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민 단속 당국이 지난 9월4일 조지아주 현대차그룹-엘지(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벌인 불법체류·고용 단속 현장 영상을 누리집을 통해 공개했다.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 누리집 영상 갈무리. [출처=연합뉴스]
미국 이민 단속 당국이 지난 9월4일 조지아주 현대차그룹-엘지(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벌인 불법체류·고용 단속 현장 영상을 누리집을 통해 공개했다.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 누리집 영상 갈무리. [출처=연합뉴스]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한국인 근로자 대규모 구금 사건 이후 여러 한국 기업들이 미국 내 투자 계획을 철회하거나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포스트(WP)는 1일(현지시간) 이 같은 내용을 보도하며 사건 이후 미국 투자 환경에 대한 한국 기업들의 불신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WP가 미국 내 컨설턴트와 법률 전문가 등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최소 2개 한국 기업이 이미 미국 투자 계획을 취소했으며 4개 기업 이상이 당초 일시 중단했던 투자를 당분간 재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다만 익명으로 전한 이들은 고객사와의 신뢰 문제를 이유로 기업명을 공개하지 않았다.

미국-한국 경제협의회 회장을 지낸 태미 오버비 국제 비즈니스 컨설턴트는 "한 한국 기업이 미국 현지 공장 부지를 검토하다가 불확실성과 리스크를 이유로 국내 확장으로 방향을 돌렸다"고 밝혔다.

덴버에 본사를 둔 로펌 '홀랜드 앤드 하트'(Holland & Hart)의 이민 전문 변호사 크리스 토머스도 "한 대형 IT 기업이 조지아주 단속 이후 미국 진출 계획을 철회하고, 대신 한국이나 인도 내 사업 확장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미국 이민 당국은 9월 현대자동차와 LG에너지솔루션이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배터리 공장을 단속해 300명 이상 한국인 근로자를 구금한 바 있다. 해당 노동자들은 한미 양국의 협의를 거쳐 7일 만에 석방됐지만 이번 사건은 양국의 경제 협력 현장에 깊은 불안감을 남겼다.

미국과 한국 정부가 재발 방지 대책에 합의했음에도 기업들은 여전히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토머스 변호사는 "이번 사건 이후 일본과 한국을 포함한 여러 아시아 기업들이 당분간 투자를 미루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WP는 이 같은 움직임의 배경으로 이민 단속뿐 아니라 트럼프 행정부의 새로운 비자 정책도 지목했다. 전문직 비자(H-1B) 신청 수수료 인상 등 규제가 강화되면서 미국 출장이나 파견을 꺼리는 아시아계 직원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국제 비즈니스 컨설팅사 인트라링크의 조너선 클리브 한국 대표는 "직원들이 미국 파견을 부담스러워하며 이런 불안감이 기업의 의사결정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쿠시 데사이 백악관 부대변인은 WP에 보낸 입장문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을 세계에서 가장 활력 있고 투자 친화적인 경제로 만드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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