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에서 건조 중인 이중연료추진 선박 [출처=EBN]](https://cdn.ebn.co.kr/news/photo/202509/1680570_697861_5145.jpg)
[울산=진명갑 기자] 글로벌 조선 시장이 ‘친환경’이라는 거대한 변곡점을 맞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의 탄소 감축 규제가 강화되면서, 한국 조선업계는 저가 공세를 앞세운 중국과의 경쟁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이 흐름 속에서 HD현대중공업이 세계 조선 패권의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중연료 추진 선박을 앞세워 신뢰와 기술력으로 시장의 룰을 다시 쓰고 있는 것이다.
이중연료 추진 선박은 이름 그대로 두 가지 연료를 번갈아 사용하는 차세대 친환경 선박이다. 평상시에는 기존 디젤유를 사용하지만, 국제항로 진입이나 항만 인근과 같이 규제가 강화된 구역에서는 LNG·메탄올·암모니아 등 대체연료를 쓴다.
이 방식은 화석연료의 안정성과 편의성을 유지하면서도 온실가스와 황산화물 배출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IMO가 2050년까지 해운업 탄소배출 ‘넷제로(Zero)’ 목표를 제시한 가운데, 이중연료 추진 선박은 과도기적 친환경 해법으로 각광받고 있다.
■ “메이드 바이 현대”라는 신뢰
“50년 간의 신뢰, 신기술 선박 분야에서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만난 이진 문화부문 상무의 말에는 자신감이 묻어 있었다.
이진 상무는 “조선업은 안전문제 등으로 보수적 성향이 강한 편으로, 선주들은 검증되지 않은 기술에 절대 발주하지 않는다”며 “하지만 ‘메이드 바이 현대’라는 이름에는 프리미엄이 붙는다”고 강조했다.
최신 기술이 적용된 선박은 운영 위험이 크다. 예기치 못한 사고가 발생할 경우 천문학적인 배상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발주처는 반드시 신뢰할 수 있는 조선사를 택한다.
이 때문에 가격 경쟁력을 내세운 중국 조선사들이 추격하고 있지만, LNG·메탄올·암모니아 등 고부가·고위험 분야에서는 여전히 HD현대중공업의 기술력과 브랜드 파워가 앞선다는 게 업계 평가다.
실제로 HD현대중공업은 2012년 세계 최초로 디젤과 LNG를 동시에 사용하는 이중연료 엔진을 개발했다. 또 2023년에는 세계 최초로 중형 암모니아 추진선 수주에 성공하며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이 상무는 HD현대중공업의 또 다른 강점으로 기자재 국산화율을 꼽았다. LNG 이중연료 추진선의 경우 주요 기자재의 90% 정도의 국산 기술로 채워진다. 단순 건조 능력을 넘어, 한국형 친환경 선박 생태계를 구축했다는 의미다.
특히 HD현대중공업은 선박 건조와 엔진 제작을 동시에 아우르는 세계 최고 수준의 조선사다. 글로벌 1위 엔진사 MAN과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며 차세대 연료 엔진 기술을 선도하고 있다.
![이진 HD현대중공업 문화부문 상무가 울산조선소에서 건조 중인 이중연료 추진 선박을 설명하고 있다. [출처=HD현대중공업]](https://cdn.ebn.co.kr/news/photo/202509/1680570_697864_5412.jpg)
■ 이중연료 기술로 美 협력 본격화
HD현대중공업은 이중연료 추진 선박 기술을 앞세워 미국과의 협력도 확대하고 있다. 지난 6월 미국 조선사 에디슨 슈에스트 오프쇼어(ECO)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양사는 오는 2028년까지 ECO 조선소에서 중형 LNG 이중연료 컨테이너선을 공동 건조할 계획이다. HD현대중공업은 설계와 기자재 구매 대행, 건조기술 지원 등을 제공하고 일부 블록을 제작해 공급한다. ECO는 현지 사업 관리와 생산을 담당한다.
이진 상무는 “이중연료 추진 선박은 단순히 새로운 시장이 아니라, 현대중공업이 다시 한 번 세계 조선사(造船史)를 새로 쓰는 무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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