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의 필리조선소.[출처=EBN DB]
한화오션의 필리조선소.[출처=EBN DB]

국내 조선업계가 미국과의 협력, 해외 진출 확대라는 새로운 기회를 맞이했다. 그러나 이를 성과로 연결하려면 업황 모멘텀 유지와 현지 건조 효율성 확보 등 전략적 준비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한국 조선업은 호황 국면에서 미국발 정책 변화, 중국의 추격, 국내 조선사들의 잇따른 해외 진출이 맞물리며 갈림길에 서 있다. 글로벌 조선업 환경이 기회를 열어주고 있지만, 성공적 안착을 위해서는 친환경선 수요 대응, 특수선 강화, 현지화 과제가 뒤따른다.

8일 한국신용평가는 '호황 속 조선업, 변곡점에 서다 – 미국발 변화와 해외 진출 확대' 제하 보고서에서 "미국은 중국의 해양력 확대에 대응해 다양한 방안을 추진 중이며, 향후 협력 수준에 따라 국내 조선업의 지형이 달라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먼저 미국발 변화에 주목했다. 중국은 이미 미 해군을 추월할 만큼 함정 건조량을 늘렸고, 미국은 선박법(Ships for America Act)와 항만 수수료 부과 등으로 맞서고 있다. 이는 동맹국 조선업계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특히 한국 조선사들이 특수선 분야에서 미국과 협력한다면 단순한 수익을 넘어 상선 위주의 실적 변동성을 완화할 수 있다. 다만 대미 투자 확대가 재무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주의해야 한다.

김현준 수석애널리스트는 “국내 야드만으로는 대규모 발주를 소화하기 어렵고, 중국의 가격 경쟁도 거세다”며 “노동집약적 산업 특성상 장기적으로 인력 확보가 어려운 국내 현실은 해외 진출을 불가피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해외 진출 성공 조건도 제시했다. 첫째, 상선 수요 기반이 유지돼야 한다는 점이다. IMO 환경 규제로 친환경선 교체 발주가 불가피해 컨테이너선, 탱커, LNG선에서 발주 모멘텀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둘째, 특수선 비중 확대다. 각국의 해군 현대화 수요가 늘어나면서 방산 분야 진출 여지가 커지고 있다. HD현대와 한화 모두 이에 맞춰 관련 사업을 중장기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셋째, 현지 생산 효율성이다. 단순한 설비 이전이 아니라 현지 인력 교육, 기술 이전, 공급망 관리, 문화적 이해가 병행돼야 한다. 과거 일본 조선사들의 브라질 투자 실패처럼 현지화 전략이 없으면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

김 수석애널리스트는 “지금은 미·중 갈등의 반사이익 속에서 한국 조선업이 중국과 격차를 벌릴 수 있는 시기”라며 “업황 모멘텀을 기반으로 특수선 확장과 현지화 전략을 병행할 때 호황이 지속가능한 경쟁력으로 전환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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