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중국 저장성 통샹시 우전진에서 열린 세계 인터넷 컨퍼런스 엑스포에서 한 여성이 AI 표지판을 지나가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지난 8일 중국 저장성 통샹시 우전진에서 열린 세계 인터넷 컨퍼런스 엑스포에서 한 여성이 AI 표지판을 지나가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인공지능(AI) 투자 경쟁이 전 세계 자본시장을 흔들고 있다.

1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메타(Meta), 오픈AI(OpenAI), xAI 등 주요 기술 기업들이 수십억 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를 단행하면서 월가가 이를 위한 새로운 자금 조달 방식을 잇따라 만들어내고 있다. 금융권은 AI 열풍이 낳은 '혁신적이지만 위험한' 거래 구조에 주목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메타와 블루아울 캐피털(Blue Owl Capital)이 추진 중인 루이지애나주 대형 데이터센터 '하이퍼리온(Hyperion)' 프로젝트다.

메타는 이 사업을 위해 모건스탠리의 제안을 받아, 직접 차입 대신 제3자 구조를 택했다. 블루아울은 30억 달러를 투자해 지분 80%를 확보했고, 메타는 기존 투자금 13억 달러로 20%를 유지했다.

이 조인트벤처는 '베녜 인베스터(Beignet Investor)'라는 이름으로 270억 달러 규모의 채권을 발행했고, PIMCO가 이 중 180억 달러를 인수했다. 금리는 6.58%, 만기는 2049년으로 S&P 신용등급은 A+다.

메타는 데이터센터를 임차해 임대료를 지급하고, 이 금액이 채권 이자 및 원금 상환 재원이 된다. 다만 4년마다 계약을 갱신할 수 있어 장기부채로 잡히지 않는다. 대신 메타는 중도 해지 시 투자자 손실분을 보전해야 한다는 보증 조항을 수용했다.

시장에서는 "사모·프로젝트파이낸스·회사채의 경계를 허문 새로운 형태의 금융 구조"라는 평가가 나온다.

두 번째 초대형 거래는 오픈AI, 오라클(Oracle), 소프트뱅크가 함께 추진 중인 '스타게이트(Stargate)'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다.

개발사 벤티지 데이터 센터(Vantage Data Centers)는 텍사스와 위스콘신에 각각 총 380억 달러 규모의 시설을 건설 중이다. 오라클은 15년 장기 임대 계약을 체결했으며, 실사용자는 오픈AI다.

해당 프로젝트의 금융 구조는 '자카드(Jacquard)'로 명명됐다. JP모건과 미쓰비시UFJ금융그룹(MUFG)이 주간사로 참여했고, BNP파리바·US뱅코프 등 전 세계 30여 개 은행이 참여하는 대형 신디케이트 대출이다.

금리는 약 6.4%로, 오라클 회사채보다 약 2%포인트 높다. 규모가 크고 기술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은행들은 보험사·자산유동화채권(ABS) 운용사 등 다양한 기관에 부채를 분산 판매 중이다.

다만 이 거래는 Kroll 신용평가사 한 곳에서만 BBB 등급을 받아, 대형 CLO(대출담보증권) 시장에는 진입하지 못한 상태다. 이는 AI 기술 관련 리스크를 평가하기 어려운 현실을 보여준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xAI도 초대형 자금 조달에 나섰다. 테네시주에 건설 중인 두 번째 데이터센터 '콜로서스 2(Colossus 2)' 프로젝트는 총 180억 달러의 자금이 필요하다.

머스크의 오랜 측근 안토니오 그라시아스(Valor Equity Partners CEO)가 설립한 밸로어(Valor)는 'Valor Compute Infrastructure'라는 특수목적기구(SPV)를 통해 엔비디아 칩 구매 자금을 마련 중이다.

밸로어는 약 75억 달러의 사모지분을 모집하고,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Apollo)가 주선하는 사모대출 형태로 125억 달러를 추가로 조달한다. 부채 금리는 10.5%에 달하며, 칩 가치가 상승하면 추가 수익을 지급하는 조건이 붙는다.

시장에서는 "AI 칩 수요를 중심으로 한 순환 투자 구조가 거품을 만들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세 건의 초대형 거래는 월가의 금융 실험이 새로운 단계에 진입했음을 보여준다.

AI 인프라가 하나의 자산군으로 자리 잡으면서, 사모펀드·프로젝트파이낸스·채권 시장이 복합적으로 얽힌 하이브리드 금융이 본격화되고 있다.

PIMCO 최고투자책임자 댄 이바신은 "최근 부채 거래 규모는 과거 어느 신용 사이클보다 크다"며 "경제가 약세로 돌아설 경우 복잡한 구조가 오히려 시장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AI가 기술 산업의 핵심 성장축으로 부상한 지금, 월가의 '메가딜 실험'은 새로운 금융 패러다임의 시험대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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