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재무부 장관 스콧 베센트가 2025년 10월 15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IMF/세계은행 연례 회의에 참석해 미국 무역대표 제이미슨 그리어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https://cdn.ebn.co.kr/news/photo/202510/1682237_699760_328.jpg)
미국이 중국의 희토류 수출 규제 강화 계획을 철회하는 조건으로 중국산 제품에 대한 고율 관세를 더 오랜 기간 유예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다시 격화되는 가운데 희토류를 둘러싼 전략적 긴장이 글로벌 공급망 전반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은 15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중국이 희토류 수출 제한 계획을 철회한다면 미국은 관세 유예를 연장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더 긴 유예가 가능하겠느냐는 질문에, 그럴 수도 있다"며 "이 문제는 앞으로 몇 주간 협상에서 다뤄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미국과 중국은 올해 초부터 최대 145%에 달하는 수입 관세를 90일 단위로 유예해 왔으며 다음 기한은 11월로 다가오고 있다.
베센트 장관은 "중국의 희토류 통제는 단순한 무역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 제조업과 공급망을 위협하는 조치"라며 "미국은 동맹국들과 공동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은 지난주 새로운 규정을 발표해 중국산 희토류가 극미량이라도 포함된 제품을 수출할 경우 정부 승인을 받도록 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1일까지 중국산 제품에 추가로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하면서 시진핑 주석과의 정상회담 취소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베센트 장관은 "중국의 관료들이 전 세계 공급망을 통제할 수는 없다"며 "우리는 호주, 캐나다, 인도, 유럽, 아시아 민주국가들과 공동 보조를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주 IMF·세계은행 연례회의를 계기로 관련국들과 협의에 나설 계획"이라며 "희토류뿐 아니라 전략물자 공급망 전반에 걸친 공동 대응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베센트 장관은 주식시장 변동이 협상 전략에 영향을 미친다는 관측을 일축했다.
그는 "우리는 주가 하락 때문에 중국과 협상하는 것이 아니다. 국가 경제의 근본 이익이 협상의 출발점"이라며 "금값 상승도 달러 불안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금리 구조 변화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미국이 한국, 캐나다, 인도 등과의 무역 협상을 "거의 마무리 단계"에 두고 있다고 밝히며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기간 중 주요 투자 및 무역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베센트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중국 상무부 리청강 부부장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리 부부장은 지난 8월 워싱턴을 초대받지 않은 채 방문해 매우 공격적이고 무례한 언사를 했다"며 "그의 태도는 비정상적이었다"고 지적했다.
또 리 부부장이 "미국이 중국 선박에 항만 이용료를 부과하면 전 세계 무역 질서가 붕괴될 것"이라고 말한 사실을 공개하며 "그는 스스로를 '전랑 외교관(wolf warrior)'이라 착각하고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베센트 장관은 "중국이 희토류 자석 공급 둔화를 단순히 '공휴일 탓'으로 돌린 것은 신뢰 부족을 보여준다"며 "만약 중국이 세계 공급망의 불안 요인이 된다면 결국 글로벌 시장은 중국과의 '탈동조화(decoupling)'를 선택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끝으로 "미국과 동맹국들은 중국과의 완전한 단절이 아니라 '위험 분산(de-risking)'을 추구하고 있다"며 "중국이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 남길 원한다면 세계 경제를 위협하는 행동을 자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중 간 희토류 전쟁은 단순한 무역 분쟁을 넘어 기술, 안보, 자원 통제 경쟁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향후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