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해운 벌크선 케이 아스터(K.ASTER)호. [출처=SM그룹 ]
대한해운 벌크선 케이 아스터(K.ASTER)호. [출처=SM그룹 ]

미국과 중국의 통상 갈등이 ‘관세 전쟁’을 넘어 해운 분야로 번지고 있다.

해상무역 시장의 ‘큰 손’인 양국이 서로를 향해 항만수수료(Port Fee)를 부과하면서 세계 해운시장이 일제히 긴장하고 있다. 

글로벌 선사들은 항로와 선대를 조정하며 대응에 나섰고, 운항 비용 부담이 확산되면서 시황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 미중 항만세 '맞불'…무역 갈등 재점화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14일(현지시간)부터 중국산 선박이 미국 항만에 입항할 때 순톤당 18달러 또는 컨테이너당 120달러의 수수료를 부과한다. 해당 요율은 향후 3년간 매년 5달러씩 인상된다.

또 중국인이 소유하거나 운영하지만 중국에서 건조되지 않은 선박의 경우, 순톤당 50달러에서 시작해 매년 30달러씩 올린다. 미국 정부는 이번 조치를 “중국의 해운·조선 보조금 정책에 대응하기 위한 무역법 301조(Section 301)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에 맞서 중국 교통부는 같은 날부터 미국 관련 선박에 순톤당 400위안(약 56달러)의 항만 요금을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대상은 미국 국적 및 미국 건조 선박뿐 아니라, 미국 개인·기업이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25% 이상 지분(의결권·이사회 참여 포함)을 보유한 선사까지 포함됐다. 사실상 미국 자본이 일부라도 포함된 글로벌 선사 상당수가 과세 대상에 걸린다.

중국은 2028년까지 단계적으로 세율을 올려 순톤당 1120위안(약 158달러)까지 인상할 계획이다.

결국 항만세 전쟁은 양국이 서로의 조치를 그대로 되받아치는 ‘보복전’ 양상으로 번졌다. 양국 간 통상 갈등이 조선·해운 분야까지 확전된 셈이다.

■ 글로벌 선사, 선대 재배치…中 국적선사엔 '직격탄'

글로벌 선사들은 지난 4월 미국이 항만수수료 부과 계획을 발표한 이후 선대 재배치와 항로 조정 등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중국 대표선사 코스코(COSCO)의 오션얼라이언스 파트너인 프랑스 CMA-CGM은 수수료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비상계획’을 가동했다. 북미항로에서 중국산 선박을 최대한 제외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반면 중국 국적선사들은 정면 대응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코스코가 보유한 선박의 59%가 자국 조선소에서 건조된 선박으로, 대체항로 확보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코스코는 "서비스 축소나 추가 할증료 부과 계획은 없다"며 태평양항로 운항을 유지하겠다고 밝혔지만, 달리 뚜렷한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HSBC는 보고서에서 코스코와 계열사 OOCL의 내년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이 항만 입항료가 본격 부과될 경우 전년 대비 각각 74%, 65%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 선주사인 시스팬(Seaspan)은 규제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본사를 홍콩에서 싱가포르로 이전하기로 결정했다.

■ 운임 약세 속 불확실성 확대…韓 해운·조선업계도 긴장

글로벌 해운 시황이 약세를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번 미·중 항만세 전쟁은 공급망 불확실성을 한층 키우고 있다. 항만 이용비용 증가는 운항 효율 저하와 물류비 상승으로 직결될 수 있다고 업계는 분석했다.

국내 해운·조선업계도 긴장하고 있다. 북미향 선박 수주와 글로벌 MRO(정비·보수) 협력, 항만 인프라 투자를 추진 중인 기업들은 미·중 통상 마찰이 장기화될 경우 프로젝트 일정 지연과 추가 비용 발생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이미 관세 여파로 글로벌 교역이 위축되면서 운임이 하락하고 시황이 약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항만 수수료까지 더해지면서 그야말로 '새우등 터지는' 처지"라며 "미·중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시황 회복 전망 자체가 한층 어두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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