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생성 이미지.[출처=오픈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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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시연금 가입자와 보험사 간 7년 넘게 이어진 법적 공방이 대법원 판결로 일단락됐다.

대법원은 즉시연금 가입자들이 보험사를 상대로 제기한 미지급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최근 “보험사는 추가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며 보험사 손을 들어줬다. 법원이 보험사의 계약 구조와 사업비 공제 방식을 인정한 셈이다. 

그러나 판결문에는 보험사가 계약자에게 상품 구조와 수익률 산정 방식 등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담겨 있어, 보험업계의 ‘법적 승리’는 곧바로 ‘감독당국 리스크’로 이어지고 있다.

24일 보험업권에 따르면 대법원은 최근 즉시연금 가입자들이 보험사들을 상대로 미지급분 보험금을 달라며 낸 소송에서 보험금을 주지 않아도 된다고 판결했다. 2018년 소송을 제기한 이후 약 7년 만에 보험사의 승소로 마무리된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판결 이후 즉시연금 관련 대법원 판결문을 면밀히 들여다보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금감원 관계자는 “판결문에 보험계약자에게 설명이 불충분했다는 내용이 포함된 만큼, 이를 근거로 소비자보호 차원에서 필요한 조치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보험금 지급 책임은 면제되더라도, 소비자보호를 소홀히 한 보험사에 대해 제재나 과태료 부과 등 행정 조치가 뒤따를 수 있음을 시사한다.

즉시연금은 고객이 일정 금액의 보험료를 한꺼번에 납입하면, 보험사가 매달 연금 형태로 지급하는 구조의 상품이다. 

그러나 실제 지급액은 보험사가 사업비·위험보험료 등을 공제한 뒤 산정된다. 일부 가입자들은 “계약 당시 이런 공제 항목에 대해 명확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며 미지급금을 청구했고, 2017년 이후 소비자와 보험사 간의 대규모 집단소송으로 비화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보험사의 손을 들어주면서도 ‘설명의무 불이행’ 소지를 남겨, 분쟁의 불씨가 완전히 꺼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보험사들은 거액의 미지급 보험금 지급 부담을 덜었다는 점에서 안도하는 분위기다. 업계는 이번 판결로 지급 책임이 면제된 만큼 재무적 불확실성을 해소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감독당국의 조사와 제재 가능성이 남은 만큼, 마냥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법적으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은 명확해졌지만, 설명의무 위반이 인정되면 과태료 등 행정 제재를 받을 수 있다”며 “소비자보호 중심의 규제 기조 속에서 즉시연금 외에도 변액보험, 저축성보험 등 유사상품까지 영향이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보험사들은 금융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법적 분쟁에서 승리했지만, 되려 금융소비자 보호가 제대로 이뤄졌는지를 다시 한번 점검받게 된 셈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보험사들이 상품 구조와 설명 체계를 더욱 투명하게 점검하고, 소비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상품 설계와 안내에 힘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을 계기로 보험상품 판매 관행 전반이 재점검될 것으로 내다본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단순히 즉시연금에 그치지 않고, 상품 구조의 복잡성을 이유로 한 설명의무 강화라는 흐름을 보여준다”며 “보험사는 향후 상품 판매 시 설명자료를 구체화하고, 소비자가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안내 절차를 갖춰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추가 보험금 청구 가능성은 줄었지만, 계약 당시 충분한 설명을 받았는지 여부가 향후 분쟁의 핵심으로 남게 됐다. 금감원이 소비자보호 차원에서 후속 조치를 취할 경우, 일부 보험사는 감독 리스크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업계 전반적으로는 즉시연금 상품의 신규 판매가 위축되고, 상품 설계 및 영업 관행이 보수적으로 바뀔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금감원이 상품 판매 단계에서부터의 소비자보호에 착수한만큼 당국의 감독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번 판결은 ‘법적 책임 면제’와 ‘감독 리스크 부각’이라는 상반된 결과를 동시에 낳았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는 소송 부담을 덜었지만, 소비자 신뢰 회복과 감독당국의 규제 대응이라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 즉시연금 사태는 법적 분쟁이 끝났을 뿐, 금융소비자 보호라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

한편 즉시연금은 삼성생명, 신한라이프, 동양생명, 미래에셋생명 등에서 판매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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