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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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이 '소비자 중심 금융'이라는 새 정부 기조에 맞춰 잇따라 소비자보호 체계 강화에 나서고 있다. 보이스피싱 무과실 배상제, 징벌적 과징금 도입, 불완전 판매 제재 강화 등 금융당국의 압박이 커지면서다.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는 그룹 전략 차원에서 소비자보호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연이어 '소비자보호는 최우선 가치'라며 금융사의 근본적 체질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홍콩 ELS 사태 등 불완전 판매 과징금, 롯데카드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계기로 한 징벌적 과징금 도입, 보이스피싱 배상 등 소비자보호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대규모 비용을 감당해야하는 상황이다.  

KB금융은 영국 금융감독청(FCA)의 ‘소비자 의무’를 벤치마킹해 자체 ‘소비자보호 가치체계’를 정립했다. 상품 소싱 단계부터 판매·사후관리까지 소비자 권익을 최우선 기준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AI 기반 이상거래 탐지 고도화, 보이스피싱 예방 교육 확대 등도 병행한다.

신한금융은 소비자보호부서를 세분화해 8개 전담팀을 운영하고 KPI에 소비자보호 과제를 의무 반영했다. 그룹 차원에서 전 계열사 CCO가 참여하는 위원회를 운영하며 통합 거버넌스를 제도화했다.

하나금융은 투자성 상품 리스크 관리 체계에 특허를 취득해 불완전판매 방지에 나섰다.  '거버넌스, 상품 기획, 판매, 사후관리 및 내부통제에 이르는 최적화된 금융소비자보호체계'를 구축해 소비자보호 권한, 의무, 책임 관계 프로세스를 마련했다.  

우리금융은 은행권 최초로 ‘금융사기예방 전담부서’를 신설했다. CCO 임기를 최소 2년 보장하는 등 제도적 장치를 강화했다. 임종룡 회장은 "금융소비자보호는 그룹의 궁극적 경영 목표"라며 전 계열사에 체계 구축을 지시했다.

상호금융은 '금융소비자보호법'을 적용받지 않지만 농협은행은 금융소비자보호 내부통제위원회를 운영하며, 의심계좌 모니터링과 비대면 안심차단 서비스 등을 시행하고 있다.

소비자 보호 실패하면 대규모 과징금…비용 늘고 순익 감소 

앞으로 소비자보호 실패로 은행권이 감당해야 할 과징금이나 배상 수준은 높아지는 추세다. 이는 순이익 감소로 직결 될 수 있다.

최근 롯데카드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서 보듯 보안 관리 미흡은 대규모 징벌적 과징금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금융위는 "보안 사고에 사회적 파장에 상응하는 결과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정부가 보안 시스템 개선을 요구했는데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금융사에는 ‘이행 강제금’도 부과하기로 했다.

홍콩 ELS 사태와 같은 불완전 판매 건이 발생하면 판매 금액을 감안해 과징금이 부과된다. 최근 금융당국은 금융소비자보호법상 과징금 기준인 '수입'의 의미를 '거래(판매)금액'으로 확정했다. 은행권 ELS 판매금액이 13조원을 넘어서면서 대규모 과징금이 불가피하다. 다만 당국이 자율배상을 감경 사유로 정함에 따라 과징금 규모가 어느정도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보이스피싱 무과실 배상제 도입도 눈앞에 다가왔다. 소비자가 사기범에게 속아 송금해도 은행이 피해액을 배상해야 하는 구조다. 배상 요건·한도·절차는 논의 중이지만 은행권은 사실상 새로운 비용 부담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다만 은행권의 대응책은 제도 정비 차원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KPI 개선과 전담부서 신설 같은 조치는 의미 있지만, 실제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피해구제 속도·불완전판매 차단 효과가 담보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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