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이 지난해 12월 기본설계를 완료한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의 조감도 [제공=HD현대중공업]
HD현대중공업이 지난해 12월 기본설계를 완료한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의 조감도 [제공=HD현대중공업]

특수선 분야의 ‘양강’인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올 한해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입찰을 앞두고 장외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KDDX는 2030년까지 우리 해군이 6000t급 이지스함 6척을 발주하는 사업. 총 사업비 7조8000억원 가량이 투입되는 국내 특수선 분야 ‘최대어’로 꼽힌다.

이번 사업은 선체부터 무기체계까지 모두 국내 기술로 이뤄진다. 구축함이 건조되면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6번째로 완전 국산화하게 되는 국가가 된다. 향후 해외 수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주요 사업으로 K-함정 분야 선두를 다투는 양사가 사활을 걸고 있다.

KDDX 사업은 지난 2011년 시작된 이후 개념설계와 기본설계를 마쳤다. 개념설계는 한화오션의 전신인 대우조선해양이 했고, 기본설계는 HD현대중공업이 수주했다. 남은 절차는 상세설계와 건조다.

상세설계 입찰을 두고 양사는 사업입찰 방식을 두고 대립했다. 상세설계는 KDDX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첫 단계로 사실상 모든 사업의 주도권이 결정될 정도로 중요한 부분이다. 향후 해외 수출 경쟁력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상세설계는 기본설계를 담당한 업체가 관례처럼 맡아왔다. 이전 사례를 비춰보면 HD현대중공업이 맡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한화오션은 경쟁입찰을 주장한다. 앞서 HD현대중공업 직원의 군사기밀 유출 건을 들어 입찰 자격을 문제 삼았다.

올해 2월 방위사업청이 HD현대중공업의 입찰 참가자격을 제한하지 않기로 하자 한화오션은 즉각 반발했다. 3월 한화오션은 해당 기밀 유출 건과 관련한 HD현대중공업 임원 개입 여부를 추가 수사해달라며 경찰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이에 HD현대중공업은 5월 명예훼손 혐의로 맞고소했다.

양사가 소모전을 지속하는 사이 방사청도 쉽사리 사업방식의 뚜렷한 입장을 내지 못하면서 사업은 수개월 이상 늦어지고 있는 상황. 이는 KDDX 전력화 지연으로 이어지며 국방공백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 양측은 서로를 향한 고소를 취하하고 협력 기조로 돌아섰다. 양사는 국익과 K-방산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상호협력해야한다는 점에 의견을 모았다. 현재 산업부가 방산업체 지정 절차를 진행 중이며, 방사청은 내년 상반기 입찰 방식을 확정해 업체들에게 통보한다는 방침이다.

한화오션이 미국 해군 함정 두번째 MRO 사업으로 수주한 ‘USNS YUKON’함. [제공=한화오션]
한화오션이 미국 해군 함정 두번째 MRO 사업으로 수주한 ‘USNS YUKON’함. [제공=한화오션]

아울러 국내 조선업계는 올해 해외 함정 MRO(유지·보수·정비) 사업을 신규 먹거리로 삼아 시장 개척에 분주히 나서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트레이트 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함정 MRO 시장은 2022년 약 76조원에서 2031년까지 약 90조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미국 함정 MRO 시장 규모는 20조원으로 평가되고 있다. 

한화오션은 국내 조선소 최초로 미국 해군의 함정정비 사업을 수주하며 앞서 나가고 있다. 한화오션은 지난 8월 4만톤 규모의 미해군 군수지원함 창정비 사업을 수주한데 이어 지난달 급유함 ‘유콘(USNS YUKON)’함의 정기수리 사업을 추가로 맡게 됐다.

HD현대중공업도 이미 MSRA를 획득한 상태로 내년부터 MRO 수주에 나설 계획이다. MSRA는 미국 정부가 높은 유지∙보수 품질과 기술을 갖춘 조선업체와 맺는 인증 협약으로, 미 함정의 MRO를 맡기 위한 필수 자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우리 조선업계는 특히 미국 시장에 대한 높은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 최근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K-해양방산’에 러브콜을 보내면서 미 해군의 군수 정비분야에서 우리 업체들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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