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미국 동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장 대비 3.29달러(5.62%) 튀어 오른 배럴당 61.79달러를 기록했다. [출처=연합뉴스]](https://cdn.ebn.co.kr/news/photo/202510/1683406_701087_4652.jpg)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의 주요 석유기업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하면서 23일(현지시간) 국제유가가 급등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조치는 러시아의 에너지 부문을 직접 겨냥한 강도 높은 제재로 세계 원유 공급 불안 우려를 자극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선물은 배럴당 61.79달러로 전장 대비 5.6% 상승 마감했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의 12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도 배럴당 65.99달러로 5.4% 올랐다. 같은 시각 기준으로 WTI와 브렌트유 모두 장중 5% 이상 급등세를 나타냈다.
유럽 천연가스 가격 역시 EU의 추가 제재 소식에 3% 이상 상승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을 논의하기 위해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정상회담을 열기로 했으나 회담 전격 취소를 발표했다.
이후 미 재무부는 "러시아가 평화 협상에 성실히 임하지 않았다"며 루코일과 로스네프트 등 러시아 대형 석유기업과 자회사들을 제재 명단에 포함했다.
유럽연합(EU)도 러시아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금지를 포함한 제19차 대러 제재 패키지를 승인하며 보조를 맞췄다.
이번 제재로 인해 국제 에너지 시장의 불안정성이 확대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중국의 주요 국영 에너지기업들이 루코일과 로스네프트로부터의 원유 구매를 일시 유보했다고 전했다.
삭소뱅크의 올레 한센 원자재 전략 책임자는 "중국과 인도 등 러시아산 원유의 주요 구매국들이 서방의 금융 제재를 피하기 위해 다른 공급처를 모색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UBS의 지오바니 스타우노보 애널리스트도 "인도의 대응 방식과 러시아의 대체 구매자 확보 여부가 제재 효과를 좌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러시아는 하루 약 450만 배럴의 원유를 수출하며 세계 공급량의 핵심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 중 인도는 하루 160만~180만 배럴을 수입하는 최대 구매국 중 하나다.
리처드 브론즈 에너지애스펙츠 지정학 책임자는 "트럼프 행정부가 이전까지 피하던 러시아 제재 기조를 바꿨다"며 "이번 조치만으로도 시장에 상당한 충격이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제 푸틴이 실질적 압박 없이는 외교적 양보를 하지 않을 것임을 인식한 듯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제재의 실질적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고 본다.
리스타드 에너지의 클라우디오 갈림베르티 글로벌 시장 분석 책임자는 "지난 3년 반 동안 대부분의 대러 제재가 러시아의 원유 생산이나 수익에 큰 타격을 주지 못했다”며 “이번 조치 역시 단기적 가격 변동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제재로 단기 공급 불안이 심화될 경우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7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국제 원유 시장이 다시 공급 부족 국면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향후 에너지 시장의 긴장감은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