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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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소프트뱅크그룹(SBG)이 보유하고 있던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NVIDIA)의 주식을 전량 매각했다. 확보한 자금은 챗GPT 개발사 오픈AI(OpenAI) 등 인공지능(AI) 분야 투자를 위한 재원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소프트뱅크그룹은 11일 발표한 2025사업연도(2025년 4월~2026년 3월) 반기 결산에서 지난달 엔비디아 주식 3210만주를 약 58억 3000만달러(약 8조 5000억원)에 매각했다고 밝혔다. 이번 매각으로 3544억엔(약 3조 3600억원)의 이익을 확정했다.

또한 소프트뱅크는 미국 이동통신사 T모바일 지분 일부도 91억 7000만달러에 처분했다. 요시미쓰 고토 소프트뱅크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투자자 설명회에서 "재무 건전성을 유지하면서 다양한 투자 기회를 확보하기 위한 자산 현금화 전략의 일환"이라며 "향후 안정적인 자금 조달 기반을 다지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소프트뱅크는 이번 매각이 엔비디아나 AI 산업의 고평가 우려와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비전펀드는 2017년 약 40억달러 규모로 엔비디아 지분을 취득했다가 2019년 전량 매각한 바 있다. 이번 매각은 투자 포트폴리오 재편 차원이라는 입장이다.

시장에서는 소프트뱅크가 엔비디아에 대한 회의보다는 오픈AI를 중심으로 한 차세대 AI 생태계 투자에 집중하기 위한 전략적 판단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소프트뱅크는 9월까지 오픈AI에 약 108억달러를 출자했으며 다음달 추가로 225억달러를 투입할 예정이다.

현재 출자한 금액의 공정가치는 265억달러로 평가됐으며, 이번 투자를 통해 소프트뱅크의 오픈AI 지분은 기존 4%에서 11%로 확대될 예정이다. 다만, 지배지분(40% 이상)은 보유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고토 CFO는 "지난해 9월 오픈AI에 첫 투자를 단행한 이후 비전펀드의 실적이 개선되며, 이번 분기 평가이익만 190억달러에 달했다"고 밝혔다. 오픈AI의 현재 기업가치는 약 5000억달러로 추정된다.

한편, 소프트뱅크그룹 주가는 AI 훈풍 속에 10월 하순 연초 대비 세 배 가까이 급등했지만, 이후 일주일 만에 20%가량 하락하며 변동성을 보였다. 일부 전문가들은 AI 산업 전반의 '버블' 가능성을 우려하며, 소프트뱅크가 향후 AI 사업 투자 회수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소프트뱅크는 미국 내 5,000억달러 규모의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스타게이트(Stargate)' 등 엔비디아 기술을 활용한 대형 AI 인프라 사업에도 관여하고 있다. 다만 손정의 회장은 이번 매각을 통해 AI 생태계 내 지배력 강화를 위한 '현금 확보' 전략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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