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전국금융산업노조]
[출처=전국금융산업노조]

국내 은행원을 대표하는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의 총파업 현실화 여부가 오늘 교섭 결과에 달렸다. 노조가 요구하는 주 4.5일 근무제 도입, 임금 5% 인상, 정년 연장 등이 수용되지 않을 경우 예고대로 오는 26일 총파업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업권 안팎에선 총파업에 따른 금융소비자 불편 가중 시 여론의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노조와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는 이날 오후 4시께 2차 대대표 교섭을 진행한다. 

앞서 금융노조가 지난 1일 조합원 대상 쟁의행위 찬반 투표(찬성률 94.98%)를 거쳐 총파업을 확정지은 만큼 파업 전 사실상 마지막 교섭이다.

파업이 현실화되면 KB·신한·하나·우리 등 주요 시중은행과 산업·기업·신보 등 정책금융기관까지 동참할 전망이다. 2022년 9월 이후 3년 만의 파업이다. 

대규모 파업인 만큼 영업점 전면 셧다운은 아니더라도 일부 영업 위축으로 소비자 불편은 불가피하다.

금융노조 측은 주 4.5일 근무제 도입과 연봉 5% 인상, 신입사원 채용 확대, 정년 연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김형선 금융노조 위원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저출생, 돌봄 공백, 지역 소멸 등 국가적 위기를 해결하려면 노동시간 단축은 필수”라며 “금융노조가 주 5일제를 처음 도입했던 것처럼 주 4.5일제도 사회적 책임 차원에서 앞장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사측의 경우 주 4.5일제 근무제 도입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며, 금융노조가 제시한 임금 인상안의 절반 수준인 2.4% 인상률을 고수하고 있다. 

대면 고객서비스를 제공하는 은행업의 특성상 금요일 오후에 은행원들이 조기 퇴근하면 소비자 특히 고령자 등 금융소외층의 불편을 초래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사측은 또 임금 삭감 없이 근로 시간만 단축될 경우 인건비 상승 부담을 걱정하고 있다.

양측의 입장차가 큰 만큼 합의점을 도출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실제 양측은 38차례 교섭을 진행했음에도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금융노조는 교섭 일정과 별도로 오는 24일 기자회견을 연다는 계획이다. 총파업의 불가피성과 구체적인 방법, 그리고 총파업을 통해 만들어가 고자 하는 사회적 변화에 대해 국민과 언론 앞에 설명하는 자리를 갖게다는 것이다. 

문제는 여론이다. 은행권의 고연봉·금융사고 문제로 여론이 곱지 않은 상황에서 파업이 강행되면 역풍이 예상된다.

금융감독원 공시와 금융통계정보시스템 등에 따르면 시중·특수·지방은행의 2024년 기준 직원 수는 모두 10만9625명, 이들의 연간 급여 총액은 12조3147억원으로 1인당 평균 1억1200만원 꼴이다.

같은 해 고용노동통계상 전 산업 5인 이상 사업장의 1인당 평균 월 급여를 연 단위로 환산한 5338만원의 두 배를 훌쩍 넘는 수준이다. 고임금 노동자들의 '근무시간 단축·임금 인상' 요구는 공감대를 얻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올해 들어서만 5대 은행 금융사고 피해액이 2269억9800만원으로 지난해 전체 규모를 넘어선 점도 부정적 시선을 키우고 있다.

총파업과 관련해 여당의 전폭적인 지지는 못받고 있는 상황이다. 전날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금융산업 노사가 제대로 된 주 4.5일제 도입 논의를 하지도 못한 채 금융노조가 총파업을 예고한 것은 안타깝다"고 했다.

한 정책위의장은 "금융산업 노사가 파업이라는 극단적 대결보다는 상호 양보와 타협을 통해 자율적으로 주 4.5일제를 도입하기 위해 대화를 진행해 주길 바란다"며 "민주당과 이재명 정부는 이러한 노사간 자율적인 주 4.5일제 도입 논의 등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OECD 평균 수준으로 실노동 시간을 단축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여론의 역풍이 부담돼 노조가 실제로 파업을 감행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노사 간 입장차가 워낙 커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경우 파업 강행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일반 국민들의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 상황에서 소비자 불편이 가중된다면 은행권을 향한 여론 악화가 심화될 수 있다"며 "임금은 더 받고 일은 덜 하겠다는 식으로 비춰질 수 밖에 없는 구조인데, 이 부담을 이겨내고 노조가 투쟁을 이어나갈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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