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무역 합의 막바지 협상…'3500억 달러 투자 패키지' 조율

한국과 미국이 22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무역 합의 최종 도출을 위한 막바지 협상에 돌입했다. 핵심 쟁점은 3500억 달러(약 500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 집행 방식과 관련된 세부 조건으로 관세 후속 협상의 핵심 의제로 꼽힌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미 상무부 청사에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약 2시간 동안 협상을 벌였다.

회동 후 김 실장은 기자들에게 "남아 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일부 진전이 있었다"고 밝혔다. 다만 "협상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며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김 실장은 "쟁점이 한두 개 정도 남아 있지만 아주 많지는 않다"며 "논의를 더 이어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많이 만나면 서로의 입장을 더 이해하게 된다"며 "그런 의미에서 진전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협상에서는 대규모 투자 패키지의 현금 비율과 자금 공급 기간 등이 주요 논의 대상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실장은 구체적인 쟁점 내용에 대해서는 "개별 주제나 아이템에 대해 공개적으로 말한 적이 없다"며 언급을 피했다. 그는 "한국은행, 기획재정부 등 관련 기관의 분석과 미국 측의 금융시장 분석을 바탕으로 실무 협의가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관세 협상도 중요하지만 대한민국 경제에 충격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그래야 합의가 되고 이행도 가능하다. 미국도 그 점을 이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 사람은 지난 16일에도 워싱턴DC에서 러트닉 장관과 회동해 약 4시간 동안 협상을 진행한 바 있다.

이번 재방문은 남은 핵심 쟁점 조율과 최종 카드 제시를 위한 목적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김 실장은 협상 직후 "러트닉 장관과 곧바로 애틀랜타로 이동해 귀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전 타결 가능성에 대해 "APEC은 우리에게 중요한 계기"라고 언급했다. 다만 "미국 측도 일본 등으로 출국 일정을 앞두고 있어 추가 대면 협상은 어렵고 필요하면 화상으로 논의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협상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주요 미 행정부 인사들이 오는 31일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 참석을 앞두고 순방 일정을 시작하기 전 마지막 실무 조율 기회로 평가된다. 한미가 남은 쟁점을 조율해 정상회담 이전에 협상안을 도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