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공=각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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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정국 속 대외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가운데 산업계가 내수 침체, 원·달러 환율 상승, 수출 악화 등으로 인해 비상이 걸렸다. 

여기에 노사 갈등 심화, 수출 악화 전망 등 악재까지 도사리고 있다는 점에서 내년 기업 경영 환경이 더욱 악화할 것이라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30일 한국경제인협회가 발표한 업종별 기업경기실사지수(BSI)에 따르면 전자·통신과 의약품을 제외한 나머지 8개 제조업종의 내년 1월 경기가 나빠질 것으로 전망됐다. 

중국의 침공과 트럼프 2기 관세 폭탄이란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자동차, 석유화학, 철강·금속 업종의 상황이 가장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1월 BSI 전망치(84.6)는 하락 폭도 두드러졌다. BSI가 기준치인 100보다 낮으면 전달보다 경기가 나빠질 것으로 본다는 의미다. 2024년 12월(97.3) 대비 12.7p 하락한 수치로 코로나19가 본격화됐던 2020년 4월 (△25.1p) 이후 4년 9개월만에 최대 낙폭을 보였다. 업종별 1월 경기전망은 제조업(84.2)과 비제조업(84.9)의 동반 부진이 예상된다.

[제공=한경협]
[제공=한경협]

특히 내수 BSI는 2020년 9월 이후 52개월 만에 최저치, 수출 BSI는 2020년 10월 이후 51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내수와 수출 모두 기록적인 부정 전망을 보였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트럼프 신정부 등 대외 경영환경 변화에 더해 국내 정치 불확실성이 고조되면서 환율 변동성 확대, 내수부진 장기화 등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며 "환율 안정 노력과 함께 산업활력 회복을 위한 지원 등 경제살리기에 만전을 기하고, 경영 불확실성을 가중시키는 입법논의를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천장 뚫린 환율·노사 갈등 심화 우려에 산업계 '초비상'

환율 고공행진과 내년 노사 갈등의 심화 전망도 기업들을 힘들게 할 요소로 지목된다.  

특히 고환율로 인한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 해외 투자 비용 증가 등의 영향으로 기업들은 내년 사업 계획 수립에 대한 고민에 빠졌다. 1480원대를 돌파한 원·달러 환율은 불확실성으로 인해 달러당 1500원을 넘어설 것이란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대기업 입장에서는 수출 대신 해외 현지 투자·생산이 늘었고, 대부분 달러로 결제하는 원자재 수입 가격의 상승으로 인한 비용 증가 부담도 따른다.

특히 반도체와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들의 경우 원·달러 환율 상승 영향권 안에 들어가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기업들은 환율 상승 여파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반도체 업계는 환율이 오르면 당장은 제품을 더 높은 가격에 팔 수 있지만, 길게 보면 수입하는 웨이퍼나 원자재 가격 상승이 수익성을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 대규모 공장을 짓고 있는 양사는 시설 투자·반도체 장비와 설비 구입 비용 증가에 따른 총 투자비 상승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배터리 업계도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이 미국에 배터리 공장 신·증설을 활발하게 하고 있어 강달러로 인한 투자액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2025년 노사관계 전망. [제공=경총]
2025년 노사관계 전망. [제공=경총]

내년 노사 관계 전망도 악화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150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9.3%가 내년 노사관계가 올해보다 불안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정치권이 추진하는 상법 개정도 리스크 요인이다. 산업계는 기업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이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되면 사법 리스크가 커져 기업 경영을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노사 관계 악화를 전망한 응답률은 2022년 실시된 같은 조사에서 70.4%가 나온 2023년 전망치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기업들은 정년연장 등 노조의 다양한 요구(59.6%)와 경제 여건 악화와 구조조정 관련 갈등 증가(18.3%), 노동계의 정치적 투쟁 증가(10.6%) 등을 내년 노사 관계 악화의 주요 배경이 될 것이라고 꼽았다.

장정우 경총 노사협력본부장은 "기업들은 최근 경제 및 정치 불확실성에 더해 노사관계 불안에 대한 우려도 큰 것으로 조사됐다"며 "최근의 경제위기와 사회혼란을 극복하기 위해선 그 어느 때보다 대화를 통해 노사 문제를 푸는 지혜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내년 1분기 수출 경기 소폭 둔화 예상

한편 내년 1분기 국내 수출 경기는 소폭 둔화할 것이란 예측이 나왔다. 한국무역협회(KITA)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2025년 1분기 수출산업경기전망지수조사(EBSI)' 보고서에 의하면 내년 1분기 EBSI는 96.1로 4분기 만에 기준선인 100 아래로 내려갔다.

특히 가전(52.7)이 주요 수출 대상국인 북미와 유럽연합(EU) 수요 위축으로 수출 역성장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64.4)도 중국의 범용 D램 수출 증가로 인한 경합 심화와 전방산업 재고 증가로 수출 부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재계 한 관계자는 "한국 산업계는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생존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기업들이 보다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고환율과 노사 갈등이라는 이중 과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민간과 공공 부문의 협력이 필수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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