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오플 노조 옥외 집회. [연합]
네오플 노조 옥외 집회. [연합]

노란봉투법이 내년 3월 본격 시행될 예정인 가운데, 개발 자회사가 많은 게임업계가 법안의 구체적인 내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노란봉투법이 사용자의 범위를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조건을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자'로 재정의함에 따라 원청의 지시를 받는 하청업체나 계열사·종속회사 등도 원청(모기업)에 직접 교섭을 요구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제 40회 국무회의에서 노란봉투법·상법 등 법률공포안 5건을 심의·의결했다. 노란봉투법은 공포 후 6개월을 경과한 날부터 본격 시행된다. 이에 따라 노란봉투법은 오는 2026년 3월 초부터 본격적으로 가동될 전망이다. 

노란봉투법 시행에 따라 원청의 지시를 받는 하청업체나 계열사·종속회사도 원청(모기업)에 직접 교섭을 요구하게 되면, 게임 개발·출시를 위해 개발 자회사나 하청업체를 사용하는 게임사(모기업)도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실제로 넥슨의 개발 자회사 네오플은 게임업계 최초로 전면 파업을 진행하며 모기업인 넥슨의 직접 개입을 요구하고 있다. 네오플은 대규모 흥행작인 '던전앤파이터'의 개발사로 성과급 문제를 두고 노사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네오플 노조는 사측이 작년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중국 성과에 힘입어 역대 최고 매출액을 달성했으나, 신작 출시 후 2년간 순이익에 비례해 지급해온 신규 개발 성과급(GI)을 축소했다며 반발해 왔다. 전년도 영업이익 9824억원의 4%에 해당하는 약 393억원을 직원들에게 수익배분금(PS)으로 지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네오플 노조는 지난 8월부터 전면·무기한 파업에 들어갔다. 이에 앞서 7월 11일 넥슨코리아 판교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넥슨의 적극적인 개입을 요청했다. 노조는 "실질적 권한을 가진 넥슨 역시 아무 행동도 하지 않고 있다"며 "더 이상 이 사태를 외면하지 말고 문제 해결의 주체로서 성실하게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노란봉투법 통과로 이러한 네오플 노조의 주장에 힘이 실리게 될 전망이다. 문제는 게임사가 신작 게임 개발과 출시를 위해 개발 자회사나 관련 회사를 종속회사로 두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2024년 말 기준 넥슨의 지주회사 NXC는 네오플·넥슨코리아·넥슨게임즈 등 국내에 종속회사 15개(펀드 등 금융사 제외)를 두고 있다. 2025년 상반기 말 기준 크래프톤은 37개의 연결 대상 종속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같은 기간 넷마블은 57개, 엔씨소프트는 23개의 종속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이들 종속회사가 모기업인 게임사를 사용자로 보고 직접 교섭을 요구하면 진통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법무법인 태평양은 소식자료를 통해 "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 사내하도급이나 도급∙용역∙위수탁계약 등을 체결해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은 사용자성 확대에 따른 교섭의무 부담, 장기간의 분쟁 및 형사처벌 리스크, 쟁의행위 발생에 따른 생산 차질과 매출 감소, 각종 비용 부담 증가 등 사업상 상당한 어려움에 직면하게 된다"고 봤다. 

이어 "하청 노동조합이 요구한 교섭의제 중 일부를 받아들이더라도 전체를 수용하지 않는 이상 단체교섭 거부의 부당노동행위 주장에 따라 각종 분쟁이 발생할 수밖에 없고, 교섭에 응하더라도 교섭이 결렬되면 쟁의행위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개발 자회사와 이러한 분쟁이 현실화되면 게임사는 사업의 원천인 신작 개발이 지연되는 사태를 맞을 수도 있다. 신작이 나와야 실적 개선을 기대할 수 있는 게임사 특성상, 이는 성장동력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게임업계는 아직 노란봉투법의 구체적인 내용이 결정되지 않은 만큼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주목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향후 6개월 동안 노사의 의견을 수렴하고 사용자·노동쟁의 범위 등을 구체적으로 규정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계획이다.  

대형 게임사 관계자는 "노란봉투법이 이제 막 통과되고 아직 가이드라인이 없어서 명확하지 않은 면이 있다"며 "자회사의 쟁의·모기업에 대한 교섭 요구 등에 대한 것도 가이드라인이 나와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가이드라인이 나오면 면밀히 살피고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이비엔(EBN)뉴스센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