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이 14일 한국거래소에 열린 'AI반도체 시장 전망' 세미나에서 발표하고 있다. [출처= 최수진 기자]](https://cdn.ebn.co.kr/news/photo/202510/1682008_699511_3932.jpg)
삼성전자가 3분기 시장 기대치를 뛰어넘는 실적을 거두면서 실적과 관련된 재료가 소진되면서 숨고르기에 나섰다.
최근 가파른 주가 상승세에 밸류에이션 부담이 더해진 만큼 삼성전자에 대한 투자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AI반도체 시장의 성장세 속에서 그동안 빛을 보지 못했던 삼성전자의 수혜 가능성에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날 오전 장중 9만6000원을 기록하면서 전고점(9만6800원)에 근접했으나 이후 보합권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이날 3분기 연결기준 잠정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86조원, 12조1000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시장의 예상치를 크게 웃돈 규모다.
호실적에 힘입어 52주 신고가를 경신했으나, 최근 삼성전자의 주가 랠리가 3분기 실적 개선 기대감을 선반영해온 만큼 실적 발표 후 단기 재료 소진에 따른 일부 차익실현 매물이 출회된 영향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밸류에이션 부담이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과 중국의 관세 갈등이 쉽사리 해소되지 않고, AI 거품 논란, 중국의 추격 등 불확실성이 산재해 있어 추가 투자에 대한 고민도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적어도 2028년까지 AI반도체에 대규모 투자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반도체 업종이 주도주의 역할을 계속 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그동안 HBM 시장에서 다소 뒤쳐졌던 삼성전자가 오픈AI가 흔드는 판도에서 입지를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오픈AI는 AI 반도체 가속기를 자체 설계하고 AMD, 브로드컴 등 글로벌 파트너들과 협력하고 있으며 대규모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인 '스타게이트'를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핵심 부품 공급망에 진입할 가능성이 커졌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날 한국거래소에 열린 'AI반도체 시장 전망' 세미나에서 "지금까지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은 엔비디아, TSMC, SK하이닉스로 이뤄진 삼각 편대가 주도했지만, 오픈AI가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통해 다양한 수요처를 확보하면서 삼성전자에도 본격적인 기회가 열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브로드컴, AMD 등 HBM 수요 증가 기업들이 삼성의 제품을 적극 채택하고 있으며, 이는 삼성전자의 판로 확대로 이어질 전망이다.
노 센터장은 "삼성은 4세대 HBM인 HBM3E 공급 확대와 함께 내년부터 실적 기여도가 가시화될 것"이라며 "2028년에는 HBM 단일 제품만으로 100억 달러 이상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되며, 삼성전자도 수혜를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지속 성장하고 있다. 올해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사상 최고치인 2010억 달러 규모가 예상되고 범용 반도체 가격은 3분기부터 D램과 낸드 모두 상승 중인데, 내년 1분기까지도 이 같은 상승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노 센터장은 "삼성전자의 주요 경쟁력인 엔터프라이즈 SSD 시장이 AI 추론 수요 확대와 함께 구조적으로 성장 중"이라며 "이러한 변화는 더 강한 주가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가 3분기에도 범용 메모리 가격 상승 효과로 실적 개선에 성공한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D램에 낸드 시장까지 수급이 개선되고 있다는 점은 앞으로도 삼성전자가 안정적인 실적을 유지할 수 있는 동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파운드리 부문에서도 변화의 조짐이 감지된다. 노 센터장은 "TSMC의 가격 정책에 대한 불만이 커지면서, 테슬라가 삼성의 2나노 파운드리 공정을 채택한 사례처럼 대체 공급처로서 삼성의 희소가치가 부각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테슬라와의 협력은 단순한 수익성보다 선단공정 신뢰도를 입증하는 트랙 레코드 측면에서 전략적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노 센터장은 "HBM 중심으로 메모리 반도체의 성격이 바뀌면서 삼성전자도 기존 커머디티 시장의 밸류에이션 프레임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며 "엔비디아가 2028년 데이터센터 Capex로 1조 달러를 예상하는 등 AI 인프라 확대 사이클이 이어지는 만큼, 삼성전자 역시 실적과 주가 측면에서 동반 성장이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메리츠증권 역시 AI 시대 D램의 구조적인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반도체는 과거 커머디티 속성을 벗어나 스페셜티 시대로 변모하고 있다"며 "AI 데이터센터 위주의 대규모 수요 증가는 향후 수요 곡선을 계단식 폭증으로 변모시켜 2026~2027년 내 급격한 공급 부족 사태를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