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개최된 한미약품 임시주주총회장에 발표하는 박재현 대표. [제공=한미약품]
19일 개최된 한미약품 임시주주총회장에 발표하는 박재현 대표. [제공=한미약품]

한미약품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지속되는 가운데 핵심 계열사 한미약품의 대표이사 해임안이 부결되면서 다시 안정을 찾을지 주목된다.

한미약품은 19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송파구 서울시교통회관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주요 안건으로는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사내이사)와 신동국 기타비상무이사 해임 건, 박준석, 장영길 사내이사 선임 건이 상정됐다.

임시주총에선 의결권 주식수(자사주 제외) 1268만214주 가운데 약 80.6%에 해당하는 1021만9107주가 참석했다. 사전 투표와 현장 참여 의결권을 집계한 결과 박 대표 해임안은 53.2%(547만9070주), 신 회장 해임안은 53.3%(548만1320주)가 찬성해 특별결의 안건 통과 기준(66.6%)을 넘지 못하면서 이사 해임안이 부결됐다.

한미약품 지분 41.42%를 보유한 한미사이언스의 의결권은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가 행사했음에도 소액주주들을 설득시키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글로벌 의결권자문사인 ISS와 GL(글래스루이스)은 박 대표 해임안에 반대할 것을 권고했고, 10.43%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공단도 반대 입장을 내면서 해임안 부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그룹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주도로 열린 이번 임시주총은 창업주 장·차남인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와 임종훈 대표가 한미약품의 이사회를 장악하기 위해 개최됐다.

지난 8월 박 대표가 지주사 한미사이언스로부터 독자적으로 경영하겠다고 밝히면서 갈등이 시작됐는데, 형제 측은 이에 반발하며 박 대표에 대한 사내이사 해임 안건을 요구했다.

현재 한미약품 이사회는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임주현 한미약품그룹 부회장·신동국 한양정밀 회장·킬링턴 유한회사 등 4자 연합 측 인사 6명과 형제 측 인사 4명으로 구성돼 있다.

그러나 임시주총에서 대표이사 해임안이 부결됨에 따라 한미사이언스가 제안한 신임 이사 선임건은 자동 폐기돼 4자 연합 측 경영진이 현 경영체제를 유지하게 됐다.

결국 한미약품그룹의 경영권을 놓고 4자 연합과 형제 측이 대립하는 가운데, 한미사이언스의 핵심 계열사인 한미약품은 4자 연합이 주도권을 쥐게 됐지만, 여전히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의 경영권은 어느 한쪽도 우위를 점하지 못하면서 갈등이 지속될 전망이다.

실제 지난달 치러진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임시 주주총회에선 이사회 인원을 10명에서 11명으로 늘리는 정관 변경의 건이 특별결의 안건으로 통과 기준을 넘기지 못하면서 이사회 구도가 5:5로 정리된 바 있다.

박 대표는 이날 임시주총이 끝난 자리에서 “그동안 많은 분들께 걱정을 끼쳐드려 죄송한 마음이 크다”면서 “이번 주총을 준비하면서 만난 많은 주주들께서 한미의 분쟁 상황이 빨리 종결되길 바란다고 하셨던 말씀들을 무겁게 받아들이며, 이를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선 한미약품의 업무가 정상화되기 위해선 지주사가 사업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여러 건의 자해적 고소, 고발의 자진 취하가 돼야 할 것”이라며 “한미약품의 브랜드를 재건하기 위해 ‘잘해 나갈 일’에 대해 더욱 노력하고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반면 임시주총 이후 입장문을 낸 임 대표는 “주주분들의 결정을 존중하며, 어느 누구도 더 이상 불필요한 갈등과 반목을 초래하거나 그룹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는 하지 말아야 한다”며 “그룹 모든 경영진과 임직원은 부디 모두가 각자 본분에 맡는 역할에 집중해 최근의 혼란 국면이 기업가치나 실적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게 각별히 유의해달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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