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여수공장 전경. [제공=LG화학]](https://cdn.ebn.co.kr/news/photo/202412/1646218_658141_4318.jpg)
2024년에도 석유화학업계의 불황이 이어졌다. 세계 최대 석유화학제품 수요처인 중국 경기가 둔화하면서 석유화학 제품 수요가 감소한 탓이다. 업계는 위기 돌파를 위한 구조조정 등에 나섰으나 불황 장기화 우려는 여전하다.
정유업계 역시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 하락으로 2분기부터 실적 부진을 겪었다. 어려운 여건에도 기업들은 친환경 바이오연료 등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에 적극 나섰다.
한편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통합법인이 11월 출범하면서 아시아·태평양 지역 초대형 민간 '에너지 공룡' 기업이 탄생하게 됐다. 또 에쓰오일의 석유화학 신증설 사업 '샤힌(Shaheen) 프로젝트' 건설공사가 본궤도에 올랐다.
■중국·중동 증설로 K-석유화학 침체
한국 석유화학산업의 불황이 장기화하고 있다. 중국의 공격적인 설비 증가, 에너지 인프라 및 원재료 가격 상승, 세계적인 소비 침체가 맞물린 영향이다. 특히 세계 최대 석유화학제품 수요처인 중국의 에틸렌 등 기초화학 제품 자급률이 100%에 달해면서 화학업계의 수익성 지표인 에틸렌 스프레드는 손익분기점인 t당 300달러를 밑돌고 있다.
이에 따라 LG화학,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 등 주요 석유화학 기업의 3분기 실적이 일제히 부진했다. LG화학은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4984억원으로 전년대비 42% 감소했다. 석유화학 부문은 같은 기간 380억원의 적자를 나타냈다. 한화솔루션은 3분기 영업손실이 810억원에 달했다. 롯데케미칼은 2022년 7626억원 적자, 2023년 3477억원 적자에 이어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손실이 6600억원에 이른다.
■ 아람코의 야망 ‘에쓰오일 샤힌 프로젝트’
에쓰오일(S-OIL)의 석유화학 신증설 사업 '샤힌(Shaheen) 프로젝트' 건설공사가 본궤도에 올랐다. 에쓰오일은 지난 2018년 복합석유화학시설(RUC·ODC)을 구축, 그해 11월부터 상업 생산에 들어갔다.
![울산 울주군 온산읍 온산국가산업단지 내 에쓰오일 샤힌 프로젝트 건설 현장 모습. 샤힌 프로젝트는 국내 석유화학 역사상 최대 규모인 9조2580억 원을 투자해 오는 2026년까지 온산국가산업단지에 석유화학 생산시설을 구축하는 사업이다. [사진제공=에쓰오일]](https://cdn.ebn.co.kr/news/photo/202412/1646218_658146_2428.jpg)
이어 2단계 증설 프로젝트인 '샤힌'을 2026년 상반기까지 완공해 연간 180만톤 규모의 에틸렌을 뽑아낸다는 계획이다. 울산 48만㎡ 부지에 스팀 크래커·TC2C(Thermal Crude to Chemical) 시설·저장 설비를 건설 중으로, 현재 42%의 공정을 진행중이다.
샤힌 프로젝트가 마무리되면 에쓰오일의 석유화학 주요 제품 생산 능력은 △선형 저밀도 폴리에틸렌(LDPE) 88만톤 △고밀도 폴리에틸렌(HDPE) 44만톤 △프로필렌(PP) 77만톤 △부타디엔(BD) 20만톤 △벤젠 28만톤 생산능력을 갖춘다. 에쓰오일은 현재 13% 수준인 석유화학 부문의 매출 비중을 샤힌 프로젝트 완공 이후 25%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석유화학 구조조정 본격화…정부 ‘산업재편안’ 마련
불황의 늪에 빠진 화학업계는 자산을 매각하는 등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급한 불을 끄기 위해 과감히 알짜사업까지 내놓은 기업도 있지만 업황 부진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 탓에 제 몸값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효성화학은 특수가스사업 매각을 위해 지난 1년간 노력했지만, 마땅한 매수자를 찾지 못해 그룹 내 효성티앤씨가 9200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LG화학은 올해 3월 여수 스티렌모노머(SM) 공장 가동을 중단한 데 이어 여수 나프타분해시설(NCC) 2공장 매각을 추진중이다. 롯데케미칼의 말레이시아 자회사 LC타이탄 역시 매물로 나와 있다.
이와 관련 정부는 석유화학업계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산업재편을 도울 방침이다. 지원 방향은 ▲공정거래법 규제 완화 ▲세제·금융 지원 ▲저탄소·친환경 분야 연구개발(R&D) 및 정책 지원 등에 중점을 두고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조만간 화학산업 재편에 관한 제도적 지원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석유화학협회 설립 50년만에 ‘한국화학산업협회’ 새 간판
한국석유화학협회가 협회 이름을 한국화학산업협회로 지난 10월 변경했다. 전통 석유화학 기업 30여 곳만 회원사였지만 앞으로는 첨단소재 및 신(新)화학물질 관련 업체도 회원사로 품을 수 있다. 협회 성격도 화학산업 밸류체인(가치사슬) 전반에 걸쳐 구심점 역할을 하는 방향으로 확장한다.
기존에는 회원사로 전통 석유화학 기업만 뒀으나 수요조사를 거쳐 일정 규모를 갖춘 화학물질 및 화학제품 제조업체 등도 모집할 예정이다. 석유화학업계가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한 수요 둔화와 중국 업체들의 설비 증설 등에 따른 공급 과잉이 맞물려 장기 불황을 겪는 가운데 협회도 기업처럼 생존전략을 모색하고 있다는 평가다.
■SK이노베이션-SK E&S 합병법인 공식 출범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사장.[제공=SK이노베이션]](https://cdn.ebn.co.kr/news/photo/202412/1646218_658140_4252.jpeg)
SK그룹 사업 포트폴리오 리밸런싱(구조조정)의 핵심인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 법인이 올해 11월 공식 출범했다. 이에 따라 자산 105조원 규모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민간 최대 종합 에너지 회사가 탄생하게 됐다.
이번 합병으로 SK이노베이션은 석유에너지와 화학, LNG(액화천연가스), 전력, 배터리, 신재생에너지 등 현재 에너지와 미래 에너지를 모두 아우르는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앞으로 ‘토탈 에너지 & 설루션 컴퍼니’로 진화∙발전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은 이번 합병으로 오는 2030년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20조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제마진 '뚝'…정유업계 2분기 연속 실적 악화
![[제공=에쓰오일]](https://cdn.ebn.co.kr/news/photo/202412/1646218_658142_1039.jpg)
올해 정유업계는 2분기부터 두 분기 연속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정유사의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이 급락한 영향이다. 올해 1분기 배럴당 평균 7.3달러였던 정제마진은 3분기 배럴당 평균 3.5달러 수준까지 급락했다. 이에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HD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 4사는 3분기 정유 부문에서만 2조원에 달하는 적자를 냈다.
최근 정제마진 회복세에 기대를 걸었으나 비상계엄 및 탄핵 정국 이후 급등한 환율이 실적 개선에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원유를 달러로 구입하는 정유업계는 환율에 민감하다. 업계는 고환율 기조가 이어질 경우 수익성 악화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친환경 바이오연료 시장 공략
![GS칼텍스가 수출한 CORSIA SAF 수출선이 지난 13일 일본 치바항 부두에 도착해 일본 나리타 공항 항공유 탱크로 양하되고 있다.[제공=GS칼텍스]](https://cdn.ebn.co.kr/news/photo/202412/1646218_658139_3921.jpeg)
정유업계가 본격적으로 바이오 연료 사업에 나섰다.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지속가능항공유(SAF), 바이오선박유 등을 미래 먹거리로 낙점하고 시장 선점에 속도를 내고 있다.
HD현대오일뱅크는 최근 초저유황 바이오선박유를 대만 선사 양밍에 공급했다. 친환경 연료를 수출하는 건 국내 정유사 중 처음이다. 바이오선박유는 국제해사기구(IMO)의 2050년 탄소중립 목표에 따라 화석연료 기반 선박유를 대체할 친환경 연료로 주목받는다.
GS칼텍스는 국제항공 탄소상쇄·감축제도(CORSIA) 인증을 받은 지속가능항공유(SAF)를 일본에 수출했다. 자회사 GS바이오는 국내 바이오디젤 의무혼합률 증가, 바이오선박유 시장 확대 등에 대응해 생산능력을 확대 중이다.
SK에너지는 SAF 전용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3분기부터 상업생산을 시작했으며 내년 초부터 대한항공 여객기에 SAF를 공급할 예정이다. 에쓰오일도 코프로세싱 방식으로 SAF를 생산하기 위한 바이오원료 저장 탱크와 전용 배관을 울산공장에 건설 중이다. 시장조사기관 모더인텔리전스는 글로벌 SAF 시장 규모가 2027년 215억 달러(29조1970억원)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美 트럼프 2기에 국내 탄핵정국 대응까지”
12월 초부터 석유화학 업계가 비상계엄·탄핵 여파에 급등 중인 원·달러 환율로 인해 바짝 긴장했다. 이미 업황 부진 장기화로 고전하는 가운데 환율 상승으로 인한 원가 부담까지 떠안게 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당초 12월 중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해당 방안에는 인수합병(M&A) 규제 완화, 저리 정책금융, 연구개발(R&D) 지원 등 정책이 담길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계엄령 사태와 탄핵 정국으로 인해 발표 시점이 미뤄질까 우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고환율로 인한 손실, 구조조정 계획 차질, 글로벌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져 내년도 사업계획을 짜는데 하루하루 변수가 발생해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푸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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