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과 모디 총리 [출처=연합뉴스]](https://cdn.ebn.co.kr/news/photo/202509/1677538_694324_3937.jpg)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이어가는 인도를 강하게 비판하면서도, 인도와의 외교적 관계에 대해서는 “걱정할 것이 없다”며 ‘우정 외교’ 기조를 유지하려는 모순된 메시지를 내놨다. 미국이 인도의 주요 수출품에 50% 관세를 부과할 수 있음을 경고한 가운데 나온 발언이라 외교적 파장이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기자들과의 자리에서 “나는 모디 총리와 항상 친구였다. 다만 지금 그가 하는 일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인도와 미국은 특별한 관계다. 걱정할 건 없다. 다만 가끔씩 좋은 순간이 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최근 인도가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지속하며 미국의 대러시아 제재 기조에 어긋나는 태도를 보인 데 대한 불만이 표출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모디 인도 총리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함께 중국에서 열린 정상회담에 참석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백악관 내에서는 인도가 ‘전략적 균형’이라는 이름 아래 미중·미러 간 외교적 거리두기를 유지하려 한다는 인식이 강해졌다.
하워드 루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이날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더욱 직설적으로 인도를 압박했다. 그는 “달러를 지지하든, 미국을 지지하든, 아니면 50% 관세를 내든 선택해야 한다”며 “우크라이나 전쟁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인도가 제재 대상인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도가 미국 상품에 대한 관세를 0%로 낮추겠다는 제안을 최근 받았다고 언급했으나, 이미 협상의 시기가 늦었을 수 있다고 시사했다. 이는 양국 간 무역 협상이 사실상 교착 상태에 빠졌음을 암시하는 발언이다.
모디 총리도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이후 SNS 플랫폼 X를 통해 “인도와 미국은 매우 긍정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글로벌 전략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고 밝혔으나, 미국 측의 연이은 경고 메시지 속에 실질적 돌파구 마련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갈등의 배경에는 인도의 에너지 안보 전략이 자리하고 있다. 인도는 러시아산 원유를 저가에 수입해 정제한 뒤 국제 시장에 재수출하거나 자국 내 소비를 통해 물가 안정을 꾀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전략은 미국 주도의 대러 제재 전선에 반하는 조치로 간주돼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에도 보호무역주의 기조 속에서 인도산 제품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를 시사한 바 있다. 이번 발언은 단순한 외교적 언질을 넘어 실질적 관세 조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인도 정부는 예의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