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위원인 크리스토퍼 J. 월러가 지난 21일 미국 워싱턴 D.C. 연방준비제도에서 열리는 지불 혁신 컨퍼런스에서 연설을 준비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위원인 크리스토퍼 J. 월러가 지난 21일 미국 워싱턴 D.C. 연방준비제도에서 열리는 지불 혁신 컨퍼런스에서 연설을 준비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 크리스토퍼 월러(Christopher Waller)가 차기 연준 의장 후보로 주목받는 가운데 최근 금리 인하 결정 과정에서 정치적 압력에 휘둘리지 않는 독립적 행보를 보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연준은 지난달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신임 이사 스티븐 미란(Stephen Miran)은 0.5%포인트의 대폭 인하를 주장했으나 월러는 다수 의견에 동참해 0.25%포인트 인하를 지지했다.

시장에서는 월러가 트럼프 행정부의 차기 의장 후보로 거론되는 상황에서 '정치적 계산'보다는 '경제적 판단'을 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월러는 회의 전부터 "시장과 국민에게 일관된 정책 신호를 주기 위해 연준은 내부 합의(consensus)를 중시해야 한다"고 언급하며 신중한 인하 폭을 주장해왔다.

월러는 전직 경제학 교수로, 학계와 시장에서 '데이터 기반의 유연한 판단'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인상이 일시적인 물가 상승 요인에 불과하다고 분석하며 연준이 이를 이유로 긴축 기조를 유지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해왔다.

또한 올해 초부터 노동시장 둔화를 가장 먼저 포착해 금리 인하 필요성을 제기했다. 실제로 6월 이후 고용 증가세가 급격히 둔화되며 그의 판단이 맞아떨어졌다.

JP모건의 마이클 페롤리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그의 분석은 언제나 논리적이며 설령 의견이 달라도 일관성과 설득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월러는 금리 인하를 주장하면서도 정치적 간섭을 강하게 경계해왔다. 그는 지난 5월 연설에서 "중앙은행의 독립성은 경제 안정의 핵심이며, 정치적 이유로 연준 이사를 해임하는 것은 경제를 해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7월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는 "의장은 인플레이션 파이터로서 시장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인플레이션 기대가 급등해 오히려 금리가 더 높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파월 의장을 공개적으로 비난하며 리사 쿡 연준 이사의 해임을 추진하는 등 연준 장악을 시도하고 있다. 또한 지역 연준은행 인사권 확대를 모색하는 가운데, 미란을 새 이사로 임명해 이사회 내 영향력 확대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의도에 따라 연준의 독립성이 훼손될 경우 통화정책 결정의 신뢰성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월러는 현재 지역 연준은행 인선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주요 인사 검증을 담당하고 있으며, 향후 이 과정에서도 행정부의 압력을 받게 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월러는 연준의 독립성을 수호하면서도 내부 개혁에는 적극적인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는 2023년 약 350명의 직원을 감축하며 조직 효율화를 단행했고 기후변화 등 비경제적 이슈에 대한 연준의 개입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최근 금융당국이 '기후 리스크 관리 기준'을 철회하자 "잘된 결정(Good riddance)"이라며 환영 의사를 밝혔다.

재무장관 스콧 베슨은 연준 개혁을 주도하며 "연준이 사명을 확장(mission creep)하고 비전통적 정책에 몰입해 독립성을 훼손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이런 맥락에서 월러는 연준의 효율성과 정치적 중립을 동시에 강화할 적임자로 평가받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오는 12월 차기 의장 후보 명단을 확정할 계획이며 월러는 유력 후보 중 한 명으로 거론된다. 월러는 지금까지 ‘정책 판단의 독립성’을 유지해왔다는 점에서 시장 신뢰가 높다.

BofA증권의 아디티야 바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월러는 신중하고 존경받는 경제학자로, 근거 없는 급격한 금리 인하에는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의 판단은 항상 데이터와 경제적 논리에 기반해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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