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관광객들이 지난 14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2025 서울헌터스 페스티벌’에서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 수록곡 ‘골든’을 부르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외국인 관광객들이 지난 14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2025 서울헌터스 페스티벌’에서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 수록곡 ‘골든’을 부르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글로벌 흥행작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의 배경지가 외국인 관광 코스로 탈바꿈했다. 낙산공원, N서울타워, 북촌한옥마을을 따라 외국인 관광객이 몰려드는 풍경은 낯설지 않다. 더 눈길을 끄는 건 여행자들의 선택이 ‘쇼핑’과 ‘명소’에 머무르지 않고 방탈출카페와 노래방, PC방 같은 한국인의 일상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이다.

17일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 7월 한국을 찾은 외국인은 173만3199명으로 코로나19 이전인 지난 2019년 대비 119.7%를 기록하며 역대 최대치를 찍었다. 서울 방문객만 136만명으로 전체의 78%를 차지했다.

오는 29일부터 시행되는 중국인 단체관광객 무비자 제도까지 더해지면 방한 인바운드 규모는 내년 상반기 또 한 번의 정점을 찍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 관광업계 관계자는 “콘텐츠 소비와 실제 방문이 직결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단순 관광객 유치에서 나아가 K-콘텐츠와 K-일상이 결합된 체험형 상품으로 발전시켜야 재방문율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숫자가 말해주듯 K-콘텐츠의 글로벌 흥행은 단순한 팬덤 현상을 넘어 한국을 직접 찾는 발걸음으로 이어졌다.

K-콘텐츠가 글로벌 흥행에 성공하면서 관광객의 관심은 ‘생활형 체험’으로 쏠렸다. 관광공사 ‘방한 외국인의 K-일상 체험법’ 보고서에 따르면, 올 상반기 방탈출카페 이용률은 전년 대비 1419% 폭증했고, 전자오락실(547.6%), PC방(81.5%), 노래방(54.8%)도 급증했다. 이는 방한 관광객들의 여행이 단순히 명소를 ‘보는 관광’에서 탈피해 현지 문화를 ‘직접 체험하는 관광’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 다른 관광업계 관계자는 “최근 외국인들이 한국을 ‘살아보는 여행’으로 경험하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며 “단순 투어보다 체험형 액티비티 상품이 더 빨리 매진되는 추세”라고 밝혔다.

이에 국내 여행업계도 발빠르게 대응 중이다. 하나투어ITC는 네이버와 손잡고 인바운드 전용 예약 기능을 연동했으며, 놀유니버스는 서울관광재단·인터파크 글로벌과 협력해 티켓 유통과 CRM 기반 마케팅을 확대했다. 노랑풍선은 다국어 시티버스를 도입했고, 올마이투어는 지역 숙소 직계약을 늘려 국가별 맞춤형 상품을 출시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의 사자보이즈. [출처=유튜브 ‘넷플리스 코리아’ 영상 캡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의 사자보이즈. [출처=유튜브 ‘넷플리스 코리아’ 영상 캡처]

하지만 취약점도 존재한다.

여행업계에서는 K-콘텐츠 열풍이 방한 수요를 키우는 데 긍정적이지만 여전히 서울에 집중된 구조가 한국 인바운드 산업의 아킬레스건이라고 지적한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K-콘텐츠 덕분에 인바운드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건 분명 호재지만 산업 구조는 아직 서울 중심”이라며 “인천·부산·강원 등으로 외연을 확장하지 못하면 성장의 한계가 빠르게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숙박 인프라 역시 개선해야할 점이다.

글로벌 숙박 플랫폼 에어비앤비 등은 외국인관광도시민박업 규제 완화를 꾸준히 요구하고 있다.

현행 제도는 실거주 요건과 내국인 금지, 건축물 제한 등으로 일반 주택을 활용한 숙박업 진입이 어렵다. 소방법·위생법 등 인허가 요건까지 충족해야 해 최소 3~6개월이 걸린다.

또 다른 여행업계 관계자는 “호텔은 수용 능력에도 한계가 있고, 가격 경쟁력에서도 불리하다”며 “외국인 수요가 몰리는 상황에서 숙박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면 성장세가 금세 둔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숙박 규제는 안전, 세제, 지역 주민과의 갈등 문제까지 얽혀 있어 신중할 수밖에 없다”며 “인바운드 시장의 지속적 성장을 위해 규제 완화와 안전 관리 사이의 균형점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케데헌은 단순한 콘텐츠를 넘어 외국인을 끌어들이는 경제적 자산으로 기능하고 있다. K-콘텐츠가 ‘첫 번째 방문 이유’를 만들고, K-일상 체험이 ‘재방문 이유’를 만드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여행업계는 이 변화를 단순한 특수가 아닌 구조적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은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기업이 얼마나 빠르게 대응하고, 정부가 얼마나 유연하게 제도를 손질하느냐가 향후 한국 인바운드 산업의 성장 곡선을 결정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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