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데헌 열풍에 유통·식품街 ‘함박웃음’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의 글로벌 흥행이 한국 유통·식품업계 전반에 ‘황금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단순한 콘텐츠 성공을 넘어 K-푸드, 편의점, 기획 상품까지 이어지는 소비 경험으로 확장되면서 업계가 함박웃음을 짓는 분위기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케데헌 속 주인공들이 김밥과 라면, 국밥 등을 즐기는 장면이 SNS 밈(meme)으로 확산하면서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서 ‘편의점 김밥 먹기’가 필수 체험 코스로 자리 잡았다.

CU는 최근 7~8월 해외 결제 수단 이용 건수가 전년 대비 185% 증가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김밥 매출은 무려 231% 늘어 전체 성장률의 7배를 기록했다. 불고기·참치마요 계열이 매출 상위권을 차지했고 치즈불닭·불제육 등 매운맛 라인업도 상위 10위에 이름을 올렸다.

CU는 영화 속 장면을 그대로 구현해 ‘한 줄 통김밥’을 내놓고 ‘김밥 한입 먹기 챌린지’ 밈을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패키지에는 ‘No-cut beef bulgogi kimbap’이라는 문구를 넣어 외국인 관광객의 이해를 돕기도 했다. 이밖에 라면(99%), 스낵(53%), 김치(38%) 등도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GS25는 이날부터 케데헌 협업 제품을 선보인다. 대표 신제품은 참치마요&전주비빔 반반김밥, 전주비빔&제육 커플 주먹밥, 모둠 분식세트 등이다. 올해 판매 우수 상품으로 꼽힌 아이스 브륄레도 케데헌과 협업해 새로 선보인다.

출시되는 모든 상품에는 ‘케데헌 씰(스티커)’이 랜덤으로 1개 동봉된다. 총 42종으로 구성된 이번 한정판 씰은 글로벌 팬덤을 겨냥한 수집형 굿즈다. GS25는 지난 10일 해당 협업 상품을 대상으로 사전 예약을 진행했다. 그 결과 하루 만에 약 7000개(약 4000만원)가 예약됐다. 세븐일레븐도 7~8월에 김밥, 컵라면 매출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심은 케데헌 속 라면·과자 장면이 화제가 되자 넷플릭스와 협업해 ‘스페셜 에디션’을 출시했다. 특히 ‘케데헌 한정판 신라면’ 1000세트는 판매 시작 1분 40초 만에 완판됐다. 이른바 ‘케데헌 효과’로 농심과 농심홀딩스 주가는 고공행진 중이다. 농심 주가는 지난 12일 장중 57만9000원으로 52주 신고가를 기록했다. 농심홀딩스는 지난 15일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농심은 이런 기세를 몰아 미국에서도 케데헌 협업 제품을 선보였다. 실제 미국 대형 유통채널인 월마트, 코스트코, 크로거 등에 지난주부터 이번 주 사이에 협업 제품 출고가 이뤄졌다. 향우에는 수출을 통해 유럽과 동남아에도 협업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케데헌 열풍은 베이커리 업계까지 번지고 있다. 파리바게뜨는 △소다팝 케이크 △곶감 파운드 △치즈가 부드러운 시간(케데헌 에디션) 등 협업 제품 7종을 선보였다. 지난 8~9일 진행된 사전 주문에서 준비 물량이 조기 마감되면서 흥행을 입증했다.

오는 27일부터는 ‘케데헌 전용 쇼핑백’을 출시한다. ‘파바에서 만날래?’라는 문구와 파란 고양이 캐릭터가 인쇄된 패키지는 단순한 포장재를 넘어 선물세트의 가치를 더욱 높여주는 요소로 기능한다. 곶감파운드, 약과티그레, 쑥떡쿠기 등 케데헌 선물류 3종 중 1종 이상 구매 시 유상 제공된다. 가격은 500원이다.

업계 관계자는 “K-팝과 애니메이션, K-푸드가 연결되면서 외국인 관광객에게는 새로운 체험을, 국내 소비자에게는 특별한 굿즈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며 “향후 콘텐츠와 리테일 간 협업은 브랜드 자산을 키우는 핵심 전략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