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관세 발표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출처=연합]
상호관세 발표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출처=연합]

한미 간 관세 협상이 장기 교착 국면에 빠지면서 국내 주요 산업계 전반에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자동차·철강·반도체·제약 등 핵심 수출 업종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업계 안팎에서는 협상이 지연될수록 가격 경쟁력 약화, 원가 손실 확대, 공급망 교란 등 부정적 파급효과가 불가피하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자동차 업계는 특히 불안이 크다. 한국산 자동차에는 25%의 대미 관세율이 적용되는 반면, 일본은 16일(현지시간)부터 15%로 인하된 관세를 적용받는다.

한국산 자동차의 관세율이 일본보다 10%포인트 높아지면서, 미국 시장에서의 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현재 일본산 자동차보다 저렴한 한국차 가격이 역전될 수 있다. 하나증권은 25% 관세가 부과될 경우 국산 차량 1대당 약 800만 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완성차 업체들은 단기적으로 가격 동결 전략을 유지하고 있으나, 장기화 시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 가격 인상이 어렵다면 차량 옵션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부품 업계 역시 직격탄이 우려된다. 현대모비스는 멕시코 공장을 거점으로 일부 부품을 공급해 비용 부담을 줄이고 있지만, 고관세가 장기화되면 현지 완성차 업체들의 조달 정책이 바뀔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한국산 부품 납품 물량이 크게 줄거나 공급이 중단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 현대제철이 생산한 철강제품 모습. 제공=현대제철
▶ 현대제철이 생산한 철강제품 모습. 제공=현대제철

철강 업계는 이미 지난 6월부터 50%의 대미 관세가 부과되면서 수출 감소가 현실화됐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7월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량은 19만4364t으로, 전년 동월 대비 24.3% 줄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미국 루이지애나에 제철소 건설을 추진 중이지만, 생산 개시는 2029년 이후로 예정돼 있어 당장의 관세 부담을 해소하기 어렵다.

여기에 저가 수입재의 내수 시장 잠식과 전방산업 수요 부진이 겹치며 철강업계는 삼중고를 겪고 있다. 국내 대형 철강사들조차 가동 중단 등 고강도 조치에 나서고 있다.

현대제철은 지난 6월부터 포항2공장 휴업에 들어갔으며, 희망퇴직·전환배치·임금 삭감 등을 시행 중이다. 포스코 역시 지난해 7월 포항제철소 1제강공장과 1선재공장을 폐쇄했다.

반도체와 제약 업계도 안심할 수 없다. 미국은 지난 7월 반도체·의약품 등 주요 품목에 대해 최혜국 대우를 약속했지만, 협상이 지연되면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일본 역시 최혜국 대우를 보장받았다고 발표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서명한 행정명령에는 반도체 관련 조항이 빠져 있었다.

특히 반도체 업계는 긴장감이 높다. 미국은 “한국 반도체를 다른 나라보다 불리하게 대우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반도체 100% 관세”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불안이 증폭됐다.

전문가들은 한국 메모리 반도체의 글로벌 의존도를 고려할 때 미국이 실제로 고율 관세를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고 본다. 관세가 부과될 경우 미국 반도체·IT 기업의 비용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제약 업계는 상대적으로 직접 피해는 크지 않다. 한국 제약사의 대미 수출 비중이 크지 않아 당장 타격은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다만 향후 협상 결과에 따라 관세 체계가 제약·바이오 분야로 확대될 경우 잠재적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주요 수출 산업 대부분이 관세 리스크에 직면해 있는 만큼, 협상이 지연되면 수출 구조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며 “정부가 미국과의 협상에서 최소한의 예측 가능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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