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한 해 국내 건설업의 분위기는 그야말로 '살얼음판'이었다. 원가 급증으로 기업 실적이 곤두박질치면서 '건설사 부도 건수 5년래 최대치', '상위 10개사 최고경영자(CEO) 역대급 물갈이' 등 매서운 한파가 불었다.
지난해 잇따른 호재로 K-건설사를 미소짓게 했던 해외시장에서의 위력도 다소 아쉬웠다는 평가다. 어려운 대내외 환경에도 5년 연속 300억달러(43조4580억원) 이상의 수주액을 기록하긴 했지만, 정부가 연초 목표한 400억달러(57조9360억원) 달성은 미지수로 남아서다.
■ 11월까지 27개 건설사 부도…작년의 2배 넘어
올해는 건설사 부도 건수가 작년 대비 대폭 늘었던 한 해다. 치솟은 원가 탓에 부도 신청 건수도 급증한 것인 데, 특히 지방 소재의 중소 건설사들이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에 따르면 올 1~11월까지 부도를 신고한 국내 건설업체 수는 총 27곳.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3곳)보다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이 추세라면 연간 기준 2019년(49곳) 이후 최대치를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
부도난 업체들은 주로 자금력과 경쟁력이 약한 지방 소재 중소기업들로 조사됐다. 실제 서울(1곳)과 경기(3곳)를 제외하면 전체의 약 85%가 지방 업체다. 지역별로는 부산이 6곳으로 가장 많았고, 전남(4곳), 경남(3곳) 등이 뒤를 이었다.
업황의 침울한 분위기는 통계로도 확인됐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자료를 보면 11월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CBSI)는 전월 대비 4.0포인트(p) 하락한 66.9를 기록했다. 12월은 11월보다 10.5p 오를 것으로 예상돼 전망은 긍정적지만, 절반 이상의 기업이 여전히 부정적인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업계 체감을 나타내는 CBSI는 100(기준치)을 기준으로 한다. 100 이하면 현재 건설경기를 '비관적'으로 보는 기업이 더 많다는 것을, 100 이상이면 그 반대를 뜻한다.
건설업에 불어온 차디 찬 냉기는 현장 근로자들에게까지 확산됐다. 업황 불황으로 시공현장이 줄자 현장배정(일감)이 급감하게 된 것이다. 직업소개소 대표 A씨는 "직업소개소를 찾은 인력 중 절반이 며칠 째 빈손으로 돌아가고 있다"며 "겨울보다 매서운 게 요즘의 상황"이라며 고통을 호소했다.

■ 1군 건설사도 '휘청'...10개社 중 절반이 수장 교체
1군 대형사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원가 급증 영향으로 2024 시공능력평가(시·평) 상위 10개사의 올해 실적 성적표는 '부진'을 나타냈다. 업계 맏형 삼성물산 건설부문, 현대건설, 대우건설 등을 비롯해 다수 건설사의 올해 영업이익은 작년보다 대폭 감소한 상태다.
상황이 이렇자 10개사 중 5개사는 실적 저하 상황 타개를 목적으로 새로운 인물을 CEO 자리에 앉혔다. 현대건설, 대우건설, 현대엔지니어링, DL이앤씨, SK에코플랜트 등이 그 주인공이다.
특히 시평 5위 DL이앤씨와 9위 SK에코플랜트는 예년보다 두 달 빠른 '조기 인사'를 실시했다.
먼저 DL이앤씨는 올 3월 이미 조직개편을 단행한 바 있다. 실적 악화 등의 이유로 마창민 전 대표이사를 포함한 주택(6명)·토목(6명)·플랜트부문(2명) 등 임원 18명이 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다.
이후 11월 초, 임원 인사를 실시했다. 신규 선임 임원은 총 6명으로 작년 9명 대비 승진 임원 수가 줄었다.
SK에코플랜트도 비슷한 시기에 임원 수를 20% 이상 감축하며 조직을 효율화했다. 총 임원 수는 기존의 66명에서 51명으로 감소했다.
3위 대우건설은 김보현 신임 대표이사 선임과 함께 조직 슬림화와 세대교체를 통해 책임경영 강화에 나섰다. 기존의 조직 구조를 축소하고 보다 합리적인 의사결정 체계를 구축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위 현대건설은 약 4년 만에 수장이 교체됐다. 이한우 신임 대표는 EPC(설계·조달·시공) 역량 향상을 통해 글로벌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에너지 분야 중심의 전략적 투자 확대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현대엔지니어링(4위) 대표이사에는 주우정 부사장(기아자동차 재경본부장)을 사장으로 승진·내정했다. 주 사장은 그룹 내 대표적 재무 전문가로, 기아자동차 창사 이래 최고 실적 달성에 기여한 핵심 인물이다.
대형 건설사들이 CEO 교체를 통해 변화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는 만큼, 새로운 수장이 어떤 성과를 나타낼지 향후 행보에 이목이 쏠린다.

■ 5년 연속 300억달러 달성에도 남는 '아쉬움'
올해는 해외시장에서의 K-건설의 위력이 아쉬움으로 남았던 한 해이기도 하다.
어려운 대내외 환경에도 5년 연속 300억달러(42조 8970억원) 이상 수주액을 기록하는 등 글로벌 경쟁력을 다시 한번 입증했지만, 정부가 연초 목표한 400억달러(57조2440억원) 달성은 '12.3 비상계엄 사태' 등의 영향으로 미지수로 남아서다.
해외건설협회 통계를 보면 올 1~11월 국내 건설사의 해외수주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277억달러)보다 17.68% 급증한 326억달러로 집계됐다. 이로써 해외 수주액은 2020년 이래 5년 연속 연간 300억달러를 넘겼다.
수주액이 작년 대비 가장 크게 늘어난 곳은 유럽으로 182.60%의 상승률을 보였고, 중동(98.98%)이 그 뒤를 이었다.
이처럼 올 해외수주액은 작년보다 증가한 모습이지만, 전문가들은 정부가 연초 목표한 400억달러 달성은 어려울 수 있다고 전망한다. 최근 국내 비상계엄 사태 등으로 수주 불확실성이 커져서다.
또 전문가들은 내년 해외시장 전망이 올해보다 녹록지 않을 수 있다고 바라봤다. 자국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전(前) 미국 대통령이 4년 만에 백악관에 재입성하면서 '트럼프리스크'가 현실화돼서다. 이에 따라 최근 몇 년 간 해외 수주 2위 지역으로 급부상한 태평양·북미 수주액도 대폭 감소할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도널드 트럼프 집권 1기 시절(2017~2021년), 태평양·북미 수주액은 27억달러에 불과했다. 45대 버락 오바마(1기·84억달러, 2기·144억달러), 46대 조 바이든(2021~현재·214억달러) 집권시기와는 큰 차이를 나타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비상계엄) 사태로 문제가 제기된 사업장은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면서도 "사태가 장기화되면 국가 신용도를 비롯해 국내 건설사들에게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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