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장형진 영풍 고문. [제공=각 사]](https://cdn.ebn.co.kr/news/photo/202410/1641614_652650_305.jpg)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지분 확보전에서 주주총회에서의 의결권 대결 양상으로 가고 있다. 지분율 우위에 있는 영풍-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에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영풍-MBK파트너스는 14명의 신규 이사 선임 안건을 제시하며 고려아연 이사회 장악을 노리고 있다. 그러나 주총은 이사회 결정 사항이라 주총 개최가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29일 재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이사회 이사진들에게 오는 30일 임시 이사회 소집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회 안건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영풍-MBK파트너스가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요구한 직후라 어떤 내용이 논의될지 주목된다.
영풍-MBK파트너스는 전날 고려아연에 임시 주총 소집을 요구하는 내용 증명을 발송했다. 임시 주총 안건으로는 14명의 신규 이사 선임의 건, 집행임원제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의 건을 제안했다.
주총 개최는 이사회가 결정할 사안이기 때문에 고려아연 이사회가 임시 주총 소집을 거부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는 사내이사 3명, 기타비상무이사 3명, 사외이사 7명 등 총 13명의 이사로 구성돼 있는데 장형진 영풍 고문을 제외하면 모조리 최 회장측 인사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고려아연 이사회가 임시 주총 소집을 거부하면 영풍-MBK파트너스는 법원을 통해 임시 주총 소집 허가를 받아야 한다. 법원 허가가 나면 고려아연은 임시 주총을 개최해야 한다. 법원 허가까지는 1~2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데 임시 주총 날짜는 개최 주체인 고려아연이 정할 수 있다. 지분율에서 밀리고 있는 최 회장측에서는 주총 날짜를 최대한 지연시키는 게 유리하다. 그러나 무기한 주총을 연기시킬 수는 없다. 상법상 상장사는 정기 주주총회를 반드시 개최해야 하기 때문이다. 12월 결산법인인 고려아연은 매년 3월에 정기 주총을 열고 있다.
임시 주총이든 정기 주총이든 주총이 열리면 최 회장측과 영풍-MBK파트너스는 표 대결을 피할 수 없게 된다. 공개매수 종료에 따라 최 회장측은 우호지분을 포함해 35.4%, 영풍-MBK파트너스는 38.47%의 지분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된다. 양측이 3%p 차이밖에 나지 않아 아직 승패를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주총 표 대결에서 확실히 승리하려면 '50%+1'주를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주총 전까지 양측은 장내매수를 통한 지분율 확대와 우호지분 결집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관측된다. 영풍측은 손을 잡은 MBK파트너스 외에는 현재 우호지분이 없다는 입장이다. 최 회장측은 협력관계에 있는 LG, 한화, 현대차그룹 등이 우호지분으로 분류된다.
재계에서는 1주의 의결권도 아쉬운 최 회장 입장에선 신탁계약을 체결한 자사주 2.4% 중 1.4% 가량의 의결권 부활 여부도 고민거리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한 신탁계약은 다음달 초 종료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1.4%의 자사주를 우리사주조합에 넘기면 의결권이 살아나고 그만큼의 지분율을 확보할 수 있다.
주총이 열리면 고려아연 지분 7.83%를 보유한 국민연금의 선택이 승패를 가를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지난 18일 국정감사에서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와 관련한 의결권 행사에 대해 "장기적인 수익률 제고 측면에서 판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재 지분율 우위에 있는 영풍-MBK파트너스가 대규모 신규 이사 선임와 집행임원제를 제시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가 13명인데 이보다 많은 14명의 신규 이사 선임을 제안한 것이다. 만약 영풍-MBK파트너스가 주총 표 대결에서 이기면 계획대로 14명의 신규 이사를 뽑아 이사회를 장악, 경영권을 가져올 수 있다. 또한 이사회 구성원과 경영진을 분리하는 집행임원제를 도입하면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는 셈이다.
물론 고려아연도 반격을 위해 추가 이사 선임을 제안할 수 있다. 이렇게 된다면 결국 주총 투표가 종료되기 전까지 승패를 예측하기 어려운 형국이 될 가능성이 높다.
재계 관계자는 "의결권 대결을 할 수밖에 없는데 고려아연, 영풍-MBK파트너스 그 누구도 압도적인 지분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라 장기전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