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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요 기업들이 '미국통' 전략 인재들을 전면에 배치, 급변하는 국제 정세와 글로벌 사업 환경 변화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이 임박한 가운데 대미(對美) 교섭 역량을 높이고, 현지화된 경영 전략을 추진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17일 산업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글로벌 방산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미국 방산업체 사장을 영입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마이클 쿨터 전 레오나르도 DRS 글로벌 법인 사장을 해외사업 총괄 대표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쿨터 내정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포함해 한화그룹의 글로벌 방산 사업을 총괄하게 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해외사업 총괄 대표이사로 영입되는 마이클 쿨터 내정자. [제공=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해외사업 총괄 대표이사로 영입되는 마이클 쿨터 내정자. [제공=한화에어로스페이스]

쿨터 내정자는 기업에 합류하기 전에는 미 국무부 정치군사담당 부차관보, 국방부 차관보 대행, 국방부 국제안보 담당 수석 부차관보 등 정부 핵심 보직을 수행했다. 해군에서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합동참모본부 등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회사 측 관계자는 "쿨터 대표 영입을 계기로 미국 등 글로벌 핵심 시장을 중심으로 육해공 통합 솔루션을 제공해 글로벌 초일류 방산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한화는 김승연 회장이 우주·항공·방산 핵심 계열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회장을 겸임하기로 하는 등 트럼프 2기 출범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모습이다.

탄탄한 대미 인적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협력 관계, 사업 확대에 힘을 주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김 회장은 2017년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초대받는 등 트럼프 측과 우호적인 관계를 이어온 대표적인 재계 인물로 꼽힌다.

삼성전자도 올 연말 인사에서 한진만 미주총괄 부사장을 파운드리사업(반도체 위탁생산)부장으로 임명하며 미국 현지 사업 대응을 강화했다.

한진만 삼성전자 DS부문 파운드리(Foundry)사업부장 사장 [제공=삼성전자]
한진만 삼성전자 DS부문 파운드리(Foundry)사업부장 사장 [제공=삼성전자]

한 신임 사장은 D램 및 플래시 설계팀을 거쳐 SSD개발팀장, 전략마케팅실장 등을 역임했으며 2022년말 DSA총괄로 부임해 현재까지 미국 최전선에서 반도체 사업을 진두지휘해 왔다.

한 사장은 미국에서 엔비디아를 비롯한 글로벌 고객을 대응하며 네트워크를 쌓은 만큼 파운드리 사업 경쟁력 강화를 이끌 적임자로 평가받는다. 

삼성전자는 "기술전문성과 비즈니스 감각을 겸비했고 글로벌 고객대응 경험이 풍부해 공정기술 혁신과 더불어 핵심 고객사들과의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현재의 파운드리 비즈니스 경쟁력을 한 단계 성장시킬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SK그룹 역시 올해 상반기 북미 대외 업무 컨트롤타워로 신설한 SK아메리카스 신임 대관 총괄로 폴 딜레이니 부사장을 선임한 바 있다. 

딜레이니 부사장은 미 무역대표부(USTR) 비서실장, 미 상원 재무위원회 국제무역고문 등을 역임하다 올해 7월 SK아메리카스에 합류했고 이번에 그룹 미주 GR(Government Relations)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았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앞서 대관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LG화학은 고윤주 전 제주특별자치도 국제관계대사(56·사진)를 최고지속가능전략책임자(CSSO) 전무로 영입했다. 고 전무는 앞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1기 정부 시절 외교부에서 북미 외교를 맡은 바 있어 다가오는 2기 정부에 대한 대응 전략을 짜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현대차의 경우 대표이사에 호세 무뇨스 최고운영책임자(COO) 겸 북미권역 본부장을 선임하는 파격 카드를 내놨다. 그는 2019년 현대차 합류 이후 딜러 경쟁력 강화와 수익성 중심 활동으로 북미 지역 최대 실적을 잇달아 경신하며 성과를 인정받았다.

산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의 이와 같은 노력은 보호무역주의가 지속될 경우에도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거나 확대하기 위한 사전적 대비책으로 볼 수 있다"며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려는 시도"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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