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지난 2월 13일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열린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지난 2월 13일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열린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인도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러시아산 원유 구매를 중단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는 러시아의 전쟁 자금줄을 차단하려는 미국의 압박 전략이 인도까지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BBC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현지시간 15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에게 "모디 총리로부터 인도가 '짧은 기간 내' 러시아산 석유 구매를 중단할 것이라는 확약을 받았다"며 "이는 매우 큰 조치(a big stop)"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중국이 같은 일을 하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러시아의 최대 수출품인 석유와 천연가스는 크렘린의 핵심 재정 기반이다. 미국은 이를 차단하기 위해 주요 교역국들, 특히 인도와 중국에 러시아산 원유 거래 중단을 요구해왔다. 인도는 러시아산 원유를 할인된 가격에 들여와 자국 내 물가 안정을 유지해왔으나 이로 인해 서방의 비판을 받아왔다.

트럼프 행정부는 인도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 문제를 무역 압박의 지렛대로 활용하고 있다. 미국은 인도산 제품에 50%의 고율 관세를 부과했고 러시아와의 거래에는 추가로 25%의 벌금성 관세를 적용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조치를 "러시아산 석유와 무기 구매에 대한 징벌적 제재"라고 규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도가 석유 수입을 즉시 멈출 수는 없다"며 "과정이 조금 걸리겠지만 곧 끝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인도는 세계 5위 경제 대국으로, 러시아산 원유는 인도의 성장과 물가 안정을 지탱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모디 총리는 수개월째 '중립' 입장을 견지하며 러시아와의 오랜 외교·군사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인도 정부는 미국의 비판에 대해 "이중잣대"라고 반박하며, 미국과 유럽 또한 러시아와 일정 부분 교역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러시아산 석유 문제로 미·인 관계는 긴장 상태에 놓였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모디 총리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모디 총리는 위대한 인물"이라며 "양국 관계는 여전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모디 총리 역시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무역 협상에서의 좋은 진전 상황을 함께 검토했다"고 밝혔다. 다만 양국이 러시아 제재와 에너지 안보를 두고 상반된 입장을 보이는 만큼, 향후 협상 과정에서 외교적 줄다리기는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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