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생성이미지. [출처=오픈AI]](https://cdn.ebn.co.kr/news/photo/202509/1677676_694473_4049.jpg)
K제약바이오의 특허 경쟁력이 흔들리고 있다. 특허는 단순한 지식재산권을 넘어 기업의 기술력과 시장 지배력을 담보하는 핵심 자산으로, 최근 몇 년간 국내 바이오 분야의 특허 출원이 급감하면서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8일 한국바이오협회와 국가지식재산위원회 연차보고서 등에 따르면 한국은 2023년 주요국 산업재산권 출원 현황에서 특허 부문 세계 4위를 기록했다. 출원 건수는 24만3310건으로 글로벌 톱 수준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상황은 반전된다. 한국특허기술진흥센터의 자료를 보면 국내 바이오 분야의 특허 출원 건수는 2014년 3357건에서 시작해 증가세를 이어가던 중 2023년에는 1717건으로 급감했다. 불과 10년 사이 절반 가까이 줄어든 셈이다.
이는 단순한 통계 수치가 아니라 국내 바이오 산업의 ‘경쟁력 경고음’일 수도 있다. 업계에선 특허 출원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투자 심리 위축을 꼽는다.
바이오 산업은 본질적으로 장기 투자와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분야다. 그러나 세계적인 경기 둔화 속에서 벤처캐피탈과 기관투자자들의 투자 여력이 줄어들면서 연구개발(R&D)과 특허 출원에까지 제동이 걸린 것으로 보인다.
한국바이오협회 측은 “국내의 출원 특허 건수가 낮아진 이유가 몇 가지 요인이 있다”며 “최근에는 세계적인 경제 침체가 바이오 업계의 투자 심리를 위축시킨 탓에 출원 건수가 급감한 것이 가장 큰 이유로 제시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특허 출원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국내는 물론 미국·유럽·일본 등 주요 시장에 동시에 출원하려면 수억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하다. 자금력이 취약한 중소 바이오텍 입장에서는 글로벌 특허 전략을 세우기조차 쉽지 않은 실정이다.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특허는 신약 개발과 기술 혁신을 보호하는 방패이자 무기다. 선제적으로 시장을 선점하고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있어 특허는 사실상 기업의 생존과 직결된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거액의 연구개발비를 투자하면서도 막대한 리스크를 감수할 수 있는 이유 역시 ‘강력한 특허’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특허 분쟁에서 패소할 경우 단순히 매출 감소에 그치지 않는다. 인수합병(M&A)이 무산되거나 파이프라인의 기술이전 계약이 무효화되는 등 회사 전체의 존폐를 흔들 수 있다. 특히 국내 바이오텍 기업들은 기술이전을 기반으로 성장하는 경우가 많아 특허의 강도와 범위가 곧 기업 가치와 직결된다.
바이오 업계의 특허 경쟁은 특히 치열하다. 세계지식재산기구(WIPO)의 특허협력조약(PCT)에 따라 출원 후 18개월 동안은 특허 내용이 공개되지 않는다. 이 기간 중 동일하거나 유사한 기술을 여러 기업이 출원하는 경우가 생기는데, 뒤늦게 시장에 제품이 동시에 출시되면 곧바로 소송전으로 번진다.
이 과정에서 국내 기업들은 글로벌 빅파마 대비 자금과 법률적 대응력이 부족하다. 특허 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해당 기술은 물론 기업의 미래 전략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 기술이전이 막히면 핵심 수익원도 단절된다. 결국, 특허 방패가 허술해지는 순간 기업 전체가 무방비 상태로 전락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특허는 곧 기술이고 기술은 곧 기업의 생존으로 특허 경쟁에서 밀려나면 경쟁력이 떨어진다”며 “단순히 출원 건수를 늘리는 것을 넘어 특허의 질적 수준을 높이고 해외 주요 시장에서 방어할 수 있는 글로벌 특허망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