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측부터)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무케시 암바니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 회장. [출처=삼성전자, 릴라이언스 홈페이지]
(좌측부터)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무케시 암바니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 회장. [출처=삼성전자, 릴라이언스 홈페이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인도 최대 기업인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의 무케시 암바니 회장을 만나 인공지능(AI), 반도체, 에너지 등 미래 산업 전반에 걸친 포괄적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한 이 회장의 ‘광폭 행보’가 삼성의 미래 먹거리 발굴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이 회장이 25일 암바니 회장과 만나 반도체, 통신, 데이터센터, 배터리 등 다양한 신사업 분야에 대한 협력 확대 방안을 모색했다고 밝혔다. 두 총수의 만남은 지난 2024년 7월 인도 뭄바이에서 열린 암바니 회장의 막내아들 아난트 암바니의 결혼식 이후 약 1년 4개월 만이다.

이날 회동에서 삼성 측은 릴라이언스에 삼성 계열사들이 보유한 미래 핵심 기술을 대거 소개했다. 소개된 기술은 △AI △확장현실(XR)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AI 데이터센터 △차세대 통신 △미래 디스플레이 △클라우드 △배터리 및 에너지저장장치(ESS) △플랜트 건설 및 엔지니어링 등이다. 전자뿐만 아니라 건설, 중공업 등 그룹 차원의 역량이 총망라됐다.

암바니 회장은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삼성물산, 삼성중공업, 삼성E&A 등 주요 계열사 경영진으로부터 직접 사업 현황을 청취했다. 특히 현장에서 갤럭시 XR과 마이크로 RGB 디스플레이 등 삼성전자의 최신 기술을 직접 체험하며 깊은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릴라이언스 그룹은 기존의 화학·유통 중심 사업 구조를 넘어 AI 등 첨단 기술 기반의 ‘딥테크’ 기업으로의 전환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인도 내 세계 최대 규모의 AI 데이터센터 구축과 스마트공장 설립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 인도 암바니가의 결혼식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하객과 촬영한 모습. [출처=웨이보]
지난해 인도 암바니가의 결혼식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하객과 촬영한 모습. [출처=웨이보]

업계에서는 릴라이언스의 이러한 행보가 반도체·통신·디스플레이·배터리·EPC(설계/조달/시공) 등 종합적인 솔루션 역량을 갖춘 삼성과의 협력 확대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은 향후 릴라이언스에 6G 네트워크 장비를 비롯해 AI 반도체, 데이터센터 전력 안정화를 위한 ESS 배터리 공급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략적 파트너로서의 입지를 다질 것으로 기대된다.

두 사람은 이날 만찬까지 함께하며 양사 간 전방위 협력 방안을 구체화했다. 이 자리에는 노태문 삼성전자 사장, 김우준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장, 최주선 삼성SDI 사장, 이준희 삼성SDS 사장, 최성안 삼성중공업 부회장, 오세철 삼성물산 사장, 남궁홍 삼성E&A 사장 등 삼성의 핵심 경영진이 대거 배석해 ‘원 삼성’ 차원의 협력 의지를 보였다.

삼성과 릴라이언스의 인연은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 시절부터 이어져 온 것으로 유명하다. 2012년 릴라이언스 지오와 4G 네트워크 구축 계약을 체결하며 본격적인 사업 파트너가 됐으며, 2022년에는 5G 무선 접속망 장비 공급 계약을 맺기도 했다.

특히 이 회장은 2018년 암바니 회장의 장녀 이샤 암바니, 2019년 장남 아카시 암바니, 그리고 올해 막내아들의 결혼식까지 자녀 3명의 결혼식에 모두 참석한 유일한 한국 기업인으로, 암바니 가문과 깊은 신뢰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다.

한편 이 회장은 최근 글로벌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해 삼성의 신사업 개척에 앞장서고 있다. 지난 10월에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샘 올트먼 오픈AI CEO 등 AI 거물들과 연쇄 회동을 갖고 AI 팩토리 구축과 차세대 메모리 공급을 논의했다. 이어 11월에는 올라 칼레니우스 벤츠 회장과 미래 모빌리티 협력을 논의하는 등 전방위적인 ‘비즈니스 외교’를 펼치고 있다.

이 회장은 세계 4위 완성차 업체인 스텔란티스 존 엘칸 회장과도 막역한 사이로, 엘칸 회장의 제의로 스텔란티스의 모회사 엑소르의 사외이사를 5년간 맡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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