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H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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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컨테이너 해운사들이 올해 3분기 일제히 실적 부진을 기록했다. 팬데믹 기간 누렸던 초호황이 끝난 뒤 운임이 하향세를 보이는 가운데, 미·중 관세 충돌과 지정학 리스크까지 겹치며 주요 선사들의 이익이 동시에 큰 폭으로 후퇴했다.

업계는 내년 선박 공급과잉이 본격화되면 시황 반전의 동력이 제한될 수 있다며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18일 주요 외신 및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주요 선사들의 3분기 실적은 전년 대비 일제히 두 자릿수 후퇴를 기록했다. 프랑스 CMA CGM의 3분기 당기순이익은 7억 4900만달러로 전년 대비 73% 감소했다.

독일 하팍로이드는 1억 3800만유로에 그치며 약 86% 줄었고,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도 절반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대만 양밍해운 역시 1억 9369만달러로 약 78% 떨어졌고, 중국 최대 해운사 COSCO도 95억위안(약 13억 4000만달러)으로 55% 감소했다.

국적 원양선사 HMM도 예외는 아니다. 3분기 매출은 2조7064억원으로 전년 대비 24% 줄었고, 영업이익은 2968억원으로 1조4613억원이던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5분의1 수준으로 축소됐다.

실적 부진의 근본 원인은 운임 약세다. 글로벌 운임을 대표하는 SCFI는 지난해 대비 절반 이하로 떨어졌고, 미·중 관세 이슈가 재점화되면서 미국향 화물 수요가 둔화했다.

지난해 관세 부과 전 화물을 앞당겨 보내는 '밀어내기' 수요가 있었던 것과 달리, 올해는 화주들이 선적을 조정하며 리스크 관리에 나선 흐름이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팬데믹 기간의 이례적 호황이 종료되며 해운시장은 본격적인 조정기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문제는 이 조정이 단기간에 끝나기 어렵다는 점이다.

내년 신규 선복량 증가율이 4.5%에 달하는 반면, 세계 경제 둔화와 무역분쟁 영향으로 수요 증가율은 이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공급과잉 우려가 다시 커지고 있다.

IMF 역시 2026년 글로벌 성장률 전망을 소폭 하향하며 관세 정책과 무역 리스크가 물동량 회복을 제약할 것으로 진단했다. 주요 선사들이 잇달아 연간 실적 전망치를 낮춰 제시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런 환경 속에서 글로벌 선사들은 체질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우선 공급과잉 우려 속에서도 선대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연료 효율과 환경 규제 대응력을 고려한 신조 발주를 늘리며 선대 구조를 최적화하는 방식이다. HMM도 지난달 1만3000TEU급 12척을 신규 발주하며 친환경 선대 확충에 들어갔다.

동시에 물류 네트워크 강화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CMA CGM은 함부르크 유로게이트 터미널 지분 인수를 추진하며 항만·터미널 부문의 외연을 넓히고 있고, 머스크는 로지스틱스·항공화물 등 비해운 사업 비중을 확대하며 종합 물류 기업으로의 전환을 가속 중이다. 해운 시황의 변동성을 물류·항공·터미널 등 비교적 안정적인 비해운 수익으로 보완하려는 흐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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