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삼성금거래소]
 [출처= 삼성금거래소]

글로벌 주요 주식시장이 역대 최고치를 연일 경신하는 등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심리가 회복된 가운데서도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金) 가격이 최고치를 기록하며 투자자들의 고민이 깊다.

시장에서도 금 가격에 대한 전망이 엇갈린다. 유동성 확장 시기에는 금 가격이 조정 받을 수 있다는 예측과 최근 금 가격의 상승세는 구조적인 요인으로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뉜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제 금 가격은 지난 9일 트로이온스당 3682.20달러로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이후 11일 기준 3673.60달러로 소폭 하락했다.

국내 금 가격 역시 9일 g당 16만2802.05원으로 최고치를 경신한 후 16만2519.35원으로 주춤한 상태다.

고점 경신 후 다소 쉬어가는 모습이지만 한 달 전만 해도 국제 금 가격은 3400달러를 하회했고, 국내 금 역시 15만원에 못 미쳤다. 갑자기 금값이 치솟은 기점은 8월 잭슨홀 미팅에서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한 이후다.

이 기간 금값만 오른 것은 아니다 미국 뉴욕증시 대표지수인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 나스닥 종합지수는 11일 종가 기준 종전 최고치 기록을 경신했다. 일본 니케이225 지수도 같은 날 4만4372.50으로 최고가를 기록했다.

한국 코스피 지수도 지난 10일 종가 3314.53로 4년 2개월 만에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고, 12일 오전 3378.26까지 오르며 연일 최고가를 다시 쓰고 있다.

보통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의 가격 그래프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 분산 투자 과정에서 주식시장이 위축돼 위험자산 포지션을 줄이면 달러, 채권, 금 등 안전자산의 포지션은 늘리기 때문이다. 반대로 주식시장이 활황이라 주식 투자 수익률이 높을 경우 안전자산 투자 비용을 줄이고 주식 투자 비중을 더 크게 가져가게 된다.

하지만 최근 투자 양상은 주식 투자와 금 투자가 동시에 강세다. 금리 인하가 두 자산 모두 호재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리가 인하되면 채권 가격이 떨어지고 채권 대비 기대 수익률이 높은 주식으로 자금이 이동하게 된다. 또 금리가 떨어지면 시장에 유동성이 풍부해지고 주식시장 거래 증가로 이어진다.

모순적으로 주식 투자 증가가 금 가격도 자극하고 있다. 금 ETF 자금 유입이 금 가격 상승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지난 8일부터 11일까지 △ACE KRX금현물 403억원 △TIGER KRX금현물 312억원 △KODEX 골드선물(H) 61억원 등을 순매수했다. 특히 KRX금현물 ETF는 이 기간 순매수 5, 6위에 나란히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또 다른 측면은 채권 금리 하락에 따라 각국의 정부가 금 매입에 나선 것이 금 가격에 영향을 미쳤다. 각국 중앙은행들은 채권 보유 비중이 큰데 실질금리가 하락할 것을 대비해 무이자 자산인 금 보유 비중을 늘리고 있다.

러시아·중국 등의 중앙은행은 탈달러화 움직임의 일환으로 금 매입을 이어가고 있으며, 다른 신흥국 중앙은행들도 보유자산 다변화 측면에서 금 보유량을 늘리고 있다. 금 공급량은 구조적으로 제한될 수밖에 없는데 중앙은행들의 금 매입이 계속되면서 시중 금 유통량은 감소해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금값 강세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전문가들의 전망은 다소 엇갈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금 가격이 금리 인하에 영향을 받아 가격이 올랐으나 유동성이 확장되는 국면에서 금 보다 다른 자산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지난 2020년 8월 미국 유동성이 급격히 팽창하면서 S&P500 지수는 이를 추종하면서 강세를 보였으나 금 가격은 오히려 조정을 받은 바 있다.

최진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금리 인하를 계기로 부양책이 본격화 될텐데, 유동성이 팽창하는 방향이라면 전통적인 안전자산인 금보다 성장주와 같은 위험자산에 더 많은 기회가 제공될 수밖에 없다”며 “당장은 금이 헷지 수요 덕을 보고 있지만 유동성이 본격화될 때는 상대적으로 낮은 성과에 머물 수밖에 없어 글로벌 유동성 지수를 2개월 후행하는 주식 자산에 집중해야 될 때”라고 조언했다.

반면, 금 가격의 강세는 구조적인 변화에 따른 상승인 만큼 여전히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세계 분절화 심화에 따른 중앙은행 금 매수세, 주요 선진국의 인위적인 저금리 유도 등 금융억압 정책 부작용 헷지를 위한 금 매수세가 이어지는 한 금 가격의 상승세는 유지될 것”이라며 “실질금리와 달러화 약세에 더해 구조적 상승 요인 등을 감안하면 올해 말 금 가격의 적정 이론가격은 4000달러에 육박한다”고 말했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 역시 “단기 숨고르기 장세가 나타난다고 해도 금 가격의 중장기적 우상향 흐름은 유효하다”며 “매크로·금융시장 여건이 금 가격에 우호적이고 무역분쟁 외에도 지정학적 리스크가 주기적으로 불거지는 등 글로벌 불확실성이 높아질 수 있는 여건”이라고 올해 금 가격 상단을 3900달러 수준으로 상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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