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제공=연합뉴스]](https://cdn.ebn.co.kr/news/photo/202410/1641852_652948_3940.png)
최윤범 회장의 묘수는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고려아연이 2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유증)를 통해 채무를 상환하고 경영권을 방어하겠다고 나섰다. 유상증자로 자금을 조달해 자사주 공개매수를 진행하며 진 빚을 갚는 동시에 현재 최대주주인 영풍-MBK의 지분율의 희석하겠다는 복안이다.
이번 유증은 배임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경영권 사수를 위해 자사주 공개매수를 진행하며 회사에 막대한 빚을 지게 만들었는데 그 빚을 주주 돈으로 갚겠다는 셈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번 유증에 대해 금융감독원도 예의주시하고 있어 유증이 뜻대로 진행되지 않을 경우 영풍-MBK의 지분율 희석은 어려울 수 있다.
유증 성공하면 공개매수로 진 빚 87% 갚을 수 있어
3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373만2650주를 일반공모 방식으로 유상증자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유증 규모는 고려아연이 공개매수를 통해 취득한 소각 대상 자기주식을 제외한 발행주식 수의 20%에 해당한다.
고려아연은 이번 유증으로 2조5008억7550만원을 조달할 계획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채무 상환 2조3000억원 △시설자금1350억5248만8000원 △타법인 증권 취득 658억2301만2000원을 사용할 예정이다. 유증 대금 중 약 92%를 빚 갚는 데 쓰겠다는 것이다.
고려아연은 자사주 공개매수를 진행하며 2조6545억원을 금융기관에서 차입했다. 하나은행과 스탠다드차타드은행에서 1조6545억원, 메리츠증권에서도 1조원을 빌렸다. 이번 유증이 성공적으로 완료되면 고려아연은 공개매수하며 생긴 채무의 86.6%를 변제할 수 있는 셈이다.
부채비율 증가, 기존 주주가치 훼손 '배임 논란'
이번 유증으로 고려아연은 최 회장에 대한 배임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고려아연이 공개매수를 진행한 것은 최 회장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서다. 그런데 주당 89만원에 공개매수를 해 채무가 늘면서 재무 건전성이 손상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6월 말 기준 고려아연의 부채비율은 36.5%다. 그러나 공개매수로 증가한 단기 차입금 2조6545억원과 자기자본 감소를 반영하면 부채비율은 대폭 높아질 수 있다.
또 기존 주주의 지분율이 희석되면서 주주가치 훼손이 불가피하다. 이는 고려아연이 공개매수 목적으로 밝힌 '적대적 약탈적 인수·합병(M&A)에 대응해 기업가치 및 주주 권익을 보호하고 본 공개매수를 통해 취득하는 자기주식 전량을 적법한 절차를 거쳐 소각함으로써 주주가치를 제고한다'는 취지와도 어긋난다.
영풍-MBK 측은 "12월 초 기준주가에서 30%나 할인된 금액으로 고려아연의 유상증자가 이뤄지게 되면 남은 주주들의주식가치는 더욱 희석될 것"이라며 "최 회장의 유증 결정은 자기주식 공개매수가 배임이라는 점을 자백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차입금으로 인한 회사의 재무적 피해를 모면해보고자 유상증자를 하려고 하지만, 이 행위 자체가 바로 자기주식 공개매수가 배임이라는 점을 입증한다"며 "MBK 파트너스와 영풍은 이번 고려아연의 유상증자 결정을 저지하기 위해 모든 법적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회장측, 영풍-MBK 지분율 역전 가능…금감원 조사 '촉각'
이번 유증이 성공하면 최 회장은 우호지분을 포함해 영풍-MBK의 지분율을 앞지를 가능성이 높아진다. 공개매수로 취득한 자사주가 소각되고 이번 유상증자로 발행된 신주를 합하면 고려아연의 발행주식 총수는 2239만5903주가 된다.
최 회장측 지분율은 기존 35.4%에서 32.72%가 된다. 그런데 이번 유증은 우리사주조합에 물량의 20%를 우선 배정하기 때문에 우리사주의 보유 주식은 74만7076주로 늘고 지분율은 3.34%로 오른다. 따라서 이번 유증으로 최 회장측은 36.06%의 지분을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영풍-MBK파트너스가 이번 유증에 참여하지 않으면 지분율은 기존 38.48%에서 32.59%로 낮아진다. 3%p 차이로 최 회장측을 앞지르고 있었지만 3.47%p 차이로 뒤처지게 되는 것이다. 물론 영풍-MBK파트너스가 유증에 참여해 지분율을 늘릴 수도 있다.
이번 유증은 받을 수 있는 지분에 제한이 있다. 고려아연은 이번 유증을 우리사주조합을 제외한 모든 청약자에 대해 그 특별관계자를 포함해 총 모집주식수의 3%인 11만1979주 내에서만 배정한다. 이에 따라 영풍측이 청약할 수 있는 최대치를 배정받으면 지분율은 36.06%가 된다. 최 회장측과 동율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최 회장측 우호지분으로 분류되는 현대차그룹, LG, 한화 등이 이번 유증에 참여하면 최 회장측 지분율은 더 높아진다.
이번 유증이 끝나면 현재 6.68% 가량인 유통주식 비중은 약 19%로 늘어난다. 따라서 향후 주총에서 의결권 대결이 펼쳐질 가능성이 높은데 일반 투자자들을 어떻게 설득할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다만 최 회장의 뜻대로 안될 수도 있다는 관측도 지배적이다. 감독당국인 금감원이 제동을 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이날 브리핑을 열고 고려아연의 유상증자와 관련해 정정신고서 제출 요구 검토, 불공정거래 조사 진행 상황 등에 관해 설명할 예정이다.
업계 다수 관계자는 "최윤범 회장의 유상증자 카드에 대해 논란의 여지가 크다"며 "우리사주에 저가로 배정은 단기적으로 승기를 잡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 하지만 나머지 주주들에 대한 민심을 잃을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