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전경. [제공=국민연금공단]
▶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전경. [제공=국민연금공단]

국민연금이 해외 주식 보유 기업들의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때 초과수익 창출을 위한 시장가치 제고를 우선시하면서도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책임투자 원칙과의 균형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최소 46개 해외 기업의 연례 주주총회에 참여해 총 385개 안건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했다. 이 가운데 미국 증시에 상장된 기업은 43개로, 전체 안건 중 93건(24.2%)에 대해 반대 혹은 일부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사회가 제출한 안건(293건) 중에서는 91.5%(268건)에 찬성표를 던져 경영진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였지만, 사외이사 장기 연임, 과도한 임원 보수, 주총 전자화 등 주주 권익이나 기업가치 훼손 우려가 있는 사안에는 제동을 걸었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공동창업자 래리 페이지의 재선임 안건에 대해서는 출석률 저조를 이유로 반대한 것이 대표적이다.

반면, 정치·이념적 색채가 강하거나 기업 경영에 과도한 개입 우려가 있는 주주제안에는 대체로 반대 입장을 견지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주총에서는 군사용 제품 개발 현황 보고, 인권 침해국 대상 데이터 사업 보고 등 5개 안건에 반대표를 행사했고, 애플과 알파벳 주총에서도 윤리적 AI 활용, 기부금 보고, 기후목표 공시 등 대다수 제안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다만 아동 안전이나 개인정보 보호 등 기업의 장기 가치를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는 주주제안에 대해서는 찬성했다. 메타(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운영사) 주총에서는 아동 보호, 데이터 감독, 딥페이크 대응 등 7건의 주주제안에 찬성표를 던지며 이례적으로 ESG 관련 목소리를 지지하기도 했다.

지배구조 개선 관련 안건에서도 적극적인 입장을 보였다. 최고경영자(CEO)와 이사회 의장 분리(아마존), 사외이사 중심 의장 선임(JP모건, 홈디포) 등 주주 권익 확대와 관련된 제안에는 경영진 반대에도 불구하고 찬성하는 모습이었다.

금융투자업계는 국민연금이 기업 경영진에 대체로 신뢰를 보내면서도, ESG 책임투자 관점에서 주주 가치 제고와 수익성 확보 사이의 균형을 추구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는 국민의 노후자산을 운용하는 기금으로서 수익 극대화를 지향하되, 장기적 투자 안정성과 지속 가능성도 고려하는 기조와 일치한다.

서원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지난 7월 기금운용위원회 회의에서 “기금운용의 최우선 목적은 성과와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책임투자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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