력의 중요성을 짚었다.

유통업계에서는 이러한 소비자 반응을 토대로 퀵커머스가 단순한 배송 혁신을 넘어 도시 유통 구조 전반을 바꿀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편의점은 ‘즉시 배송 허브’로, 대형마트는 ‘마이크로 물류센터’로 변신하고 있다. 빠른배송은 새로운 유통지도이자 차세대 경쟁력을 규정하는 인프라로 자리 잡았다.

유통업계는 향후 배송 경쟁이 단순 ‘시간 단축’에서 ‘소비자 경험 설계’로 진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가격, 환경, 신선도, 안정성 등 복합적 요소가 결합된 종합 경험이 차별화의 핵심이 될 가능성이 크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퀵커머스의 최종 목적지는 몇 분 안에 도착하는 배송이 아니라 소비자가 체감하는 ‘가치 있는 기다림’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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