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이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신경영을 선포하는 모습. [출처=삼성전자]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이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신경영을 선포하는 모습. [출처=삼성전자]

"삼성을 세계적인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시키겠습니다."

호암(湖巖) 이병철 삼성 창업주가 별세한 후 1987년 12월 1일, 만 45세의 젊은 이건희 회장이 취임사에서 언급한 말이다.

이날 삼성그룹 2대 회장에 오른 그는, 약속대로 책임감과 능력을 발휘하며 삼성의 글로벌 위상을 높였다.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선대회장의 5주기 추모식이 임박했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모친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 등 유족은 오는 24일 오전 경기도 수원 선영을 찾아 고인을 추모할 예정이다. 

당초 기일은 25일이지만, 토요일인 점을 고려해 올해는 하루 앞당겨 진행되는 것이다. 삼성 측은 올해 별도 외부 행사를 자제하고 선대회장이 남긴 '의료·문화 공헌'과 '책임 경영'의 철학을 되새기는 데 초점을 맞춘다.

특히 삼성은 선대회장이 강조한 사회적 책임과 인간 존중의 가치를 실천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속 유지·운영하고 있다.

이 회장과 홍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은 지난해 10월 서울대 어린이병원에서 열린 '이건희 소아암·희귀질환 극복사업, 함께 희망을 열다 미래를 열다' 행사에 참석해 환아와 가족, 의료진을 격려하기도 했다.

소아암·희귀질환 환아 지원은 이 선대회장의 '어린이 사랑'과 '인간 존중' 철학을 바탕으로 한 의료 공헌의 일환이다. 사업단은 2021년 선대회장의 유족으로부터 전달받은 기부금 3000억원을 재원으로 출범했다. 2030년까지 10년간 국내 소아암·희귀질환 환자의 진단·치료·연구를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업단은 현재까지 진단·치료·연구 관련 86개의 추진 과제를 진행했으며, 환아 2만2462명이 지원을 받았다. 지난해 말 기준 1만 명에 가까운 환아가 병명의 진단을 받고, 치료를 위한 실마리를 모색 중이며 치료 지원을 받은 환아도 거의 4000명에 달한다.

■선대회장 경영 철학 계승, 삼성 글로벌 도약 기반 마련

삼성은 전날(20일) 오후 경기 용인 삼성전자 인재개발원에서 이 선대회장 5주기 추모음악회를 열고 기인을 기렸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이 2023년 10월 19일 경기도 용인 삼성전자 인재개발원 콘서트홀에서 열린 '이건희 선대회장 3주기 추모 음악회'에 참석해 있다. [출처=삼성]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이 2023년 10월 19일 경기도 용인 삼성전자 인재개발원 콘서트홀에서 열린 '이건희 선대회장 3주기 추모 음악회'에 참석해 있다. [출처=삼성]

음악회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해 홍라희 리움미술관 명예관장, 이부진 신라호텔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 등 총수 일가가 모두 참석했다. 삼성전자와 계열사 사장단, 임직원, 협력사 관계자, 인근 주민 등 약 900명이 함께해 고인을 추모했다.

이 회장과 삼성 사장단들은 5주기 추도식 참배 이후 용인 삼성인력개발원에 있는 창조관으로 이동, 오찬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창조관은 신입사원의 교육장이자 선대회장의 흉상이 설치된 장소로, 예년에도 이 회장은 추도식에 참석한 뒤 오찬을 함께한 바 있다.

오는 27일은 이 회장의 회장 취임 3주년이지만, 예년처럼 별도 행사는 예정되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내달 1일 창립기념일 일정과 대법원 무죄 확정, 실적 개선 등을 고려할 때 제한적이나마 이 회장의 메시지가 나올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영업이익 12조원, 매출 86조원을 기록하며 2분기 부진을 완전히 털어냈다. 매출은 사상 최초로 분기 80조원을 넘어섰으며, 반도체 부문은 약 6조원대 영업이익을 내며 전사 실적 반등을 견인했다.

이 회장은 지난 2022년 회장 승진에 앞서 가진 계열사 사장단 오찬 당시 "지금은 더 과감하고 도전적으로 나서야 할 때"라며 "어렵고 힘들 때일수록 앞서 준비하고 실력을 키워나가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한편 이 선대회장은 1987년 부친인 이병철 창업회장 별세 후 삼성그룹 2대 회장에 올랐고, 1993년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라"로 대표되는 '신(新)경영 선언'으로 그룹 혁신을 추진해 삼성을 글로벌 기업 반열에 올려놨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선대회장은 2014년 5월 서울 용산구 자택에서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뒤 6년 5개월여간 병석에 있다 2020년 10월 25일 향년 78세로 별세했다.

한편 재계 일각에선 '승어부(承於父·아버지를 뛰어넘는다)'를 위한 삼성의 변화가 이미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회장은 지난 7월 이후 미국, 유럽, 일본을 잇달아 방문하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샘 올트먼 오픈AI CEO,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등 글로벌 경영인과 잇따라 회동했다. 이를 통해 삼성은 오픈AI·AMD와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최근에는 테슬라 칩 수주라는 성과를 거뒀다. 또 독일 냉난방 공조 기업 플랙트그룹을 인수하는 등 대형 M&A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선대회장이 남긴 '인간 존중과 책임 경영' 철학은 여전히 삼성의 핵심 가치로 작용하며 이 회장의 '인재 경영'으로 연결되고 있다"며 "이 회장이 이를 계승해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의 도약을 이어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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