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옵션 거래자가 17일 미국 뉴욕시의 뉴욕증권거래소(NYSE) 내 아메리칸증권거래소(AMEX) 매장에서 작업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선물-옵션 거래자가 17일 미국 뉴욕시의 뉴욕증권거래소(NYSE) 내 아메리칸증권거래소(AMEX) 매장에서 작업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2개월간 이어진 낙관장 분위기 속에서 월가가 다시 긴장 모드에 들어갔다. 최근 미국 내 일부 기업 파산과 은행권 부실 노출이 잇따르면서 '숨은 신용 리스크'에 대한 경계심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1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퍼스트브랜즈그룹(First Brands Group)과 트리컬러홀딩스(Tricolor Holdings)의 잇단 붕괴는 장기간 잠잠했던 신용 손실 우려를 자극했다.

이어 자이온스 뱅코프(Zions Bancorp)와 웨스턴 얼라이언스(Western Alliance)에서 사기와 관련된 대규모 평가손실이 발생하며 하루 만에 미국 은행주 시가총액이 1000억 달러 이상 증발했다.

이 같은 신용 불안은 대출 부문 전반의 취약성을 드러냈다. 그동안 인공지능(AI) 열풍과 견조한 소비 지표에 힘입어 낙관적 흐름을 유지했던 투자자들은 이제 리스크 노출을 조정하기 시작했다.

소시에테제네랄(Société Générale)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주식과 신용 등 위험자산 비중은 포트폴리오의 67%에 달해 역사적 고점 수준에 근접했다.

시장 불안이 커지자 지난주 수요일까지 하이일드 채권 펀드에서 30억 달러 이상이 유출됐다. 에버코어 ISI는 "부채비율이 높은 기업을 공매도하고 저부채 기업을 매수하는 전략이 다시 수익을 내고 있다"며 "이는 닷컴버블 직전에도 관찰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리걸앤드제너럴(Legal & General) 멀티에셋 총괄 존 로(John Roe)는 "최근 투자심리가 과열된 상황에서 펀더멘털과 괴리된 위험요인을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판단했다"며 "주식 비중을 축소하고 숏 포지션으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트리컬러와 퍼스트브랜즈의 붕괴는 개별 사건이 아닌 저신용층 대출자의 부실 신호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베렌베르크(Berenberg)의 울리히 우르반(Ulrich Urbahn) 멀티에셋 전략 총괄은 "고전적인 신용 사이클의 하락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최근 2주간 주식 익스포저를 약 10%포인트 줄이고 헤지 목적으로 S&P500 콜옵션을 매도했으며, 금·은 등 안전자산 비중도 축소했다.

울리히 우르반은 "올해 들어 수익률이 크게 오른 만큼 지금은 성과를 지키려는 유인이 강하다"며 "시장 전반이 방어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신용 불안에도 불구하고 S&P500은 이번 주 1.7% 상승 마감했다. 반면 지역은행지수(S&P Regional Banks Select Industry Index)는 4주 연속 하락하며 약 2% 떨어졌다. 하이일드 회사채 스프레드는 이달 들어 0.25%포인트 확대된 2.92%를 기록했다.

변동성 지수의 변동폭을 뜻하는 VVIX는 4월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고 꼬리위험(극단적 변동)에 대비한 보험 수요도 6개월 내 최고 수준으로 뛰었다.

코인게코(CoinGecko)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간 암호화폐 시장 시가총액은 6000억 달러 증발했다.

비트코인·이더리움·알트코인 모두 약세를 보였으며 과거 급락기와 달리 개인투자자들의 '저가 매수' 움직임도 거의 없었다. 전문가들은 이를 "투기적 열기에서 리스크 관리 중심으로의 전환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나틱시스 인베스트먼트 매니저스(Natixis)의 개릿 멜슨(Garrett Melson) 전략가는 "자이온스와 웨스턴얼라이언스 사태는 과잉 반응일 가능성이 크다"며 "신용 펀더멘털은 여전히 탄탄하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소폭 언더웨이트였던 주식 비중을 다시 중립으로 되돌렸으며 "현재는 중립 포지션을 유지하며 기회를 기다리는 단계"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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