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출처=삼성중공업]](https://cdn.ebn.co.kr/news/photo/202509/1679505_696629_553.jpeg)
조선업계가 슈퍼사이클(초호황기)과 한미 조선업 협력 ‘마스가(MASGA)’ 프로젝트 기대감을 발판 삼아 자본시장 신뢰 회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10년 만에 공모채 발행에 나서 최대 3000억원 조달을 추진하고, HD현대와 한화오션은 하반기 회사채 발행에서 잇달아 완판을 기록했다. 전략산업으로 위상이 격상된 K-조선이 자금조달 여건까지 개선하며 투자 흐름이 강조되는 모습이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오는 30일 1500억원 규모 공모 회사채 발행에 나선다.
2년물 500억원, 3년물 1000억원으로 구성됐으며,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3000억원까지 증액이 가능하다. 대표 주관사는 신한·한국·NH투자증권이다.
삼성중공업이 공모채 시장을 두드리는 것은 2015년 이후 약 10년 만이다. 회사는 주력사업인 해양플랜트 부문의 막대한 손실과 조선업 불활 속에 2015년부터 2022년까지 8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당시 누적 영업손실만 6조원을 넘어섰다.
이후 대규모 유상증자와 무상감자를 단행해 재무 개선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신용등급이 하락해 공모 시장 접근이 막히자, 사모채와 기업어음(CP)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올해 나이스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가 잇따라 장기 신용등급을 ‘A-’로 상향 조정하면서 공모 시장 복귀 발판이 마련됐다.
한국기업평가는 "삼성중공업은 지난 2023년 영업이익 흑자 전환 후 선박 건조물량 내 저가 잔고비중 역시 지속적으로 축소되면서 본원적 수익창출력의 개선추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조달 자금은 전액 설비 투자에 쓰인다. 무인화·자동화 로봇 설비에 500억원, 유틸리티 증설 및 보완에 1000억원을 투입해 생산 공정을 고도화하고 기반 인프라를 확충한다. 회사는 올해 작업장 합리화 및 생산성 향상을 위해 3000억원의 투자를 진행 중이며 내년까지 생산능력 확충을 위해 3500억원을 추가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한화오션과 HD현대는 이미 시장의 높은 신뢰를 입증했다. 지난 7월 한화오션은 700억원 모집에 4110억 원이 몰리며 모집액의 6배 수요를 기록했다. HD현대는 1500억원 모집에 1조3000억원이 몰리며 발행액을 3000억원으로 확대했다.
투자자들이 몰린 배경에는 업황 호황과 신용도 개선이 자리한다. 과거 경기 민감 업종으로 저평가받던 조선업이 고부가 선박 중심의 수주와 수주잔고 확대를 기반으로 실적을 회복하면서 자본시장에서 K-조선에 대한 신뢰도가 한층 높아진 것이다.
여기에 한미 협력 사업인 ‘마스가’ 기대감도 작용한다. 미국의 조선업 부활 전략 속에서 한국 조선업은 핵심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투자자들 입장에서도 단기 업황 개선이 아닌 구조적 성장 동력으로 인식되면서 장기 자금 운용까지 가능해진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는 안정적인 자금 조달을 바탕으로 생산성 혁신을 위한 설비 투자와 장기 재무 안정화를 추구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슈퍼사이클과 마스가 프로젝트 기대감 속에서 한국 조선업이 글로벌 전략산업으로 입지를 굳히고 있다”면서 “대규모 글로벌 투자와 함께 생산성 혁신과 재무 안정화를 위한 장기 투자도 안정적으로 이어갈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