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민간 기업이 화폐 발행에 관여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판단하며 사실상 스테이블코인 발행 사업에 제동을 걸었다. [출처=연합뉴스]
중국 정부가 민간 기업이 화폐 발행에 관여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판단하며 사실상 스테이블코인 발행 사업에 제동을 걸었다. [출처=연합뉴스]

중국의 대표적인 기술 대기업 알리바바와 징둥닷컴이 홍콩에서 추진하던 스테이블코인 발행 계획을 전면 중단했다. 중국 정부가 민간 기업이 화폐 발행에 관여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판단하며 사실상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8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알리바바 계열 핀테크 기업 앤트그룹과 전자상거래 업체 징둥닷컴이 중국 인민은행(PBoC)과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CAC) 등 규제기관으로부터 '스테이블코인 관련 사업을 당분간 추진하지 말라'는 지침을 받은 이후 발행 준비를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두 기업이 홍콩 금융관리국(HKMA)이 추진 중이던 스테이블코인 시범 프로그램 참여와 토큰화 채권 발행 계획도 모두 보류됐다. 당초 이들은 홍콩 정부가 허가제를 도입하며 열어둔 스테이블코인 발행 제도를 통해 가상자산 기반 금융상품을 선보일 예정이었다.

인민은행 관계자들은 "민간 기업이 어떠한 형태로든 화폐 발행에 참여하는 것은 중앙은행의 권한을 침해할 수 있다"며 "화폐 발행의 주체가 국가인지, 시장인지가 핵심 쟁점"이라고 밝혔다. 한 관계자는 "민간이 발행하는 스테이블코인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e-CNY)에 대한 도전으로 인식된다"고 덧붙였다.

스테이블코인은 달러 등 법정통화에 연동된 디지털 자산으로,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전 세계 스테이블코인 공급의 99% 이상이 미 달러화에 기반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는 거래·결제 수단으로 활용도가 높지만, 중국은 금융 리스크를 이유로 2021년부터 가상화폐 거래와 채굴을 전면 금지해왔다.

반면 홍콩은 디지털 자산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보고 관련 규제를 완화해왔다. 홍콩 금융관리국은 지난 8월 자본금·준비금 요건을 충족한 사업자가 당국의 허가를 받아 스테이블코인을 발행·유통할 수 있도록 허용하며 시장을 개방했다.

이를 계기로 중국 본토 기업들이 홍콩을 통한 간접 진출을 모색했지만, 중앙 정부의 강경한 입장에 막혀 계획이 무산된 셈이다.

중국 내부에서도 입장 차가 존재한다. 주광야오 전 재정부 부부장은 "미국이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달러 패권을 강화하고 있다"며 "중국도 위안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개발해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홍콩의 제도를 활용해 위안화 스테이블코인을 국가 금융전략에 통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저우샤오촨 전 인민은행 총재는 "스테이블코인이 투기적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크며, 금융 시스템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며 신중론을 제기했다. 그는 "결제 효율 향상 효과도 제한적이므로 실질 수요에 대한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인민은행과 홍콩금융관리국은 이번 사안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앤트그룹과 징둥닷컴 역시 관련 질의에 답변하지 않았다고 FT는 전했다.

이번 조치는 중국 당국이 민간 주도의 디지털 화폐 발행을 사실상 금지하고, 중앙은행 주도의 e-CNY를 중심으로 디지털 화폐 체계를 재정비하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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