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각 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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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4대 그룹(삼성·SK·현대차·LG) 가운데 LG그룹이 올해 경영 실적을 점검하고 내년 사업 전략을 세우는 연례 '사업보고회'에 돌입했다.

삼성, SK 등 다른 대기업들도 연말 인사를 전후로 내년 사업 계획의 밑그림 짜기에 들어갈 전망이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구광모 LG그룹 대표는 지난 23일부터 LG전자·LG디스플레이 등 전자 계열사를 시작으로 LG화학·LG에너지솔루션, LG유플러스 등 주요 계열사의 사업보고를 순차적으로 받고 있다.

보고회는 계열사별로 한 해 사업 성과와 내년 전략을 구 대표에게 설명하는 자리다. 계열사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프레젠테이션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번 회의의 최대 관심사는 △미국발(發) 관세 리스크 대응 △중국 기업의 거센 추격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 등이 꼽힌다. 가전, TV, 석유화학, 배터리 등 주력 사업 전반에 경쟁 압박 가중으로 인해 각 계열사의 위기 대응 전략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LG는 동시에 AI 기술을 접목한 사업 혁신 방안도 구체화하고 있다. 구 대표는 지난달 경기도 이천 LG인화원에서 열린 사장단 회의에서 "중국 경쟁사는 자본과 인력 면에서 우리보다 3~4배 많은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며 위기의식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구조적 경쟁력 강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하며 체질 개선도 주문한 바 있다.

이 같은 기조 아래 올해 LG전자는 전기차 충전기 사업을 종료했으며 LG디스플레이는 중국 광저우 LCD 공장을, LG화학은 워터솔루션사업부를 매각했다. 대신 AI·로봇·전장·바이오·냉난방공조(HVAC) 등을 미래 성장축으로 삼고 투자를 늘려가고 있다.

특히 구 대표가 강조해온 '선택과 집중'을 통한 구조 개편의 구체적 액션 플랜이 도출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여기에 구 대표가 추진 중인 'AI 전환(AX) 전략'을 실행할 전담 조직 신설이나 계열사 간 통합 움직임이 나올지도 관심사다.

보고회 결과는 이르면 다음 달 말로 예상되는 사장단 인사와 맞물려 조직 개편에 반영될 전망이다. 지난해 인사에서 변화·쇄신보다는 '안정'을 취했던 만큼, 올해 부회장직 승진 확대가 주요 관심사다. 현재 LG는 권봉석 ㈜LG 최고운영책임자(COO)와 신학철 LG화학 대표 2인 부회장 체제를 유지 중이다.

SK그룹은 내달 6일 예정된 'CEO 세미나'를 통해 내년 사업 방향을 구체화할 예정이다. 올해는 SK텔레콤의 해킹 사고와 리밸런싱(사업 재편) 등 현안이 겹친 만큼, '새 사장단 체제'로 세미나를 치룰 가능성이 크다는 시각이 나온다. 

지난해 CEO 세미나에선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CEO들은 글로벌 시장과 산업의 빠른 변화에 맞서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 AI/반도체·에너지 등 핵심 사업에 대한 경쟁력을 강화키로 한 바 있다. 

당시 최 회장은 AI 사업 방향과 관련 "SK가 보유한 기술력, 그리고 그룹 계열사 간 또는 외부 파트너와의 협력을 통해 가장 싸고 우수한 AI 데이터센터(DC)를 만들어 그룹 AI 사업을 글로벌 스케일로 확장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또 지난해 초부터 진행해 온 포트폴리오 리밸런싱과 운영개선(O/I·Operation Improvement) 속도를 높이고, 재무구조 개선과 AI를 활용한 본원적 경쟁력 강화를 주문했었다.

실제 SK그룹은 올해 이를 바탕으로 실행에 옮기며 △AI·디지털 전환 △비핵심 자산 매각 △투자 효율화 △재무구조 개선 등 전방위 구조개편을 추진해 왔다.

한국신용평가에 의하면 SK그룹의 부채비율은 2023년 말 134%에서 103%(지난 6월 말 기준)으로 안정됐다. 순차입금도 83조원에서 71조원으로 감소, 재무 구조가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SK그룹 시가총액 성장률은 국내 대기업 집단 가운데 가장 높게 나타났다. 연말까지 추가 자산 매각이 반영될 경우, '부채비율 100% 이하' 달성도 가시권에 들어올 전망이다.

올해 CEO 세미나에서는 △그룹 차원의 포트폴리오 고도화 방향 △AI·딥테크 중심의 신성장 축 전환 △글로벌 사업 구조 효율화 방안 △미국 트럼프발 통상 환경 변화 대응 전략 등을 집중 논의할 것으로 점쳐진다.

[출처=삼성]
[출처=삼성]

삼성그룹은 사장단 인사와 임원 인사를 마무리한 후, 오는 12월 글로벌 전략회의를 열고 내년도 사업 계획 논의에 돌입할 전망이다. 매년 6월과 12월 두 차례 열리는 전략회의는 각 부문장 주재 아래 주요 경영진과 해외 법인장 등이 참석해 사업 부문별·지역별로 현안을 보고하고 전략을 공유하는 자리다.

특히 이재용 회장이 사법 리스크를 털어낸 이후 처음 열리는 전략회의라는 점에서 '뉴삼성'의 향방을 가를 분수령으로 평가된다. 다만 이 회장은 예년처럼 회의에 직접 참석하지 않고 추후에 사업 전략 등을 보고받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재계 관계자는 "4대 그룹의 내년과 관련한 경영 전략 점검은 AI 전환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 그리고 트럼프 행정부로 인한 통상 환경에 대응이 주를 이루게 될 것"이라며 "각 그룹이 AI·반도체·에너지 등 핵심 분야 중심으로 내년의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전략을 재정비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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