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공=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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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국내 바이오산업은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보여주는 한 해였다. 국내 바이오 기업들은 미국의 생물보안법 추진으로 인한 글로벌 시장 진출 기회 확대부터 국내외 신약 출시까지 다양한 성과를 보여줬다. 특히 바이오 사업 경쟁력을 키우면서 내년에도 글로벌로 향한 질주를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생물보안법' 따른 글로벌 기회 확대

전세계적으로 바이오의약품 시장에서 위탁개발생산(CDMO)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생물보안법(중국의 바이오기업과의 거래를 제한하는 법안) 추진으로 국내 바이오 CDMO 기업들이 주목을 받았다. 이에 올해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였다. 

생물보안법은 중국 우시바이오로직스와 우시앱텍 등의 제품·서비스를 이용하는 걸 미국 시장에서 막겠다는 게 골자다. 생물보안법이 발효되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단 기대가 나오면서 글로벌 기업들의 수주 문의가 급증하고 있다. 

올해 가장 눈에 띄었던 기업은 삼성바이오로직스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창립 이래 최초로 연간 누적 수주 5조원을 돌파했으며 글로벌 제약사들과 공시 기준 총 11건의 수주 계약을 체결했다. 특히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바이오 업계 최초로 매출 4조원을 넘길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셀트리온은 CDMO 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셀트리온은 100% 자회사인 CDMO기업인 '셀트리온바이오솔루션'을 설립해 내년부터 CDMO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겠다고 발표했다. 셀트리온은 1조 5000억을 투입하고 차후 1조5000억원을 외부 유치를 통해 인천 송도에 10만 리터 규모 시설을 시작으로 단계적 확장을 계획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해외 기업 인수로 CDMO 사업 진출을 알렸다. 올해 SK바이오사이언스는 독일의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 클로케 그룹과 IDT 바이오로지카 경영권 지분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DT 바이오로지카는 1921년 설립돼 100년 이상의 축적된 전문성과 역량을 바탕으로 독일과 미국에서 사업을 운영하는 대형 바이오 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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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상륙한 비만약 '위고비'와 치매약 '레컴비'

올해 바이오업계의 관심을 받았던 또 다른 건 외산 '블록버스터' 신약의 국내 상륙이다. 국내에 출시된 제품은 그 유명한 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에서 개발한 비만치료제 '위고비(세마글루타이드)'와 에자이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레켐비(레카네맙)'다. 

위고비는 '꿈의 비만약' 또는 '부자들이 찾는 비만약'으로 불렸던 만큼 올해 10월 국내에 출시되면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위고비는 체질량지수(BMI)가 30 이상인 비만 환자나 27 이상이면서 고혈압·당뇨 등 동반 질환이 있는 환자에게 처방되는데 출시 후 품절사태가 벌어질 정도로 찾는 환자가 많았다. 

하지만 문제점도 등장했다. 체중 감량을 원하는 사람이 늘면서 BMI 기준에 미달하는 환자들도 위고비를 처방받으면서 약물 오·남용이 심각한 수준으로 올라왔다. 결국 보건복지부는 12월 2일부터 비대면진료 시 위고비를 포함한 비만치료제 처방을 제한하는 결정을 내렸다.

초기 알츠하이머병 신약 레켐비도 관심이 컸다. 레켐비는 알츠하이머병의 주요 원인물질 중 하나인 아밀로이드 베타(Aβ)를 제거하는 새로운 기전의 치료제로 11월부터 국내 출시됐다. 3상 임상연구 결과를 보면 레켐비는 18개월 시점에 위약군 대비 알츠하이머병 진행을 27% 지연시켰다.

다만 쉽게 환자들이 처방받지 못하고 있는 데 이는 치료비용 때문이다. 미국 기준으로 레켐비는 연간 약 3000만원의 비용이, 일본에서는 약 2000만원의 비용이 필요하다. 국내에서도 이와 비슷한 수준의 치료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향후에는 건강보험 급여 등재 여부가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 국산 신약 '자큐보정·어나프리주' 2개 탄생

올해 국산 신약이 2개나 탄생했다. 작년 하나의 신약도 나오지 못한 반면 올해는 꾸준한 연구개발 성과로 2개의 국산신약이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았다. 국산 신약의 탄생을 알린 주인공은 37호 온코닉테라퓨틱스의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자큐보정(자스타프라잔시트르산염)과 38호 비보존제약의 비마약성 진통제 '어나프리주(오피란제린)'다. 

자큐보정은 올해 4월 식약처 허가를 받으면서 2022년 11월 국산신약 36호 '엔블로정'이 등장한 이후 약 1년 반 만에 37호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자큐보정은 P-CAB(칼륨 경쟁적 위산분비 억제제) 계열 신약이다. 임상 3상 데이터를 보면 자큐보정을 8주간 투여시 치료율 97.9%를 나타냈다.

자큐보정을 개발한 온코닉테라퓨틱스는 2020년 제일약품이 지분 100%를 소유한 저분자 화합물 기반 신약연구개발 전문회사로 시작했다. 이후 설립 4년 만에 국내 신약 37호를 만들어냈다. 온코닉테라퓨틱스는 자큐보정을 블록버스터 제품으로 키우겠단 계획이다.

비보존제약이 자체 개발한 어나프라주는 세계최초 비마약성, 비소염제성 진통제로 부작용이 낮고 중독 위험이 없으면서 진통 효과가 빠르다는 강점이 있다. 비보존제약은 내년 중 어나프라주를 국내 출시할 예정이다. 

비보존제약은 비급여 출시를 먼저 할지 약가협상을 거쳐 급여산정 이후 출시할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또 비보존제약은 비마약성 진통제를 먹는 약과 패치 형태로도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어나프라주는 마약성 진통제 외에 대체제가 없어 미충족 의료 수요가 높은 중등도 이상의 통증 치료제 시장에 변화를 가져 올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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