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가 1년 만에 가장 느린 성장세를 기록했다. 베이징 중심상업지구(CBD)에서 한 남성이 자전거를 타고 있다. [출처=연합뉴스]](https://cdn.ebn.co.kr/news/photo/202510/1682848_700440_2556.jpg)
중국 경제가 1년 만에 가장 느린 성장세를 기록했다. 미국과의 무역 갈등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경기 둔화가 본격화하며 베이징 당국이 추가 경기 부양에 나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중국 국가통계국은 21일 2025년 3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동기 대비 4.8%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2분기(5.2%)보다 0.4%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올해 1~9월 누적 성장률은 5.2%로, 정부가 제시한 연간 목표치 '5% 안팎'에는 대체로 부합한다.
골드만삭스는 보고서에서 "올해 성장 목표 달성은 가능하지만 안정적 고용과 내수 유지를 위해 향후 몇 분기 동안 점진적이고 선택적인 정책 완화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경제 둔화의 배경에는 소비 위축과 투자 감소가 자리하고 있다. 9월 소매판매는 전년 대비 3.0% 증가에 그쳐 8월(3.4%)보다 둔화됐다. 부동산 시장 침체도 여전하다. 주요 도시의 주택 가격은 8월보다 더 큰 폭으로 하락했으며 1~9월 부동산 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13.9% 줄었다.
중국 정부가 소비 진작을 위해 추진한 가전·자동차 구매 보조금 정책은 한계에 다다랐다. 디플레이션 압력도 심화되고 있다. 공장 출고가가 4년째 하락세를 이어가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거의 제자리걸음이다.
그럼에도 수출 부문은 여전히 중국 경제를 떠받치고 있다. 9월 산업생산은 전년 대비 6.5% 증가해 8월(5.2%)보다 확대됐다. 올해 1~9월 전체 수출은 6.1% 증가했지만 대미 수출은 17% 급감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기업들이 관세 인상 이전에 물량을 앞당겨 수입한 '선적 효과'로 단기적 호조가 나타났을 뿐 향후 수출 성장세가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정부는 과잉 경쟁과 가격 인하 경쟁을 뜻하는 '인벌루션(involution)' 현상을 완화하기 위한 산업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철강, 전기차 등 공급 과잉 산업에 대한 신규 투자를 제한하고, 덤핑 수준의 가격 경쟁을 억제하는 조치도 병행 중이다.
고정자산 투자는 1~9월 기준 전년 대비 0.5% 감소로 전환됐다. 1~8월에는 0.5% 증가세를 보였으나 경기 둔화가 본격화하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된 것으로 분석된다.
고용 시장 안정은 중국 정책 당국의 최대 과제로 꼽힌다. 9월 도시 실업률은 5.2%로 전달보다 0.1%포인트 낮아졌지만 16~24세 청년층 실업률은 18.9%로 2023년 통계 기준 변경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전문가들은 “고용 불안이 장기화될 경우 소비 회복이 지연되고, 이는 다시 성장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경제지표는 중국의 최고 정책결정자들이 향후 10년의 방향을 좌우할 새 5개년 계획을 논의하기 위해 4일간의 회의를 시작한 가운데 발표됐다. 회의에서는 첨단 기술산업 육성과 가계 소비 확대, 과열 경쟁 완화 등이 주요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베이징은 최근 희토류 수출 통제 강화 이후 미국의 추가 관세 위협을 맞닥뜨리며 외교·통상 전선이 더욱 팽팽해졌다. 이러한 대외 불확실성 속에서 내수 부양과 산업구조 개편이 병행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올해 연간 5% 성장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이 여전히 높지만 부동산 침체와 청년층 실업 문제, 소비 위축 등 구조적 과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내년 성장세 둔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경제전문가들은 "베이징이 통화완화와 재정지출 확대를 병행해 경기를 부양하더라도, 내수 회복 없이는 지속 가능한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