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위원회 고위급 인사가 마무리되면서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정책이나 법안 마련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이억원 금융위원장 취임 이후 조직개편 가능성과 국정감사, 1급 인사 공백 등으로 인해 주요 의사결정이 늦어져왔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 상임위원,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 등 금융위 고위급 인사가 최근 단행됐다. 금융위는 이 위원장 취임 이후 가계대출 억제책에 대부분의 화력을 집중해왔다.이제 금융위는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과제와 국정감사에서 지적받은 금융정책의 보완 입법에 속도를 낼 때다.
일단 이달 말에는 국회 정무위원회 제1법안심사소위가 예정돼있다. 금융당국은 은행 가산금리 개편이 금융소비자나 저신용자에게 부담이 전가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고심 중이다. 본회의 상정을 앞둔 은행법 개정안에는 은행의 대출 가산금리에 지급준비금, 예금보험료 등을 반영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있는데, 은행권이 이 비용을 우대금리 인하, 대출금리 인상 등 방식으로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이 담긴 '가상자산 2단계 법안'은 이르면 이달 나올 가능성도 적지않다. 그동안 금융위와 FIU는 가상자산 관련 주요한 결정들을 미뤄왔다. 이번 1급 인사에서 이형주 상임위원이 금융정보분석원장으로 선임되면서 의사결정이 빨라질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이억원 위원장도 지난달 국감에서 "가상자산 2단계 법안을 연내 제출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시장에서는 코인마켓 가상자산 거래소와 시중은행 간 실명계좌 계약을 위한 물밑작업에 한창인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권에서는 1거래소 1은행 규제를 완화해달라는 목소리도 꾸준히 내고 있다. 당국은 자금세탁 우려 등으로 인해 신중한 입장이다.
보수환수 제도·선제적 계좌정지 제도 등 국감 지적 사항도 속도
국감에서 나온 의제들도 본격적인 검토와 도입에 들어갈 전망이다. 이 위원장은 국감에서 금융사고가 발생했을 때 책임자의 성과급을 환수하는 '보수환수 제도'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보수환수 제도'는 업무로 인해 금융사에 손실이 발생한 경우 이미 지급한 성과보수를 금융사가 환수하도록 하는 제도다. 이 위원장은 "공정하고 투명한 금융권 보수 체계 확립을 위한 방안들을 검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캄보디아 범죄그룹의 수익금 몰수를 위한 '선제적 계좌정지 제도' 도입도 검토 대상이다. 정무위 종합국감에서 캄보디아 범죄그룹의 수익금 몰수를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이 위원장은 "자금세탁방지법 상 금융거래 등 제한 대상자 지정을 외교부와 협의해 신속하게 하겠다"고 말했다.
은행 해외법인에 대한 감독체계 제도개선에도 나설 것으로 보인다. 캄보디아 프린스그룹의 자금 912억원이 국내 은행 등의 캄보디아 현지법인 계좌에 남아있던 것으로 알려져 문제가 되기도 했다.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을 개정해 '무과실 배상책임 법제화' 작업도 이어갈 예정이다. 이는 보이스피싱 피해액 일부를 금융사 과실이 없어도 배상하도록 하는 법으로 은행권의 반발이 극심한 법안 중 하나다.
1급 인사가 마무리되면서 조만간 국장급 인사도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사무처장으로 승진한 신진창 전 금융정책국장의 자리가 비어서 연쇄 이동과 승진이 예상된다. 국장 인사까지 마무리되면 실무 작업과 의사결정이 빨라질 것으로 점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