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터너스(John Ternus) 맥 및 아이패드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부사장이 지난 2017년 6월 5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호세에서 열린 애플의 연례 세계 개발자 컨퍼런스(WWDC)에서 연설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https://cdn.ebn.co.kr/news/photo/202511/1686990_705139_1816.jpg)
애플이 팀 쿡 최고경영자(CEO)의 후임 승계 계획에 속도를 내고 있다. 쿡 CEO가 이르면 내년 퇴임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차기 CEO 인선을 위한 내부 논의가 본격화됐다.
17일(현지 시각)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복수 외신에 따르면 애플 이사회와 최고경영진은 쿡 CEO의 은퇴나 사임에 대비해 승계 작업을 강화하고 있다.
올해 만 65세가 된 쿡은 2011년 스티브 잡스의 뒤를 이어 CEO 자리에 올랐으며 14년 넘게 애플을 이끌어왔다. 그는 공식적으로 은퇴 계획을 밝히진 않았지만, 최근 고위 임원단 교체가 이어지면서 후계 구도가 가시화되고 있다.
가장 유력한 후임으로는 존 터너스(John Ternus)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수석부사장이 거론된다. 펜실베이니아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터너스는 2001년 애플에 입사해 2021년부터 아이폰·아이패드·맥·애플워치 등 핵심 하드웨어 전략을 총괄하고 있다. 50세인 그는 풍부한 엔지니어링 경험과 내부 경력, 상대적으로 젊은 리더십을 모두 갖춘 인물로 평가된다.
업계에서는 쿡 CEO가 산업공학 출신의 안정형 리더였다면, 터너스는 공학적 감각을 바탕으로 AI, MR(혼합현실), 자율주행 등 기술 혁신의 방향성을 이끌 인물로 꼽힌다. 애플이 최근 AI 경쟁에서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는 상황에서, 기술 중심의 경영 리더십 전환이 필요하다는 내부 공감대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이미 주요 임원진의 세대교체를 추진하고 있다. 제프 윌리엄스 전 최고운영책임자(COO)가 최근 퇴임했고, 사비 칸(Sabih Khan)이 그의 역할을 이어받았다.
루카 마에스트리 최고재무책임자(CFO)도 교체돼 케반 파레크가 후임으로 임명됐다. 경영진 고령화가 누적된 상황에서, 승계 작업을 서두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FT는 애플이 새 CEO 발표 시점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내년 1월 말 예정된 연말 실적 발표 전에는 교체 가능성이 낮지만, 연초 발표가 이뤄질 경우 6월 세계개발자회의(WWDC)와 9월 아이폰 공개 행사 등 대형 이벤트를 앞두고 새 리더십이 안착할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번 승계 논의는 경영 부진 때문이 아니라 장기 인사 전략의 일환으로 평가된다. 애플은 9월 분기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고, 12월 분기 역시 사상 최고 실적이 예상된다. 쿡 CEO가 이끄는 동안 애플의 시가총액은 2011년 약 3500억달러에서 현재 4조달러를 넘어섰다.
다만, 애플의 주가 상승률은 올해 12%에 그쳐 알파벳(46%), 엔비디아(42%),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다른 빅테크 기업에 비해 낮다. AI 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가 향후 과제로 꼽힌다.
업계는 애플이 '포스트 팀 쿡' 시대를 맞아 기술 중심의 리더십으로 전환할 것으로 보고 있다. 터너스를 비롯한 크레이그 페더리기(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수석부사장), 그렉 조스위악(글로벌 마케팅 수석부사장) 등이 차기 CEO 후보군으로 거론되지만, 핵심 제품 라인과 하드웨어 전략을 총괄해온 터너스가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다.
애플 내부 권력 지형이 서서히 재편되는 가운데 새 CEO 선임은 15년 만의 경영 전환이자 향후 10년 애플의 기술 방향을 좌우할 중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