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생성 이미지. [출처=오픈AI]](https://cdn.ebn.co.kr/news/photo/202511/1687583_705885_520.png)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이 금융당국으로부터 종합투자계좌(IMA) 운용 인가를 받으며 국내 최초의 8조원대 초대형 투자은행(IB)으로 공식 지정됐다. 키움증권도 발행어음 사업 인가를 획득하면서 증권업계 자금조달 구도가 새 국면에 들어섰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일 금융위원회는 정례회의를 열고 두 증권사의 IMA 운용을 승인했다. 이는 단순한 신사업 진출 허용이 아닌 자본시장의 구조를 바꾸는 제도 개편으로 평가된다. 그간 발행어음을 중심으로 단기 저원가 자금을 조달하던 증권사들은 이제 장기·복합 운용이 가능한 IMA라는 새로운 도구를 손에 쥐게 됐기 때문이다.
IMA는 고객의 투자금을 종투사가 통합해 운용하고 그 수익을 회사의 신용 기반 아래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계좌다. 조달 자금의 70% 이상을 1년 이상 만기의 자산에 배분해야 하며 오는 2028년부터는 최소 25%를 중소·벤처기업 지분, A등급 이하 회사채, P-CBO(프라이머리 담보부증권) 등 모험자본에 투자해야 한다. 수익을 창출하는 동시에 생산적 금융을 실현하는 핵심 수단으로 설계된 셈이다.
IMA 운용 자격은 자기자본 8조원 이상 종투사에만 주어진다. 이번에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이 첫 인가를 받으며 제도 도입 초기부터 구조 설계, 상품 개발, 투자자 모집에 있어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됐다. 금융당국과의 협의 채널 확보는 물론, 시장에서 ‘퍼스트 무버’로서 선도 이미지를 구축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기존 조달모델인 발행어음은 개인 투자자 기반의 CMA(종합자산관리계좌)와 유사한 예치 구조를 통해 자금을 끌어오고 이를 대출채권이나 채무증권 등 여신성 자산에 운용해 수익을 창출한다. 9월 기준 이 시장의 조달규모는 48조원에 달하며 한국투자, NH, KB, 미래에셋 등 네 개 증권사가 주도하고 있다.
발행어음은 저금리 구간에서는 높은 효율을 자랑했지만 기준금리 인상기에는 조달금리 상승으로 인해 순이자마진(NIM) 확보가 어려워지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IMA는 이 같은 구조적 제약을 넘어서기 위한 대안으로 주목받는다. 다만, 만기 구조가 길고 편입 자산의 위험도가 높아 단기 수익을 기대하긴 어렵다.
NICE신용평가 신승환 책임연구원은 “IMA는 단순히 조달 여력을 넓히는 데 그치지 않고, 얼마나 정교하게 자산을 배분하고 위험을 통제하느냐가 관건인 ‘운용 중심’ 비즈니스”라며 “자금 모집보다 자산 운용의 역량이 수익성과 직결된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리스크다. 과거 대형 증권사들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치우쳐 위기를 자초한 사례를 감안하면 IMA 도입 초기에도 수익률 집착이 자산 건전성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원금보장 성격을 가진 상품 구조는 운용 실패 시 증권사 재무건전성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다.
신 연구위원은 “생산적 금융 확대라는 정부 방향에 발맞추면서도 과도한 수익률 추구로 인한 리스크 편중, 부실 자산 편입, 원금보장 부담 등을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내부 시스템 구축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이번 조치로 자금조달 수단의 양축이 완성됐다는 평가도 있다. 발행어음과 IMA를 동시에 운용할 수 있는 증권사는 자산·부채 관리 전략에서 큰 유연성을 확보하게 된다. 특히 장단기 조달 포트폴리오를 조정해 시장 상황에 따라 전략을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이점이 크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제는 단순히 자본 규모를 늘리는 시대는 지났다”며 “자본을 어떻게 안정적으로 굴려 수익성과 리스크 관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느냐가 종투사 경쟁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한편, NH투자증권은 이미 유상증자를 통해 8조원 자기자본 요건을 충족한 상태로 현재 심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와 관련해 NICE 신용평가는 “내년부터 8조원 종투사 요건이 ‘2개 사업연도 연속 기준’으로 강화되는 점을 고려할 때 차기 신규 인가 시점은 2027년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