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로이터]](https://cdn.ebn.co.kr/news/photo/202511/1688116_706560_424.png)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멕시코·캐나다와 체결한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의 연장 또는 개정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북미 공급망을 기반으로 미국에 무관세 수출을 이어온 한국 기업들에 긴장이 확산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내년 7월 1일로 예정된 USMCA 공동 검토를 앞두고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 절차에 착수했으며, 다음달 3~5일 공청회를 개최한다.
미국무역대표부(USTR)에 따르면 마감 시한이었던 지난 3일까지 총 1515건의 의견이 접수됐으며, 멕시코와 캐나다에 생산시설을 두고 미국으로 제품을 공급하는 한국 기업들도 공식 입장을 제출했다.
삼성전자는 USMCA가 북미 지역에서의 투자와 통합 공급망 구축에 핵심적 역할을 했다며, 미국 정부가 협정 기준을 충족하는 제품에 대한 무관세 원칙을 명확히 재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은 원산지 규정을 준수하는 기업들은 이미 막대한 자본을 북미 제조업에 투입해왔으며, 무관세 대우가 유지돼야만 생산과 연구개발, 노동력 개발 확대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삼성은 또한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품목별 관세가 USMCA 기반으로 공급망을 운영하는 기업에도 부담이 된다며, 협정 기준을 충족하는 제품은 232조 관세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해달라고 요청했다. 삼성은 현재 멕시코 티후아나와 케레타로 공장에서 TV·모니터·생활가전 등을 생산해 미국으로 공급하고 있다.
멕시코에서 생활가전과 자동차 부품을 제조하는 LG전자도 협정 기준을 만족하는 자동차 부품에 대해 50% 수준의 철강·알루미늄 관세를 면제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현행 USMCA는 무관세 혜택을 위해 철강·알루미늄의 최소 70%를 역내에서 조달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미국이 해당 품목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서 기업 부담이 커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LG에너지솔루션 역시 북미 첨단 배터리 공급망 구축 과정에서 USMCA가 핵심 고려 요인이었다며 협정의 지속성과 예측 가능성이 유지돼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배터리 관련 원산지 규정이 이미 복잡하고 행정 부담이 큰 만큼 추가 강화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강조했다. 회사는 현재 캐나다에서 스텔란티스와 합작해 배터리 모듈을 생산 중이다.
현대자동차그룹도 장기 투자계획의 안정성을 위해 미국이 USMCA 참여 의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조지아주에서 추진 중인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포함해 2026~2030년 투자계획이 협정 연장의 가시성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그룹은 USMCA 연장이 조기에 확정된다면 200억달러 규모의 신규 대미 투자가 즉시 실행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 소속 기아는 멕시코 공장에서 생산한 차량을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USMCA는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타결돼 2020년 발효됐으며, 2026년 3국 공동 검토를 거쳐 연장 여부를 합의하도록 규정한다. 연장을 하지 않기로 결정할 경우 협정은 2036년에 폐기된다. 산업계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멕시코·캐나다와의 교역 구조에 불만을 표명해왔던 만큼 협정을 대폭 수정하거나 재연장에 합의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협정이 변경되면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해온 제품의 관세 부담이 커지고, 기업들이 구축해온 북미 공급망 전략에도 중대한 변수가 생길 수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다자 협상'보다 양자 협상을 선호한다는 점에서 USMCA 대신 멕시코·캐나다와 개별 무역합의를 추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와의 회담에서 USMCA 재협상 가능성을 언급하며 "다른 합의를 선택할 수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 기업들은 미국 시장에서의 대규모 투자와 생산 기반 확장이 USMCA 체계 유지와 직결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미국 정부에 조속한 협정 연장 결정을 요청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