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버지니아주 애쉬번에 위치한 US East 1로 알려진 아마존 웹 서비스 데이터 센터. [출처=연합뉴스]
미국 버지니아주 애쉬번에 위치한 US East 1로 알려진 아마존 웹 서비스 데이터 센터. [출처=연합뉴스]

 

인공지능(AI) 투자를 위한 기술기업들의 대규모 차입이 이어지면서 글로벌 부채시장에 경고등이 켜졌다. 기업들의 부채 리스크에 대비하려는 투자자들이 신용파생상품(CDS·Credit Default Swap) 거래를 다시 늘리고 있는 것이다.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JP모건, 바클레이즈 등 주요 투자은행에 따르면, 오라클(Oracle), 메타플랫폼스(Meta Platforms) 등 대형 기술기업의 CDS 거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오라클의 CDS 거래 규모는 지난 9월 이후 6주간 약 42억 달러로 급등하며, 전년 동기(2억 달러 미만) 대비 20배 이상 늘었다.

최근 CDS 가격은 오라클을 중심으로 두 배 이상 상승했다. ICE 데이터 서비스에 따르면, 오라클의 5년물 채무불이행 보호 비용은 10만 달러당 약 1.03%로, 원금 1000만 달러당 연간 10만3000 달러에 해당한다.

JP모건의 존 서비디어(John Servidea) 글로벌 투자등급금융 공동대표는 "하이퍼스케일러(대형 클라우드 인프라 기업)들이 급격히 차입을 늘리며 투자자 노출이 커졌다"며 "헤징(위험회피)에 대한 고객 문의가 다시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주식 투자자들도 주가 하락에 대비한 '대체 헤지 수단'으로 CDS를 선택하고 있다. 오라클 주가가 20% 하락할 경우를 대비한 풋옵션 비용이 약 9.9%에 달하는 반면, CDS는 그보다 훨씬 저렴하기 때문이다.

AI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기술기업들의 자금조달 규모는 사상 최대를 기록하고 있다. JP모건에 따르면 향후 투자등급 기업들이 발행할 채권 규모는 약 1조5000억 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최근 메타는 300억 달러, 오라클은 180억 달러 규모의 채권을 각각 발행했다. 메타의 발행은 올해 미국 기업 중 최대 규모다. 이러한 대형 발행으로 인해 기술기업과 유틸리티, AI 관련 기업이 투자등급 시장의 최대 비중을 차지하게 됐다. 전통적으로 이 시장을 주도하던 은행들은 비중이 줄었다.

AI 투자에 대한 과열 분위기 속에서도 시장의 경계감은 커지고 있다. MIT가 올해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기업의 95%가 생성형 AI 프로젝트에서 수익을 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향후 데이터센터 수익이 기대에 못 미칠 경우, 현재 발행된 대규모 채권이 부실로 전환될 가능성을 의미한다. 과거 디지털이큅먼트(Digital Equipment Corp.)처럼 산업 변화 속에서 사라진 기업 사례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바클레이즈에 따르면 최근 6주간 단일기업 신용파생상품 거래 규모는 전년 대비 약 6% 늘어난 930억 달러에 달했다. 특히 메타플랫폼스와 AI 컴퓨팅 기업 코어위브(CoreWeave)의 CDS 거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바클레이즈 미국 신용전략 책임자 도미니크 투블란(Dominique Toublan)은 "거래 활동이 뚜렷이 늘고 있다"며 "AI 관련 부채에 대한 관심이 신용시장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히어런스 크레딧(Coherence Credit Strategies)의 살 나로(Sal Naro) 최고투자책임자 역시 "데이터센터 투자에 따른 일시적 현상일 수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CDS 시장이 진정으로 부활한다면 환영할 일"이라고 말했다.

AI 투자 붐이 채권시장 전반에 걸쳐 자금 흐름을 재편하는 가운데, 기술기업들의 과도한 차입이 신용시장 리스크로 번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AI가 금융시장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과거 닷컴버블의 그림자를 다시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저작권자 © 이비엔(EBN)뉴스센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