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젠슨 황 엔비디아 CEO, 팻 겔싱어 인텔 전 CEO, 전영현 삼성전자 DS 부문장 부회장(맨 아래) [출처=각사 및 연합]](https://cdn.ebn.co.kr/news/photo/202412/1647312_659399_594.jpg)
올해도 반도체 업계는 격변하는 세계 정세 속에 숱한 화제를 낳으며 다양한 스토리를 써냈다. 인공지능(AI) 혁신 과정에서 엔비디아의 주가는 하늘로 치솟았고, 메모리 2강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실적이 역전되며 희비(喜悲)가 엇갈렸다. 데이터센터용 AI 반도체 '아톰'을 개발한 리벨리온은 국내 최초로 AI 반도체 유니콘에 등극하며 한국 반도체 역사를 새로 썼다. 태평양 건너편에서도 굵직한 소식들이 꾸준하게게 들려왔다. 반도체 업계의 입지전적 인물로 평가 받는 인텔의 '팻 겔싱어' 최고경영자(CEO)가 돌연 사임하며 충격을 안겼다. 또 미국 정부가 고대역폭메모리(HBM) 중국 수출을 금지하는 제재안을 추가 발표하면서 국내 업체의 대중(對中) 수출에 먹구름이 꼈다. 어느 때보다 숨 가쁘게 달려온 2024년. 한 해를 마무리하며 반도체 업계를 강타한 주요 이슈들을 천천히 되짚어 봤다. <편집자주>
■AI 반도체 절대강자 '엔비디아' 주가 급등
AI 반도체 설계업체 '엔비디아' 주가는 올해 180%가량 오르며 지난해(약 240%)의 상승세를 이어갔다. 시가총액이 2조2000억 달러가 늘면서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과 함께 글로벌 톱3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엔비디아가 투자자들의 엄청난 사랑을 받은 배경으로는 'AI'가 꼽힌다. 대형 클라우드 공급업체와 인터넷 기업들이 엔비디아의 첨단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구매하면서 AI 열풍의 가장 큰 수혜를 입었다. 엔비디아는 현재 AI 반도체 시장에서 80~90%의 점유율을 차지하면서 압도적인 업계 1위를 달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반도체 블랙웰이 내년 본격 출하하면 다시 한번 주가 상승세를 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역시 최근 실적 보고서에서 차세대 AI 칩인 블랙웰이 "본격적인 생산 단계에 있다"고 밝히면서 자신감을 보였다.
■삼성전자, 위기론 확산에 '전영현' 부회장 구원투수로
삼성전자는 반도체 위기론 확산에 지난 5월 전영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부회장)을 구원투수로 전격 투입시키는 초강수를 뒀다.
AI 산업의 호황기에도 HBM 시장 주도권을 놓치며 사업 경쟁력이 악화되자 '원포인트 인사' 단행이라는 이례적인 카드를 꺼내 들었다. 반도체 사업 수장을 기존 경계현 사장에서 전영현 부회장으로 변경하면서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전 부회장은 2000년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로 입사해 디램(DRAM)·낸드플래시 개발, 전략 마케팅 업무 등을 한 뒤, 2014년부터 메모리 사업부장을 역임했다. 이후 2017년 삼성SDI로 자리를 옮겨 5년 동안 대표이사를 지냈다. 올해 삼성전자 미래사업기획단장으로 위촉됐다.
전 부회장은 5월 취임사에서 "무엇보다 우리가 처한 반도체 사업이 과거와 비교해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을 절감하고 있다"고 전하며 기술 리더십이 위기에 직면했음을 인정하고 변화를 꾀했다.
■삼성전자, 창사 55년만 노조 파업 직면
삼성전자는 반도체 부진 속 올해 노조 총파업이란 위기에 직면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은 지난 7월 임금협상과 성과급 산정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며 파업에 돌입했다. 삼성전자 노조가 파업을 선언한 것은 창사 55년만 처음이다.
전삼노는 7월 8일 1차 첫 파업에 나선 뒤 7월 29일부터 사흘간 사측과 교섭을 벌였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최종 결렬을 선언했다.
파업 당시 전삼노는 생산 차질이 발생해야 사측에서 반응을 할 것이라며 "HBM 포토(장비)를 세우면 사측에서 바로 피드백이 올 것", "EUV(극자외선) 파운드리도 멈추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후 8월 대표교섭권을 상실한 전삼노는 10월 초 대표교섭권을 재확보한 뒤 사측과 10월 17일 본교섭을 재개했다. 지난달 잠정합의안을 도출했지만 조합원 투표에서 잠정합의안이 부결되면서 내년 임금협상 때 3년 치 임금을 병합해 협상하게 됐다.
■SK하이닉스, 삼성전자 영업익 추월
메모리 시장 2위 SK하이닉스가 HBM에서 승기를 토대로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 영업익을 추월했다. HBM 시장을 빠르게 선점한 것이 두 회사의 실적 희비를 가른 핵심 요소가 됐다.
SK하이닉스는 올해 3분기 역대 최대 매출(17조5731억원)과 영업익(7조300억원)을 달성했다. 이는 경쟁사이자 메모리 선두 기업 삼성전자 DS부문의 3분기 영업익(3조8600억원)을 두 배 가량 상회한 성적이다.
삼성전자 반도체는 상반기 8조원을 웃도는 영업이익을 올렸음에도 3분기 영업이익이 4조원을 밑돌면서 SK하이닉스에 추월당했다. 올 1~3분기 누적으로도 SK하이닉스(15조3845억원)는 삼성전자(12조2200억원)를 웃돌면서, 연간기준으로도 삼성전자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는 모습이다.
■실적 부진에…삼성전자 이례적 사과문
삼성전자가 지난 10월 8일 2024년 3분기 잠정실적 발표 직후 시장 예상치를 하회한 데 대해 투자자와 임직원에게 사과했다.
삼성전자가 '어닝쇼크' 결과로 사과문을 낸 것은 이례적이다. 삼성전자는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9조1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4.49%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다만 증권가가 내놓은 10조원 이상의 전망치는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이에 삼성전자는 전영현 부회장의 명의 참고자료를 내고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로 근원적인 기술경쟁력과 회사의 앞날에 대해서까지 걱정을 끼쳤다"며 "지금 저희가 처한 엄중한 상황도 꼭 재도약의 계기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미·중갈등 격화…韓, HBM 규제에 타격 전망
미국 정부가 중국이 AI를 개발하는데 필요한 핵심 부품인 HBM의 중국 수출을 통제했다. 최근 중국이 자체적으로 AI 반도체 개발에 속도를 내자 핵심 부품인 HBM의 공급을 막아버리는 조치를 취했다. 특히 이번 수출 통제 대상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이 생산하는 HBM도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12월 2일(현지시각) 수출통제 대상 품목에 특정 HBM 제품을 추가한다고 관보를 통해 밝혔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아 올려 만든 고성능 메모리다. AI 가속기를 가동하는 데에 필요한 필수 부품으로 꼽힌다.
상무부는 이번 수출통제에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을 적용했다.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만든 제품이더라도 미국산 소프트웨어나 장비, 기술 등이 사용됐다면 이번 수출통제를 준수해야 한다는 의미다.
한편 이번 발표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세 번째 반도체 수출 규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을 한 달여 앞두고 발표됐다. 다만 로이터통신은 이번 규제에 대해 "바이든의 대중 강경 조치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도) 상당 부분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했다.
■리벨리온-사피온 합병…AI 반도체 유니콘 출범
2024년은 국내 첫 AI 반도체 유니콘 기업이 탄생한 해이기도 하다. AI 반도체 스타트업인 리벨리온과 사피온코리아는 이번달 합병 절차를 완료하고 '리벨리온'이라는 사명으로 공식 출범했다. 합병 법인의 기업 가치가 약 1조3000억원으로 평가받으면서 AI 반도체 분야 유니콘 기업이 됐다.
합병 법인 대표는 리벨리온을 이끌어온 박성현 CEO가 단독으로 맡게 됐다. 리벨리온은 이번 합병을 토대로 새로 합류한 전략적 투자자와 함께 사업 영역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기존 사피온 주주였던 SK텔레콤과 SK하이닉스가 리벨리온의 성장을 지원할 예정이다. 특히 SKT와 AI데이터센터 분야 글로벌 진출을 위해 협력해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일본 등 해외 시장에서 성과를 내겠단 목표다.
■인텔 '팻 겔싱어' CEO 사임
경영난을 겪고 있는 인텔을 이끌어 온 팻 겔싱어 CEO 사임 소식도 업계 큰 이슈가 됐다.
반도체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인텔은 지난달 2일(현지시각) 오전 겔싱어의 사임을 발표했다. 그러면서 최고재무책임자(CFO)인 데이비드 진스너와 전무이사 미셸 존스턴 홀트하우스가 임시 공동 CEO를 맡을 것이라고 밝혔다.
겔싱어는 이번 결정에 대해 "달콤씁슬하다"면서 "현재의 시장 역학 관계에서 인텔을 포지셔닝하기 위해 힘들지만 필요한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겔싱어 전 CEO는 반도체 업계에 입지전적인 인물로 평가받는다.
18세 때인 1979년 엔지니어로 인텔에 입사해 최고기술책임자(CTO)까지 오른 뒤 2009년 회사를 떠났다. 이후 VM웨어 등을 거쳐 2021년 2월 위기에 빠진 인텔을 구하기 위해 CEO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하지만 겔싱어가 복귀한 인텔은 이전과 많이 달랐다. 인텔은 1970년대 후반부터 50년 가까이 개인용컴퓨터(PC) 중앙처리장치(CPU)를 중심으로 반도체 산업을 재패했다.
하지만 모바일, AI 등으로 바뀌는 시대적 트렌드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경쟁력을 차츰 잃어가기 시작했다. 결국 회사 주력인 CPU 부문에서도 경쟁사인 AMD에 추격을 허용하는 굴욕을 맛봤다. 이에 인텔의 기업 가치는 5년 전 대비 절반으로 축소됐고, 시가총액은 한때 1000억 달러 미만으로 떨어졌다.
■美 정부, SK하이닉스·삼성전자에 보조금 지급 확정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 정부로부터 7조5000억원(51억9500만 달러)에 달하는 반도체 보조금을 최종 확정받았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반도체법(Chips Act)에 따라 직접 보조금을 지급하기 위한 계약을 최종적으로 체결하면서 양사의 걱정도 한시름 덜 수 있게 됐다.
미국 상무부는 이달 19일(현지시각) 성명을 통해 반도체법에 따른 자금 조달 프로그램에 근거, SK하이닉스에 최대 4억5800만 달러(약 6639억원)의 직접 보조금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해당 자금은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AI 메모리용 어드밴스드 패키징 생산 기지를 건설하는 SK하이닉스의 38억7000만 달러(약 5조6000억원) 규모 사업을 지원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최대 5억 달러(약 7248억원)의 정부 대출도 지원한다고 밝혔다.
곧이어 삼성전자도 미국 정부로부터 지원금을 지급받았다. 미국 상무부로부터 반도체법에 따른 투자 보조금 47억4500만달러(약 6조8800억원)를 지급받게 됐다. 지난 4월 삼성전자와 체결했던 예비거래 각서 보조금 지급액(64억달러·9조2700억원)에 비해 보조금 지급 규모는 16억5500만달러(2조4000억원) 줄었다.
보조금은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에 지을 예정인 파운드리 공장 투자 비용 일부를 지원하는 데 사용된다. 보조금 규모 감소는 삼성전자의 투자 규모가 조정된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는 당초 이 공장 건설비용으로 440억달러를 예상했다. 하지만 업황 상황 등에 맞춰 현재는 약 370억달러 가량을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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