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조선 도크[출처=대한조선]](https://cdn.ebn.co.kr/news/photo/202511/1688040_706466_2044.png)
국내 중형 조선사가 빠르게 회복 궤도에 올라섰다. 탱커·중형 컨테이너선을 중심으로 발주가 고르게 살아나면서 주요 중형 조선 3사는 수주와 실적 모두 안정 궤도에 진입했다.
지난 2-3년간 대형 조선사에 LNG운반선 등 대형 프로젝트가 몰려 도크를 집중 배정하면서 용 선종 발주가 자연스럽게 중형 조선사로 이동한 점도 회복 흐름을 뒷받침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HJ중공업, 대한조선, 케이조선 등 주요 중형 조선 3사는 올해 들어 꾸준히 수주를 확보하며 일감을 안정적으로 늘려왔다. 하반기 수주 릴레이를 이어가면서 3사 모두 2년치 건조 물량을 채운 상태로, 한동안 부진했던 조선사업이 정상 궤도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한조선은 지난 17일 오세아니아 지역 선사로부터 약 1274억원 규모의 수에즈막스급 원유운반선 1척을 추가로 수주했다. 올해 들어 원유 운반선 8척과 8800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 2척 등 11척을 확보했고 누적 수주액은 약 1조4700억원에 이른다.
대한조선은 중형 탱커 시장 점유율 1위를 공고히 유지하며 뚜렷한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 올해 수주실적은 지난해 대비 약 20% 증가한 규모로, 회사는 이미 10월에 연간 목표를 조기에 뛰어넘었다. 수주 잔량은 약 3년치로 확대됐다.
HJ중공업은 올해 회사의 주력 선종인 9000TEU급 이하 중형 컨테이너선을 연이어 수주하며 안정적인 수주고를 쌓았다. 지난 9월에는 8850TEU급 컨테이너선 4척을 확보했는데, 이는 지난해 전체 매출의 3분의 1에 해당한다. 7월에는 LNG 벙커링선 1척을 추가로 수주하며 친환경 선종 포트폴리오를 확장해나가고 있다.
지난해 11년 만에 흑자로 돌아선 이후 HJ중공업은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을 비롯해 LNG 이중연료선, 메탄올 레디 선박, LNG 벙커링선 등 친환경 선박 건조 역량 강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HJ중공업이 인도한 7700TEU급 LNG 이중연료 컨테이너선. [출처=HJ중공업]](https://cdn.ebn.co.kr/news/photo/202511/1688040_706468_2115.jpg)
케이조선 역시 하반기부터 수주 모멘텀을 키우고 있다. 이달에만 유럽 선사 두 곳으로부터 1만5000톤급 원유운반선 3척(옵션 1척 포함)과 5만톤급 석유화학제품운반선(PC선) 2척 등 총 5척, 약 4600억원 규모의 계약을 따냈다. 올해 누적 수주량은 15척(약 1조2000억원)으로 지난해 실적을 크게 넘어섰다.
신규 수주선박은 에너지효율 설계지수(EEDI) 'Phase 3'를 만족하며 새로운 선형 설계를 적용했다. 지속적인 기술 개발과 품질 향상을 통해 친환경 성능을 끌어오리며 경쟁력을 보다 강화해나가고 있다.
이 같은 회복에는 선종별 발주 시황 개선이 자리한다. 유조선은 운임 상승이 안정되면서 수에즈막스·MR급 중심으로 신조 발주가 다시 늘었다. 중형 컨테이너선은 노후선 교체와 친환경 대응 수요가 동시에 확대됐다.
대형 조선사가 LNG선·초대형 컨선 프로젝트에 도크를 장기 배정하자 범용 선종 발주가 자연스럽게 중형사로 흐른 점도 영향을 미쳤다. 글로벌 발주 호황의 ‘낙수효과’가 이제 중형사로 넘어온 모습이다. 특히 하반기 들어 유조선·중형컨선 발주가 집중되며 각사의 수주 목표가 빠르게 채워졌다.
다만 내년 전망은 불확실성이 적지 않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내년 글로벌 신조 발주량이 올해보다 14.6%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중형 조선시장의 특성상 중국과의 경쟁 심화는 구조적 리스크로 지적된다.
이에 중형 조선사는 MRO(유지·보수·정비)와 친환경 업그레이드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마스가(MASGA)를 계기로 미 해군 MRO 시장 진입 가능성도 거론된다. 연간 20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미국 군함 MRO 시장은 중형 조선사의 설비·기술 수준과 맞닿아 있어 잠재력이 크다는 평가다. 각사별로 미 해군 MRO 라이선스(MSRA) 획득도 추진하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올해 중형 조선의 반등은 단순한 시황 회복이 아니라 선종별 전략이 효과를 내기 시작한 결과”라며 “내년에는 발주 흐름과 함께 MRO·친환경 개조 같은 신사업 진출이 중장기 성장의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