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은 국내 제약바이오업계가 글로벌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경쟁력을 입증하는 한해였다. 국내 바이오 기업들은 미국의 생물보안법 추진에 따른 해외 시장 진출 기회 확대부터 국내외 신약 출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성과를 나타냈다.
다만 제약사의 경영권분쟁과 의료파업 등으로 우려하는 일들도 발생했지만 업계에선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사업 경쟁력을 꾸준히 강화해 왔다고 평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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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한양행 '렉라자' 美 FDA 승인, 국산 신약 위상
올해는 한국 제약바이오업계가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유한양행의 폐암 치료제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타닙)'가 8월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으면서 국산 신약의 성공 가능성을 재확인했다.
렉라자는 한국 제약사가 글로벌 제약 기업에 기술을 이전해 미국 시장 출시까지 이어진 최초의 사례다. 이는 국내 제약 31호 신약으로 글로벌 제약사 얀센의 '리브리반트(성분명 아미반타맙)'와의 정맥주사 제형 병용요법을 통해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성인 환자의 1차 치료제로 FDA 승인을 획득했다.
유한양행은 2018년 렉라자의 글로벌 개발 및 판매 권리를 존슨앤드존슨 계열사인 얀센에 총 1조4000억원 규모로 기술 수출했다. FDA 승인에 따라 유한양행은 얀센으로부터 추가 마일스톤을 받게 되었으며 현재까지 수령한 누적 기술료는 2억1000만 달러(약 2900억원)에 달한다.
렉라자의 성공은 여기서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최근 유럽의약품청(EMA) 산하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에서 허가 권고 의견을 받아 조만간 유럽 집행위원회(EC)의 최종 허가도 예상된다. 얀센은 미국과 유럽을 넘어 중국, 일본 시장 진출도 준비 중이다.
■ 의대 정원 확대 갈등에 업계 '타격'
의료계와 정부 간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국내 제약산업에도 그 여파가 미쳤다.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을 둘러싼 논란으로 시작된 이번 사태는 의료 서비스 중단을 넘어 제약업계의 연구개발 일정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부는 2월 의과대학 입학 정원을 현재의 3058명에서 5058명으로 2000명 증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의사 수 부족으로 인한 필수의료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2025학년도부터 5년간 시행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 결정에 반발한 의료계는 즉각적인 대응에 나섰다.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을 시작으로 의대생들의 집단 휴학으로 이어지면서 주요 병원의 병상 가동률은 평시의 절반 수준까지 급락했다.
의료계 파업의 여파는 업계에도 미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승인된 임상시험은 총 499건으로, 전년 동기 556건에 비해 10.25%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를 입원 환자 수 감소와 직결된 현상으로 분석하고 있다.
■ 치열했던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분쟁
한미약품그룹의 경영권을 둘러싼 오너가(家) 갈등도 업계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올해 초 시작된 이 분쟁은 가족 간 대립과 외부 인사의 개입으로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는데 최근 분쟁 종식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은 올해 1월 딸 임주현 부회장과 함께 신약 연구개발 자금력 확보와 상속세 재원 마련을 목적으로 OCI그룹과의 통합을 추진했다. 그러나 이 결정은 송 회장의 아들들인 임종윤·종훈 형제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임 형제는 OCI홀딩스가 통합 지주사로서 한미그룹 경영권을 장악할 것이라고 주장하며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을 제기했다.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형제 측 추천 인사들이 이사로 선임되면서 갈등이 일단락되는 듯했으나, 상황은 다시 복잡해졌다.
7월 한미사이언스의 개인 최대주주였던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모녀 측 지지를 선언하면서 갈등은 재점화됐다. 하지만 최근 신동국 회장과 송영숙 회장, 임주현 부회장, 킬링턴 유한회사의 4인 연합이 임종윤 주주가 보유한 지분 일부(5%)를 매입하고 경영권 분쟁 종식 등 합의를 도출했다. 이로써 1년간 지속된 경영권 분쟁의 종식이 가까워지고 있다.
■ 美 생물보안법 추진에 따른 기회
국내 바이오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바이오의약품 시장에서 CDMO 수요가 증가하는 가운데, 미국의 생물보안법 추진으로 인한 새로운 기회에 대응하기 위함이었다.
미국의 생물보안법은 중국 바이오기업과의 거래를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 법안이 발효될 경우 우시바이오로직스와 우시앱텍 등 중국 기업들의 제품과 서비스가 미국 시장에서 제한을 받게 될 전망이다.
이로 인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고조되면서 글로벌 기업들의 수주 문의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미국의 생물보안법 통과 여부는 내년으로 미뤄진 상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가장 주목받은 기업 중 하나로 꼽힌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창립 이래 처음으로 연간 누적 수주액 5조원을 돌파했으며 공시 기준으로 글로벌 제약사들과 총 11건의 수주 계약을 체결했다.
■ 외산 '블록버스터' 신약, 국내 시장 상륙
올해 한국 바이오 업계는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외산 '블록버스터' 신약의 국내 진출로 큰 관심을 모았다. 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의 비만치료제 '위고비(세마글루타이드)'와 에자이의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레켐비(레카네맙)'가 한국 시장에 진입하며 의료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
'꿈의 비만약'으로 불리는 위고비는 2023년 10월 한국 시장에 출시되어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이 약물은 체질량지수(BMI) 30 이상인 비만 환자나 BMI 27 이상이면서 고혈압, 당뇨 등 동반 질환이 있는 환자에게 처방되도록 설계됐다.
초기 알츠하이머병 치료제인 레켐비도 큰 관심을 받았다. 11월부터 한국에서 출시된 이 약물은 알츠하이머병의 주요 원인물질 중 하나인 아밀로이드 베타(Aβ)를 제거하는 새로운 기전의 치료제다. 3상 임상연구에서 레켐비는 18개월 시점에 위약군 대비 알츠하이머병 진행을 27% 지연시키는 효과를 보였다.
다만 레켐비의 높은 치료비용이 환자들의 접근성을 제한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연간 약 3000만원, 일본에서는 약 2000만원의 비용이 필요하며 한국에서도 이와 비슷한 수준의 치료비용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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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국산 신약 2종 탄생
지난해 신약 개발이 전무했던 것과 대조적으로 올해에는 두 개의 국산 신약이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의 허가를 받아 시장 진출을 앞두고 있다.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이 두 신약은 온코닉테라퓨틱스가 개발한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자큐보정(자스타프라잔시트르산염)'과 비보존제약의 비마약성 진통제 '어나프라주(오피란제린)'이다. 이들은 각각 대한민국의 37번째와 38번째 국산 신약으로 기록됐다.
온코닉테라퓨틱스의 자큐보정은 지난 4월 식약처의 허가를 받았다. 이는 2022년 11월 36호 국산 신약 '엔블로정' 출시 이후 약 1년 6개월 만의 쾌거다. P-CAB(칼륨 경쟁적 위산분비 억제제) 계열에 속하는 자큐보정은 임상 3상 시험에서 8주 투여 시 97.9%라는 놀라운 치료율을 보여주었다.
비보존제약의 어나프라주는 세계 최초의 비마약성, 비소염제성 진통제다. 이 약물은 부작용이 적고 중독 위험이 없으면서도 빠른 진통 효과를 제공한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비보존제약은 2024년 중 어나프라주의 국내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 HLB 리보세라닙, 美 FDA 승인 재도전
HLB의 간암 신약 리보세라닙과 중국 항서제약의 면역관문억제제 캄렐리주맙 병용요법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에 재도전하고 있다. 지난 5월 FDA 허가 불발 이후 HLB는 재도전을 위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FDA는 지난 5월 품목허가 대신 보완요구서한(CRL)을 발송했다. CRL의 주된 내용은 항서제약의 시설 문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으며, 약효 자체에는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HLB는 지난 9월 FDA에 재심사 서류를 제출하며 승인 획득을 위한 노력을 이어갔다.
회사 측은 관련 절차를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HLB가 지난달 FDA의 생물의약품조사프로그램(BIMO) 실사에서 '보완 사항 없음'(NAI) 판정을 받았다. 이는 임상병원 등 현장실사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음을 뜻한다.
회사는 제조 및 품질관리(CMC) 평가와 관련해서는 항서제약이 개선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FDA가 지적한 시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다. 업계에선 FDA의 최종 승인 여부가 2025년 초에 공개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알테오젠, 코스닥 시총 1위 등극.
알테오젠이 혁신적인 기술을 통해 코스닥 시장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뤄냈다. 알테오젠은 시가총액은 지난 1년 동안 5조1400억원에서 16조원으로 급증하며 212%라는 놀라운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로써 알테오젠은 코스닥 시장 시가총액 1위 자리에 올랐다.
알테오젠의 성공 비결은 'ALT-B4'로 알려진 히알루로니다제 기술에 있다. 이 핵심 기술은 정맥주사용 약물을 피하주사로 전환할 수 있게 해주는 혁신적인 플랫폼이다. ALT-B4는 약물의 흡수 속도를 높여 환자들에게 더욱 편리하고 효과적인 투약 방법을 제공한다.
알테오젠은 지난 2월 글로벌 제약 거인 MSD의 블록버스터 항암제 '키트루다'에 ALT-B4 기술을 독점 제공하기로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알테오젠의 기술력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중요한 사례로 회사의 글로벌 시장 입지를 크게 강화시켰다.
이러한 기술적 성과와 글로벌 파트너십은 알테오젠의 주가 상승으로 이어졌고 결과적으로 코스닥 시장에서 가장 높은 시가총액을 기록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 신약 허가 수수료 대폭 인상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신약 허가 수수료를 대폭 인상하고 심사 기간을 단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허가 인력 증원과 심사 과정의 효율화를 위한 조치다.
식약처는 9월 '의약품 등의 허가 등에 관한 수수료 규정'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이 개정안에 따르면 기존 883만원이던 신약 허가 수수료가 4억1000만원으로 크게 올라갈 전망이다.
새로운 수수료 체계는 신약 1건당 허가 심사 인건비 2억6000만원, 관련 경비 1억3000만원, 일반관리비 2000만원 등으로 구성된다. 미국 식품의약품청(FDA)의 신약 허가 수수료가 53억원, 유럽 의약품청(EMA)이 4억9000만원 수준이다.
수수료 인상과 함께 식약처는 신약 허가 기간을 기존 420일에서 295일로 단축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이는 제약 업계의 신약 개발 및 출시 과정을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규제 역량 강화를 위해 전문 의사·약사 등 전문 심사자 비율을 현재 31%에서 70% 이상으로 높일 계획이다.
■ 달러급등에 원료의약품 수입 타격 우려
비상계엄 선포와 대통령 탄핵 정국의 여파로 원·달러 환율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정치적 혼란이 시작된 지 2주가 지난 현재 원·달러 환율은 36원이나 상승했다.
이러한 환율 급등은 국내 제약 산업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원료의약품을 수입해 제네릭(복제약)을 생산, 판매하는 데 의존도가 높은 중소형 제약사들이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대형 제약사들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자금력과 자체 원료의약품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어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인도와 중국 등에서 원료의약품을 수입하는 중소형 제약사들의 경우 환율 상승으로 인한 매출 원가 상승이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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