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현 부회장(삼성전자 DS부문장 겸 메모리사업부장), 노태문 사장(DX부문장 겸 MX사업부장)[출처=삼성 ]
전영현 부회장(삼성전자 DS부문장 겸 메모리사업부장), 노태문 사장(DX부문장 겸 MX사업부장)[출처=삼성 ]

삼성전자가 변화보단 안정을 선택했다. 메모리·모바일 각 사업부 부장이 그대로 유임됐다. 글로벌 D램 시장에서 1위 자리를 되찾고,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하면서 현 경영진이 계속해서 방향키를 쥐고 사업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파운드리 사업부 역시 최첨단 공정에서 가시적 성과를 내면서 한진만 사장이 사업부를 계속 이끌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21일 2026년 사장단 인사를 발표했다. DS(반도체)부문장, 메모리사업부장, SAIT원장을 겸하고 있던 전영현 부회장은 SAIT 원장 자리를 제외한 DS부문장과 메모리사어부장을 계속 맡기로 했다.

DX(디바이스 경험)부문장 직무대행 겸 MX(모바일)사업부장인 노태문 사장 역시 정식으로 DX부문장이 됨과 동시에 MX사업부를 이끈다.

이로써 한진만 파운드리사업부장 사장도 자리를 이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선 한진만 사장이 메모리사업부장으로 자리를 옮길 것이란 얘기가 나왔으나, 내년에도 한 사장은 파운드리사업부를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가 기존 경영진을 유지한 데에는 올해 사업 성과가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해 HBM(고대역폭메모리) 시장을 놓치며 삼성전자는 전 부회장을 구원수로 등판시켰다. 전 부회장은 HBM에 기반이 되는 D램을 재설계하고, 조직을 정비하는 등 속도감 있게 사업을 이끌었으며, 그 결과 올해 3분기 엔비디아로부터 5세대 HBM(HBM3E) 퀄테스트를 통과시켰다. 또한 HBM의 출하량이 전 분기 대비 85% 증가하며 전 세계 D램 1위 자리에 다시 올랐다.

최첨단 D램의 경쟁력이 올라오며 업계는 HBM4 또한 엔비디아의 퀄테스트 통과를 유력하게 전망한다.

노 사장은 갑작스러운 DX부문장 직무대행에도 안정적으로 조직을 이끌었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올해 ‘갤럭시 시리즈’가 역대급 흥행 결과를 받으며 MX사업부의 성공을 견인했다.

올해 초 출시된 갤럭시 S25 시리즈는 뛰어난 하드웨어 성능과 다채로운 AI 기능에 힘입어 300만대 판매를 전작 대비 무려 2달 이상 앞당겼다. 지난 7월 출시된 갤럭시 Z 폴드7은 역대급 얇기를 구현하며 미국 시장에서 초기 판매량이 전작 대비 50%나 급증했다.

플래그십 모델들의 연이은 성공에 7~8월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 점유율이 17%에서 29%로 크게 확대됐다.

또한 삼성전자는 지난 10월 XR(확장현실) 헤드셋 ‘갤럭시 XR’을 출시했으며, 곧 두 번 접히는 폴더블폰을 공개 예정이다.

새로운 폼팩터의 디바이스가 연이어 출시되며 갤럭시 생태계가 확장하고 있는 중요한 시점인 만큼, 그 동안 성공적으로 사업부를 이끌었던 한 사장이 적임자란 분석이다.

한진만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장. [출처=삼성전자]
한진만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장. [출처=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역시 성과가 나오고 있다. 5나노와 3나노에서 수율 관리에 실패하며 TSMC와 점유율 격차가 점점 벌어졌으나, 2나노에서 테슬라, 퀄컴 등 주요 고객사를 확보하며 점유율 반등에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삼성전자가 2나노 공정에서 현재까지 5곳의 고객사를 확보했다며, 내년 말까지 2나노 공정의 생산능력을 2배 이상 확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카운터포인트는 “삼성전자가 수율 안정화와 미국 테일러 공장의 원활한 가동을 이뤄낸다면, 삼성은 여러 세대 만에 처음으로 선단 공정에서 TSMC와의 경쟁 격차를 의미 있게 좁힐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한 사장의 글로벌 네트워크 영업이 성공했다는 평가다. 반도체부문 미주지역 총괄을 담당했던 한 사장은 작년 정기 임원인사에서 파운드리사업부장으로 승진했다. 북미지역을 맡았던 만큼, 엔비디아를 비롯한 핵심 고객사와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추가 고객을 영입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였다.

이러한 인사는 정확히 맞아떨어졌고, 삼성전자는 주요 북미 고객사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2나노 수율이 올라오고 있는 만큼, 한 사장의 연임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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